욕 지 도(慾知島)
일제 강점의 시작
SCENE #1. 1903년 10월27일 / 일본국 모처
*육십 오세인 야마카타 아리모토와 세살이 어린 이토오 히루부미가 마주 앉아 사케 병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덧 둘 다 환갑을 넘겼지만 눈빛만은 아직 살아있고 강렬했다.
*둘은 그들의 스승인 요시다 쇼인의 제삿날을 기회로 만난 것이다.
아리 : 쇼인 스승이 돌아 가신지도 50년이 훨씬 넘었네...
스승님은 일본이 살길은 천황중심의 체제변혁과 부유하고 강한 국가를 건설함이고, 서양 오랑캐들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목숨을 걸고 싸울 충의가 필요함을 강조하셨지...
히로 :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하루 빨리 서양의 앞선 문물을 배워, 우리가 저들보다 강해져야 한다는 말씀 이였지요..
아리 : 약육강식....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먹잇감도 있어야 함이라...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들이 집요하게 우리에게 통상을 요구하여 온 것도 그들이 더 강해지려면 만만한 먹잇감, 식민지가 필요해서이지.
히로 : 쇼인 스승의 가르침은 일본이 양이(서양 오랑캐)들에게 침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로였고, 그 위기감은 곧 두려움이고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오직 강해지는 길밖에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가르침 덕분에 형님이나 저나 신국(神國) 일본의 부국강병을 위해 긴 세월 노력해왔지요.
아리 : 동생! 정말 일본국 해군을 강하게 잘 키워주었소.
청나라 리홍장의 북양함대를 괴멸 시켜버린 일본 해군은 우리제국의 자랑이요...
히로 : 형님도 일본제국 육군을 아주 강하게 만드셨지요.
아리 : 동생..지금부터가 50여년의 노력의 결실을 볼 때인 것이요. 우리는 조선을 먹잇감으로 힘을 키워 저 중국대륙까지 대 일본제국의 힘을 펼쳐야 합니다.....우리가 승리로 이끈 청일 전쟁에서 그 가능성이 충분히 증명 되었고, 양이를 비롯한 전 세계가 대 일본제국의 약진에 깜짝 놀랐지요..
그리고 난 10여 년 전 부터 비밀리 닌자들을 양성해 조선반도와 중국 곳곳에 임무를 주어 파견하여 놓았고, 그들은 고대 일본에서 전해 내려오는 비법과 비책으로 길러진 것입니다.
수년전 러시아를 등에 업은 민비를 제거한 과업에도 그들이 있어 쉽게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들은 일본제국 육군, 해군, 정부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대 일본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히로 : 형님 정말 놀라운 일을 하셨군요. 존경합니다.
아리 : 동생 이제 일본국 내정보다는 조선반도나 중국을 관리하는 중요한 일을 맡아주시지요..
히로 : 잘 알겠습니다.
저의 모든 힘을 대 일본제국 건설을 위해 불태우겠습니다.
*이토는 일본국 초대총리로 일본 헌법을 제정하였다.
*아리는 일본국3대, 9대 총리이고 일본 군국주의의 아버지라 불리 운다.
SCENE #2.
*1895년4월 청일전쟁, 1905년9월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고 당시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가 주도한 포츠머스조약으로 일본은 러시아, 미국, 중국, 영국 등 제국주의 열강들로부터 조선반도의 독점적 지배를 인정받는다.
이에 일본은 1905년11월 을사조약 1907년 8월 대한제국 군대의 강제 해산 1909년 9월 남한대토벌 작전을 거쳐 마침내 1910년 8월 한일 합방으로 36년간 일제 강점기 시대가 시작된다.
두 차례 전쟁으로 국고는 바닥나고 빚만 잔뜩 짊어진 일본은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반도를 철저히 약탈하기 시작한다.
1895년부터 일본은 조선반도의 어업을 수탈하기 위해 욕지도를 거점으로 삼고 도미우라를 파견하여 욕지도를 정탐케 하고
1900년부터는 그를 상주시켜 본격적으로 어획물을 수탈하기 시작한다.
욕지도 자부포에 집하된 어마어마한 양의 각종 어획물들은 중국, 만주, 일본, 서울, 마산, 등지로 팔려나가 일본제국의 침략자금으로 활용된다.
도미우라는 일본해군과 일본 경찰의 힘을 등에 업고 욕지도를 거점으로 조선반도의 어획물들을 독점하여 수탈하였고 1915년경 욕지섬에는 강제로 억류된 조선인 2만 여 명은 2천 여 명의 일본인 관리자 및 경찰의 감시, 감독 하에서 마치 노예와 같은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으며 어마어마한 부가 도미우라의 금고에 축적 되고 있었다.
교방사에서 사라진 관기들
SCENE #3. 1907년 모일. 욕지도 자부포 도미우라 저택.
*도미우라는 혼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삼십대 후반인 도미우라는 날카로운 눈과 짙은 눈썹이 인상적이다. 짧은 머리와 넓은 어깨 두툼한 가슴은 무공으로 다져진 듯 강한 카리스마가 엿보인다.
1895년부터 조선인 어부가족들을 꾸준히 이주시킨 것이 그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부터 급격하게 인구가 증가된 것이고, 일본인들도 욕지도가 군사적 요충지이며 동시에 수산물의 보고였기에 해군기지와 일본 경찰들이 많이 상주하게 되었고, 이만 여 명의 조선인들을 관리하자니 도미우라의 가신들 역시 많은 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문제는 조선인들은 가족이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대부분 남자들이다. 그래서 우월한 지위를 가진 일본 남자들은 틈만 나면 조선 여자들을 겁탈하기 일쑤였다. 이런 이유로 조선인들과 일본인들 간의 싸움은 하루를 그칠 날이 없다.
도미우라 : 타누키 !
타누키 : 하이 !
*바싹 마르고 키가 큰 타누키가 문을 열고 허리를 숙이고 들어온다.
도미우라 : 부산포에서 출발한 배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겐가?
타누키 : 하이! 아직 입항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안으로 꼭 들어 올 것입니다.
*왠지 타누키의 목소리가 들떠있다.
도미우리 : 200 여 명이 하선할 것이니 이를 통제할 인력들을 준비시켜 뱃머리로 나가자.
타누키 : 하이 ! 이미 50 여 명이 밖에서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SCENE #4. 1907년 모일. 부산포 후지모리 수송선.
*후지모리 수송선에 51명의 화장을 예쁘게 한 날렵하고 앳된 여인들이 탑승 하고 있다. 이들은 조선 왕조 교방사 소속 관기로 무용수 들이다.
경성에서 온종일 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왔건만 그들의 표정은 다들 밝고 들떠 있다.
교방사가 없어지면서 일본 경찰 간부 요시무라가 제시한 조건은 너무 좋은 기회인 듯하여 모두들 자원 한 것이다. 일본 천황 앞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면 노비에서 면천 해주고 충분한 보상금까지 준다는 것 이였다.
*수송선 갑판에 무용수들이 도열하자 그 숫자를 확인 한 후 요시무라는
선장 부관 요시다에게 무용수들을 인계한다.
*선장실에서 후지모리는 갑판에 도열한 조선 왕조의 무용수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요시무라 : 자 다들 함정에서 안내하는 대로 승객실로 내려가라.
*무용수들을 인계한 요시무라는 선장실로 가서 후지모리를 만난다. 선장 후지모리는 오십대 중년쯤으로 보이는 무뚝뚝한 얼굴로 낡은 모자를 쓴 채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요시무라 : 선장님 여기까지.. 약속한 저의 역할은 다 끝냈습니다. 50명을 요구하였으나 1명이 더 온 셈이네요.
후지모리 : 자! 받으시오.
*선장은 두툼한 봉투를 꺼내 요시무라에게 건넨다.
봉투 속을 힐끗 본 후..
요시무라 : 금액은 정확하겠지요 하! 하! 하!.
*어색하게 웃는다. 그의 눈은 횡재한 기쁨으로 가득했다.
요시무라의 야비한 관상과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후지모리 : 틀림없이 정확합니다. 수고하셨소!
요시무라 : 그럼 저는 경성 열차시간이 다되어서.. 이만 물러갑니다.
*요시다가 선장실을 들어온다.
요시다 : 선장님 총 203명이 탑승 완료하였습니다.
후지모리 : 늦었다. 출항하자..
요시다 : 하이! 출항하겠습니다.
*수송선은 뱃고동을 울리고 흰 연기를 뿜으며 서서히 움직인다.
SCENE #5. 1907년 모일.부산포 후지모리 수송선 수화물 칸.
*승객실 안에는 이미 많은 여인네들로 꽉 차있다.
군데군데 멀미로 인한 토사물을 받을 들통들이 놓여있다.
원래 군인들이나 화물을 수송하는 용도의 배라 장식이나 꾸밈없이 꼭 필요한 최소의 것들만 준비 되어있다.
조명은 너무 어두워서 겨우 얼굴을 분간할 정도이고 꽉 찬 사람들로
짐칸은 향기롭지는 못한 냄새들로 가득하다.
신선한 공기를 쐬고 싶지만 일본 도착 할 때 까지는 승객들은 갑판위로 나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여옥 : 일본가는 여인들이 이렇게 많을까?
*열 네,다섯 살 되어 보인다. 예쁘장하고 가녀린 몸매이나 어른스러워 보이는 그의 용모에는 기품이 흐른다.
조선말 망해버린 양반의 서출로 태어 난 게 죄가 되어 애비의 빚으로 교방사에 팔려버렸던 것이다.
미영 : 저들은 악공이나 무용수 같지는 않은데..
한번 물어 볼까?
*여옥에 비해서는 몸집이 크고 단단해 보인다. 얼굴 피부는 눈부시게 하얗다. 그런데도 묘하게 털털해 보인다.
미영이 그들 옆에 20명 정도 무리를 지어 앉아있는 여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나름 갖춰 입은 듯하나 그들과 비교하면 어찌 좀 촌스럽고 남루하다.
미영 : 우리는 경성에서 천황에게 공연가는 길인데 댁들도 그러하우?
임순 : 아닌데요! 우린 진주 관기들인데 일본으로 돈 벌러 가요.
일본에서 일하면 면천해주고 2년만 열심히 하면 집사고 논, 밭 살 돈 충분히 벌어 올 수 있다고 했어요.
*임순은 미영의 질문에 기어드는 목소리로 답을 한다. 대충 묶은 쪽머리에 꽂은 색 바랜 나무 비녀가 측은해 보인다.
미영 : 일본에서 무슨 일을 시킨 데요?
임순 : 일본 큰 도시..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어요.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별 어려운 일은 아니래요.
*임순은 미영의 하얀 손을 얼핏 보고 자기 손이 부끄러운 듯 저고리에 슬쩍 감춘다.
미영 : 네....
*여기 저기 무리지어 앉아있는 여인들은 대부분 여러 지역에서 온 관기 출신의 여인네 들이였다. 그래도 자기들은 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뽑혀왔다고 자랑 들이다.
*배가 움직이자 잠시 잠잠하다.. 몇 몇은 울먹인다.
관기 00 : 우리가 다시 고향 땅 못 밟는 것은 아니 것제?
관기 01: 아이다 일본 가서 2년만 고생하고 오자.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훌쩍거린다.
여기저기서 피곤한지 좁은 틈에 들어 눕거나 벽에 기대어 잠을 청한다. 화물칸은 여기저기 낮은 코고는 소리와 벌써 멀미로 토하는 소리들로 어지럽다.
*후지모리 수송선 짐칸에 실린 200여명의 여인들은 난생 처음 타는 배인지라 울렁거리는 뱃속을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잠을 청했다.
비몽사몽간에 막 잠이 든듯한데 갑판에서 승무원들이 내려와
다 왔으니 짐을 챙겨 갑판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일본이 이리도 가까운 가..모두들 의아해 하며 보따리를 챙겨 갑판으로 올라가는 좁은 철 계단을 오른다.
*점심나절에 출발하였는데 서산에 기운 해를 보니 초저녁 무렵이다.
네, 다섯 시간 족히 지난 듯하다.
*그런데 모두들 상상했던 일본의 큰 도시 풍경은 아니다.
조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어촌의 포구를 연상케 한다.
다만 선착장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에 압도당한다. 이천 명은 족히 구경 나온 듯하다.
일본 경찰복을 입은 자들 일본 해군들 남루한 차림의 조선인들 거의 다 남정네 들이다.
*갑판에 모여선 여인들이 술렁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은 절대 아닌 듯하다.
*누구를 잡고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여 선 여인네들은 당황해서 가슴에 보따리만 부여잡고 곧 기절 할 것 같은 표정들이다.
*배는 이미 정박되어 선착장에 묶여있고 조선인들이 통나무와 판자로 만든 이동용 계단을 배 옆면에 대고 고정시키고 있다.
도미우라는 타누키를 앞세우고 후지모리 수송선에 오른다.
도미우라는 선장실로 향한다.타누키는 웅성거리는 조선 여인들을 향해 소리친다.
타누키 :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 많았다. 여러분들은 이 곳 욕지도 기생학교인 명월관에서 일본어 공부와 기생수업을 받은 후 일본으로 갈 수 있다. 자 모두 내리자.
*끌려온 조선 여인들은 또 웅성거린다.
여옥 : 욕지도라니 그럼 여기가 섬이란 말인겨?
미영 : 이런 섬에 웬 기생학교?
*모여선 조선 여인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나 배를 내리라 재촉하는 통에 하나 둘씩 사다리를 내려간다.
*선장이 직접 문을 열고 도미우라를 맞이한다.
후지마루 : 경성 쪽에서 늦게 도착한 이유로 좀 늦었습니다.
총 203명입니다.
도미우라 : 고생 하셨소.
후지마루 : 여인네들 대금은 주신 돈으로 다 치렀습니다.
*도미우라는 품에서 예쁜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속에든 금괴를 후지마루에게 건넨다.
도미우라 : 수고비입니다. 앞으로 종종 부탁 하겠습니다.
후지마루 : 뭐 이렇게 과분하게... 고맙습니다.
*순간 후지마루의 무뚝뚝한 얼굴에도 만족한 미소가 스친다.
SCENE #6. 1907년 모일. 욕지도 자부포 일원.
*선착장 길을 따라 욕지 항 입구 동쪽으로 가다보면 높은 언덕이 나온다. 이 언덕에는 모빌 밤 잣나무들이 꽉 들어 차 있다. 이 잣나무 숲을 끼고 돌면 벽돌로 지은 서양풍의 도미우라 저택이 있다. 이 저택은 이층으로 튼튼하게 지어져있다. 포구에 바싹 붙여 지어 이층 거실에서 입, 출항 하는 배들이 가깝게 보인다. 사람들은 이 마을을 자부포라 부른다.
그 저택을 지나 북쪽 언덕 아래로 나무로 지은 꾀 큰 규모의 일본식 2층 건물이 있다. 건물 입구에는 명월관이란 간판이 조그마하게 붙어있다.
그 건물 뒷마당을 지나 또 한 채의 일본식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데 기생들의 숙소인 듯하다.
*명월 관을 끼고 북쪽 언덕아래를 따라 형성된 골목을 따라 단층으로 새로 지은 일본식 집 열두 채가 죽 들어서있다. 거의 다닥다닥 붙어있다. 섬이라 평지가 얼마 안 되는 이유이다.
*배에서 내린 203명의 조선 관기들은 앞장선 타누키를 따라 가슴에, 머리에 보따리를 안고 이고 열을 지어 이 마을길을 따라 걷고 있다.
그 행렬 좌우에는 마치 먹잇감을 보고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도미우라 가신들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같이 걸어간다.
왠지 앞으로 펼쳐질 자신들의 운명이 걱정스러워서인지 여인들의 발길은 무겁기만 하다.
*교방사 소속이었던 궁중 무희 51명은 명월 관에 배치된다.
이날부터 이들에게 조선옷이나 조선말은 일체 금지되었고 일본 여자처럼 말하고 행동 하여야만 하였다. 낮에는 일본에서 데려온 게이샤 선생에게 모진 매질을 당하며 샤미센(일본 전통 현악기)과 미야코 오도리(게이샤 전통춤)를 배우고 밤이면 일본 경찰 간부들, 일본 해군 장교들, 각지에서 수산물 구입 차 욕지도에 온 거상들과 도미우라 가신 책임자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 했다.
다시 말해 게이샤(기녀)와 죠로(창녀)의 역할을 동시에 강요받았던 것이다.
*안방주점에 배치 받은 조선 팔도의 관기 152명도 12개의 술집에 나누어 배치되었다. 주점 관리인들은 매질과 극도의 얼 차례로 그녀들의 혼을 다 빼 버린 다음, 순순히 복종하여야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그녀들은 낮이건 밤이건 2,000여명의 일본인들을 상대로 몸을 맡겨야 만하는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했다.
도미우라에게 속아서 끌려 온 조선 여인들은 고향과 부모 형제를
꿈속에서 그리며 오늘도 눈물과 한숨으로 죽지 못해 또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운명적인 만남
SCENE #7. 1917년 5월. 경성 여의도 비행장
*십 칠세 숭의 여학교 학생인 권기옥과 갑순은 경성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 차 창가에 마주보고 앉는다.
갑순 : 너는 비행기라는 것을 본적은 있는 것이냐?
기옥 : 아니! 박현숙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날개달린 큰 자전거가 사람을 태우고 날아다닌다고 하셨어.
갑순 : 내 기차 비까지 어디서 생겼냐?
기옥 : 언젠가 나도 그렇게 하늘을 날고 싶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었는데 마침 경성에서 비행기 쇼를 한다며... 현숙 선생님이 주셨어 혼자가면 위험 할 지도 모르니 너랑 같이 갔다 오라고.
*기옥의 사랑스런 얼굴과 어두운색의 교복은 잘 어울리지 않았다.
맑은 기옥의 두 눈은 쪽빛 바다를 연상하게 하고 단정하게 빗어 묶은 머리와 가지런한 눈썹은 전체적으로 반듯한 인상을 준다.
신비감을 주는 눈에 띄는 아름다운 미모이다.
*경성 나들이에 들떠있는 갑순은 가지고 온 가방에서 삶은 달걀을 꺼내 놓는다.
갑순 : 엄마가 아침도 못 먹고 간다며 기차 안에서 먹으라고 싸주셨다.
*달걀껍질을 벗기고 있는 갑순은 기옥보다 머리 하나 만큼 키가 크다. 마치 기옥을 보호하는 호위 무사처럼 여겨질 정도로 여자치고는 상당히 큰 키다.
허지만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오목조목한 이 목 구 비 며 하얀 가녀린 손은 아기자기하다. 한마디로 참 귀여운 얼굴이다.
열차를 가득 매운 사람들 중에서도 기옥과 갑순은 눈에 띄기에 충분하다.
*기차 다른 칸에는 1916년 중국에 가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던 김 원봉과 그의 친구 김약수, 이의성이 이미 타고 있다.
*기차는 경성 역에 도착하고 기차에서 내린 기옥과 갑순은 마포나루로 가는 전차를 타려 했으나 비행기 쇼가 조선 팔도에 소문이 났는지 어마어마한 인파로 전차표를 구할 수도 없다. 15리를 걸어 마포나루에 도착한다.
*전차역이나 마포나루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멀리 나루건너 여의도 비행장에는 대형 천막이 2동이 설치 되어있고 높은 지위로 보이는 조선인과 일본관리,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의자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다.
*일본인들과 행세하는 조선인들만 나룻배로 옮겨주고 경성 쪽 마포 나루 터 주위 뚝 길과 강 건너 비행장 서쪽 편 시흥에서 오는 길에는 조선인 백성들이 가득하다. 족히 5만은 될 듯하다.
*걸어오느라 행사일정에 늦은 듯하고 비행기 엔진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것을 미루어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이 분명하다.
*급한 마음의 기옥과 갑순은 마포 뚝 방 길로 접어든다.
*굉음이 들리고 난생 처음 보는 물체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마치 어마어마한 커다란 독수리가 먹이를 잡으려는 듯 낮게, 높게, 하늘을 휘젓고 다니는 것 같다. 하얀 연기 띠가 허공에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를 표시하고, 연신 비행기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여의도를 진동 시키고 있다.
*기옥은 보이는 광경에 말을 잊어버리고 갑순의 손을 꽉 잡고 있다.
*짧고도 긴 비행기 공연이 끝난 후에 비로소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다.
*비행기가 하늘에 뜨는 원리를 모르는 기옥과, 갑순은 마치 마술을 보는 듯 신기하기만하다.
*조금 떨어진 둑에서 김원봉과 친구들도 매우 진지하게 비행기의 움직임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원봉의 두 눈은 멋진 사각 학모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적당히 살 오른 175cm의 비교적 큰 키는 믿음직스럽고 듬직하다. 까만색 가쿠란에 망토를 두른 모습은 대학생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얼굴에 특징이 있다면 조선인 치고는 눈이 크고 콧날이 유달리 오똑하다.
기옥 : 갑순아 언젠가는 나도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꼭 날아 볼 거야!
갑순 : 무슨 소리냐. 되지도 않을 꿈은 애당초 말거라.
기옥 : 지켜보려무나.
*기옥의 눈에는 비장한 결심이 엿보인다.
*기옥, 갑순도 다시 경성 역 쪽으로 움직이는 인파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김원봉 일행도 우연히 기옥, 갑순이 뒤에서 인파에 떠밀리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교복을 입은 기옥의 앳된 모습과 뛰어난 미모, 갑순의 큰 키와 귀여운 얼굴은 유난히 남성들의 눈길을 끈다.
*한 무리의 일본 학생들이 사람을 밀치면서 뒤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이들 중 3명은 죽도를 손에 들고 있다.
*기옥, 갑순 옆을 지나던 이 무리 중 한명은 기옥과 갑순에게 시선이 머문다.
*이들은 저희들끼리 뭐라..뭐라.. 떠들며 걸음을 늦추더니 계속 기옥과, 갑순을 따라간다.
일인1. : 야! 이 개집들 엄청 예쁜데.
일인2. : 보니 경성 애들은 아닌 것 같고.. 오늘 먹잇감으로 최고다.
와! 잘 해보자!
*비행기쇼와 붐비는 인파로 길이 혼잡하여 기옥과 갑순은 귀향길이 늦어져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벌써 시간은 저녁 7시를 지나 하나, 둘 씩 가로등이 켜지고 있다.
*우연히 기옥, 갑순의 이 삼보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걷게 된 원봉은 일본 학생들을 보게 되었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니 일본 시정 잡배 들임이 분명하고 불안한 느낌으로 친구 약수, 의성과 의미 있는 눈빛을 교환한다.
*원봉은 길옆에 있는 각목을 주워 약수와 의성에게 건네고 이들은 망토 속에 각목을 숨긴다.
*공덕동 5거리에 도달하자 사람들이 분산되어 길이 좀 한적해진다.
*경성 역 가는 길로 기옥과 갑순이 접어들자 일인 무리 중 한명이 다짜고짜 기옥의 손목을 낚아챈다.
*놀란 기옥의 고함소리와 동시에 갑순 역시 다른 일인에게 손목이 붙잡힌다.
일인1 : 어이! 우리가 맛있는 저녁 살 테니 같이 가자.
일인2 : 교복을 보니 경성사람은 아닌 듯하네...
온 김에 경성 구경도 좀 하고 흐! 흐!
*기옥이 황급히 손을 뿌리치고 일인을 밀쳐 내려하나 역부족이다.
*갑순 역시 있는 힘을 다해 일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하고...
여자의 다급한 비명에 길 가던 조선인들은 둘러서서 이 광경을 쳐다만 보고 있다.
*조선인들이 빙 둘러싸자 일인들이 고함을 친다.
일인1 : 이년들이 나한테 돈을 빌려 안 갚고 도망 다니다 이제 잡힌 것이니 간섭 말고 가던 길 가라.
*원봉 일행이 순간적으로 각목을 들고 일인들에게 달려들어 일인 3.4.5와 교전을 벌인다.
*서로 치고 박고하다 일인3.4.5는 원봉일행에 제압당해 쓰러진다.
*일인1.2는 기옥과 갑순의 손을 아직도 붙잡고 있다.
일인1 : 내가 누군지 알고..
*말이 끝나기도 전 .. 일인 1.2의 얼굴엔 공포의 그림자가 지나친다.
*원봉의 각목이 일인1.2의 머리를 향해 날았다.
*순간 일인1.2의 머리가 터져 피가 흐른다.
*갑자기 일본 순사들의 호각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다가온다.
*둘러쌌던 조선인들이 엉거주춤 일본 경찰들의 길을 방해하는 동시에
원봉일행과 기옥일행이 도망갈 수 있도록 반대편 길을 열어 준다.
*기옥과 원봉 일행은 정신없이 달린다.
*도중 기옥이 넘어진다. 원봉이 다시 돌아와 기옥을 일으켜 세우고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한다.
*길모퉁이를 돌아 뛰어가는데 조그마한 잡화상에서 웬 사람이 손짓을 한다.
*둘은 마치 홀린 듯 급히 안으로 들어가니 구석에 지하로 내려가는 덮개 문이 열려있다.
*가게주인은 손짓으로 아래로 내려가라 한다.
*둘은 지하로 내려가고 주인은 덮개를 닫는다.
*가게주인은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와 가게 문에 열쇠를 채운 후 모퉁이를 돌아 큰 길로 나온다.
*큰 길에는 아직 일본 경찰들이 뛰어다니며 수색을 하고 있다.
SCENE #8. 아현동 어느 잡화상 지하.
*멀리... 가까이 일본 순사들의 호각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흘러 밖이 잠잠해지자. 원봉이 호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켠다.
*칠흑 같던 어둠이 성냥불로 저만치 둥그렇게 물러난다.
*원봉이 구석에서 양초를 발견하여 초를 켠다.
이제 지하의 좁은 공간이 환해진다.
*기옥이 이 것, 저 것 옷가지 등으로 깔고 앉을 자리를 만든다.
*둘은 새삼 서로를 쳐다보다 이내 시선을 피한다.
원봉 : 나는 중국 난징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는 김원봉 이라하오.
기옥 : 저는 평양 숭의 여학교 권기옥이라 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기옥 : 독일어 공부를 하신다고요?
원봉 : 일본 놈들이 총과. 군함, 비행기로 이 나라를 짓밟고 있습니다.
칼과 창, 활로 어찌 그들을 이길 수가 있겠습니까?
독일의 기술이 세계에서 제일 앞선다하여 그들을 배우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기옥 : 저는 숭의 여학교 재학 중이며 비밀 단체인 송죽회에서 활동 하고 있습니다.
원봉 : 그런데 어찌 평양에서 여기까지?
*기옥(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다...두 눈에서 눈물이 쭉 흐른다.)
overlap/SCENE #8-1 1910년 봄. 평양 상수리
*일제는 1909년 주세법을 공포하고 개인이 집에서 술 담그는 것을 금지하였다.
*탁지부 소속으로 양조 시험소를 설치하고 조선백성들이 집에서 술 담그는데도 세금을 부가하였다.
*뛰어나게 미인인 기옥 엄마를 호시 탐탐 노리든 일본형사 다나까는 기옥아버지를 가양조(집에서 개인이 주조) 금지 혐의로 체포하여 괴롭히고. 마침내는 기옥이 엄마를 능욕하려다 이에 맞선 아버지를 구타해 그 상처가 결국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기옥이 엄마도 아버지를 따라 죽으려 했지만 울며 매달리는 기옥과 기복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어린 기옥은 이 모든 일들을 뚜렷이 기억한다.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SCENE #8-2. 마포 아현동 어느 잡화상 지하.
기옥 : 저는 언젠가 비행기를 조종 할 겁니다. 그래서 ...
원봉 : 네! 비행사가 되시겠다고요?
기옥 : 비행기는 여자가 타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요?
원봉 : 그런 법은 없지만...
기옥 : 중국에 가서라도 꼭 비행기 조종사가 될 것입니다.
*기옥이 눈에는 대단한 결의가 보인다.
원봉 :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기옥 : 넘어져 다리가 좀...
*원봉은 손수건을 꺼내 기옥의 다리 까진 부분을 묶어준다.
*순간 어색한 긴장이 감돈다.
기옥 : 부탁이 있습니다.
원봉 : 말씀하세요.
기옥 : 오늘 일어난 일처럼... 나라 잃은 조선 여자들이 정조를 지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허나 죽어도! 일본 놈들에게 첫 정을 빼앗기긴 싫습니다.
*기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기옥 : 해서... 저의 첫 정을 그대에게 드렸으면 합니다.
*원봉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소리가 난다.
원봉 : 음... 뜻은 알 것도 같지만...
기옥 : 큰 뜻은 없습니다. 단지 앞으로 저가 가야할 험난한 길에 왠지 그것이 거추장스러울 것 같습니다.
*기옥이 촛불 쪽으로 몸을 돌려 불을 훅 꺼버린다.
SCENE #8-3. 다음날 아침.
*밖에서 차 다니는 소리와 사람들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침이 밝은 것 같다.
*원봉은 계단을 올라가 덮개를 밀어 올리고 잠깐 주위를 살핀 후 가게 구석 탁자에 앉는다.
*기옥은 지난밤 흔적을 지우고 계단을 올라 원봉의 맞은편에 앉는다.
기옥 : 지난 밤 있었던 일은 부담 갖지 마시고...
그냥 잊어주세요..
원봉 : 꼭 그래야 할 이유라도?
기옥 : 전 일본 놈들에게 복수를 하는데 저의 인생 전부를 바치려 아버지 죽음 앞에서 맹세를 하였습니다.
언젠가 비행기를 타고 일본 천황에게 날아가 폭탄을 퍼부을 꺼예요... 기필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원봉은 기옥의 기에 눌려 하고픈 말머리를 찾을 수가 없다.
기옥 :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 한편에 간직할게요.
원봉 : 조선의 사내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한가지 약속을...
*말끝을 흐리자 기옥이 빤히 원봉의 얼굴을 쳐다본다.
원봉 : 서로 갈 길이 다르고 할 일도 다르지만 ... 조국이 해방되면 마포나루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기옥은 말이 없다...순간 식당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주인이 들어 온다.
식당 주인 : 조금 있으면 일경들이 순찰을 돌 시간이다. 눈에 띄지 않게 집으로 돌아가라! 어서!
*기옥이 먼저 나와 길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뒤 이어 원봉이 빠져 나와 걸어가는 기옥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발길을 돌린다.
원봉 : (혼자서 중얼거린다. 마치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듯... ) 숭의 여학교. 송죽회 .권기옥... 나도 첫 정이었소...
또 하나의 죽음
SCENE #9. 1919.2.24 평양
*삼십삼인 중 한명인 신홍식으로부터 만세운동에 관한 연락이 숭의여고 박현숙 선생에게 전달된다.
*현숙은 비밀리 기옥을 불러 해야 할 일들을 지시한다.
현숙 : 다음 달 첫 날이 거사 날이라...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다.
힘들겠지만 태극기와 애국가 가사가 3,000부 정도 필요하니 날짜에 맞추어 준비하여라...
기옥 : 알겠습니다. 회원 동지들과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겠습니다.
*기옥의 방에는 7명의 숭의 여고 학생들이 모여 있다.
방에 모인 여학생들은 기옥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있고 한쪽 구석 책상 밑에는 남폿불이 희미하게 어둠과 싸우고 있다.
*기옥이 낮은 목소리로 말문을 연다.
기옥 : 선생님이 태극기와 애국가 가사가 3,000부 정도 필요하다고 하셨어. 다음 달 초하루가 거사 날이라고도 하셨고...
갑순 : 그렇게 많은 걸 만들어 방에 보관하면 바로 호시코 사감에게 들킬텐데...
기옥 : 어찌하면 좋으니?
성실 : 동생이 숭덕학교 다니며 급사로 일하고 있으니 그 학교 지하실에 숨기자.
기옥 : 현숙 선생님이 거사 장소가 숭덕학교 운동장이라 했으니,
정말 좋은 생각이다.
*송죽회 여학생들은 호시코의 눈을 피해 기숙사 방에 모여 태극기와 애국가 가사를 만들고 그것들을 치마 속에 감추어 숭덕학교 지하실로 옮기는 일을 거사 날까지 되풀이 하였다.
*행사 당일 많은 학생들과 조선인들이 숭덕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목사님들이 개회선언, 독립선언문 낭독 후 “대한독립 만세”를 선창하고 교정을 뛰쳐나와 거리에서 만세운동을 펼친다.
*3월4일 박현숙 선생을 비롯해서 만세운동에 관련된 목사들은 모두 체포 된다.
*길을 가던 기옥과 갑순도 다나까 형사에게 체포된다.
*평양 경찰서 구치소에 끌려가니 이미 다른 여학생도 많이 잡혀와 있다. 모두 3주 구류 처분을 받는다.
SCENE #10. 1919년3월 중순경. 난징 진링대학
*대학 휴게실에 김원봉, 김약수, 이의성이 보인다.
약수 : 고국의 어린 학생들도 일제의 총칼 앞에 목숨을 걸고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는데. 우리가 먼 타국에서 조국의 장래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지만 먼저 나라를 되찾는 것이 우선이지 싶다.
의성 : 그래 고국에 돌아가 조국독립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원봉 : 만주에 독립군 군관 학교가 생겼다니, 나는 입대하여 직접 일제의 가슴에 총알을 날리련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헤어진다.
SCENE #11. 1920년 2월 초순경 오전
*구류를 살고 나온 기옥은 다시 대한민국 임정의 독립운동 자금모집과 연락책으로 활동한다.
*숭의 여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긴 머리, 엄마의 패물 판돈을 기옥에게 내놓는다.
*평양청년회 김 재덕과 기옥이 평양 모처 국밥집에 앉아있다.
재덕은 중년 신사로 변장을 한 듯하다.
*기옥은 주위를 경계하며 모금한 독립군자금을 재덕에게 건넨다.
재덕 : 다나까 끄나풀들의 감시가 심해 겨우 나왔다.
상해 임정에 무기를 부탁했더니 평양역에는 검사가 심해서
순안 역에서 내려 기옥이 너희 윗마을 박 씨네 과수원에 맡겨놓았단다.
기옥 : 양과 무게는 어느 정도 되나요?
재덕 : 자전거 뒤에 실을 수 있을 꺼다. 기복에게 조심해라 전해라.
SCENE #12. 1920년 2월 초순경 당일 오후.
*기복이 자전거 뒤에 상자를 싣고 집에 들어온다.
*기옥이 상자를 열어 보니 권총 두 자루와 실탄. 수류탄 몇 개가 들어있다.
*기옥이 엄마는 옷장에서 보자기 2장을 꺼낸다. 노란 보자기의 색깔이 유난히 눈에 띈다
.
*기옥엄마는 그 상자를 보자기로 잘 싸고 남은 한 장으로 치마가 풀어지지 않도록 허리에 질끈 동여맨다.
*기옥엄마가 상자를 머리에 이고 평양으로 향한다.
*평양 장터에서 김재덕에게 물건을 배달하고 돌아서서 나온다.
*전차에서 내리는 다나까와 마주친 기옥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의심과 탐욕이 섞인 눈빛으로 다나까는 기옥 엄마의 손을 낚아챈다.
다나까 : 이리와! 여기는 웬일인데?
*기옥 엄마 급히 표정을 고치고 머리를 숙인 체로...
기옥엄마 : 장에 뭣 좀 팔려고...
다나까 : (눈을 부라리며) 지금 내가 경시청에 바삐 가야 해.
다음에 집에 한번 갈꺼야.
기옥이 행동 조심시키라고! 불량선인으로 명단 올라와 있어.
SCENE #13. 평양 경시청
*경시청에 도착한 다나까는 감시를 받던 김 재덕이 시장에서 무기를 인수하고 권총을 만지다 오발 사고로 일본순사들에게 잡혔다는 보고를 받는다.
*다나까는 김재덕을 고문하며 무기 입수과정을 캐고 있다.
다나까 : 야 이 xx야! 이 무기들을 어떻게 입수하였는지 말해라!
*김재덕이 입을 열지 않고 버틴다. 재덕의 몸 여기저기는 고문으로 인한 상처로 피가 낭자하다.
*그러다 다나까는 문득 압수된 상자를 싼 보자기를 본다.
오전에 장에 갔다 온다던 기옥 엄마를 떠올리고 뭔가의 느낌으로 기옥 모녀를 잡으려 출동한다.
*기옥 엄마 필사적으로 일경들에게 대항하나 역부족이다.
*다나까는 기옥만을 잡아 경찰서로 데리고 간다.
*기옥은 이미 불량선인으로 낙점되어 감시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평양 경찰서 유치장에서 다나까는 권총, 수류탄 유입사건 배후를 캐려 기옥에게 모진 고문을 행하고 있다.
기옥은 모진 고문에 못 이겨 기절을 몇 번이나 한다.
기옥은 이제 초죽음이고 일본 경찰도 끝까지 저항하는 기옥에게 질려 취조를 포기한다.
SCENE #14. 다나까의 집.
*기옥엄마 다나까의 집 주변에서 서성거린다.
*밤늦게야 다나까가 집에 나타난다.
다나까 : 웬일로 집에 다 오고, 자! 들어가자고.
기옥엄마 : 제발 부탁이니 우리 딸년 좀 살려 주세요..
사과상자라며 장터에까지 가져다 달라고 해서 가져다 준 것 밖에는,
우리는 아무 잘 못이 없어요.
다나까 : 그 말을 나보고 믿어라 말이지?
*다나까 기옥엄마의 손목을 잡고 자기 침실로 끌고 간다.
*침실에서 기옥엄마의 낮은 비명소리가 흘러나온다.
*기옥은 끝내 입을 열지 않고, 기옥을 풀어준다는 다나까는 오히려 기옥을 검찰로 송치하면서 “이 여자는 지독하니 더욱더 고문해라”는 메모를 곁들여 보낸다.
*기옥 엄마는 경찰서 앞에서 기옥이 풀려나오기를 밤을 지새우며 기다린다. 그날 아침 기옥이 일본 검찰로 호송차에 끌려가는 것을 보고는 거의 정신이 나간다.
*저녁 무렵 기옥 엄마는 비장한 각오로 다나까의 집으로 찾아 간다.
다나까 : 또 기옥이 때문에 왔구나.
*다나까는 음흉한 웃음을 날리며 기옥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 쪽으로 이끈다.
*의자에 앉은 기옥 엄마는 벽을 향한 고개를 돌리지도 안은 채로 차갑게 말을 뱉는다.
기옥 엄마 : 기옥을 풀어 준다 하기에 욕되어도 이를 악물고 참았었는데. 왜? 그 약속마저 지키지 않는다 말이요?
다나까 : 내가 풀어준다고 말 한 기억은 없는데.
*다나까는 기옥 엄마 뒤로 다가와 기옥 엄마를 안으려 한다.
*순간 기옥 엄마는 몸을 돌려 다나까의 배를 숨겨온 칼로 찔렀다.
*놀란 다나까는 배를 움켜잡고 뒤로 물러난다.
피가 흐른다. 그런데 색이 검다!!!!
아픈 표정으로 다나까는 배에 꼽힌 칼을 천천히 빼어 든다.
다나까 : 이런다고 내가 죽지는 안아!
*기옥 엄마의 놀란 눈은 붉게 충열 되어 있고 헝클어진 머리는 흡사 정신이 나간 사람이다. 괴물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다나까는 뽑은 칼을 손에 쥐고 기옥엄마에게 다가간다.
다나까 : 이런 조선 년이 감히 나를 ....
*다나까는 기옥 엄마를 칼로 난도질하여 죽여 버린다.
*풀지 못한 한을 가슴에 간직한 채 기옥 엄마는 눈을 감는다.
세상에 선하고 악한 구별이 없다고 했던가?
특전대의 탄생
SCENE #15. 1920년2월 중순. 새벽녘 . 경주 함원 산.
*골굴암 마애여래좌상이 보이고 멀리 바다 동쪽 편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저 이글거리는 태양이 누가 주인이라 뺏고 빼앗긴단 말인가?
태양이 비추는 이 강산 이 바다에서 우린 단지 스치는 바람일 뿐 인간의 욕심들이 세상에 무심함을 허락하질 안는다.
*세 명의 무도 인이 솟아오르는 태양을 등 뒤로하고 무공을 단련 하고 있다. 그들이 펼치는 권법은 간단한 동작들이나 절도와 힘이 보인다.
*정좌를 한 노승 앞에 세명의 무도인은 나란히 서서 하직인사를 한다.
공삼 : 스승님 만주에 독립군 군관학교가 생겼다니 저희들도 입소하여 조국 독립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약관 십팔 세의 공삼은 밝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골굴사에서 수련한 격투기술과 단검과 표창던지기의 달인이다.
키는 170센티 정도이고 몸은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날렵한 몸매이다.
*세 명은 동시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노승: 부디 몸조심하여 다시 볼 수 있게 하여라! 아미타불 !
SCENE #16. 1920년2월 말. 류허현 고산자 신흥무관학교 교장실
*오십 삼세인 이회영(1867생.)이 탁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이 열리며 시영(1869생)이 들어온다. 얼핏 보아도 형제란 걸 알 정도로 서로 많이 닮았다. 단지 회영의 머리는 나이에 비해 많이 하얗다.
시영: 형님 말도 없이 어디 다녀오신 것입니까?
*걱정했다는 표정으로 시영이 회영 맞은편 소파에 앉는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고른 옥니는 고집스런 성격이 엿보인다.
회영: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백서 농장 관리인이 백두산 선인을 만났는데 무관학교 교장을 만나고 싶다, 연통이 와서 농장에 다녀왔다.
시영: 선인이라고요?
회영: 이 세상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고 마치 산신령처럼 보였다.
시영: 네...?
회영: 묘활주라는 신비한 약을 만들고 있다며 이약을 마시면 특별한 능력을 발하여 초능력의 전사가 되어 독립항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라 말했다.
시영: 묘활주?
*시영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하고 눈동자가 커진다.
회영: 선인의 말로는 고조선시대부터 백두산 선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드는 술인데, 필요한 약제가 귀하여 100년에 한번 주조 할 수 있다 했다.
괴이한 이야기다만. 어릴 적 비슷한 이야기를 조부께서 말 하신 기억이 있긴 하다.
시영: 다른 이야기는 요?
회영: 한번 주조하면 열 명이 마실 양이 나오니 특별히 기개가 곧은 건장한 청년을 선발하여 체력단련을 시키고 있으라 하였다.
시영 : 형님은 그 말을 믿습니까?
회영 : 일단 믿어서 손해 볼 일은 없고. 나도 앞으로 독립항쟁에 비밀 임무수행을 할 특별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특전대를 선발하여 분교에서 훈련을 실시해라.
시영: 알겠습니다.
회영: 지금 들은 이야기나 내가 시킨 일들은 누구도 알아서는 아니 된다.
시영: 형님 잘 알겠습니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SCENE # 17. 1920년3월 초. 무관학교 회의실
*탁자에 둘러앉은 10명의 선발된 대원들의 얼굴을 둘러보며..
시영 : 골굴사 출신
*3명이 손을 든다.
동림 무관학교 출신
*2명이 손을 든다.
신민회 출신
*2명이 손을 든다.
친위대 출신
*2명이 손을 든다.
난징 진링 대학교
*1명이 손을 든다.
시영 : 지금부터 제군들은 조국 광복을 위해 특별한 임무를 부여 받는다. 조국을 떠나 올 때 이미 목숨을 버릴 각오는 한 것으로 안다만. 매우 위험한 일을 할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임무를 거부 할 수도 있다.
공팔 : (다른 요원들의 얼굴을 훌 터 본 후 )
대장님 우린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로 이곳 만주까지 먼 길을 왔습니다.
오히려 그런 중요한 일을 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공팔은 이십 칠세로 여기 모인 대원중에서 나이가 제일 맏이다.
공구와 함께 1907년 해산된 대한제국군 친위대 출신이다.
누구에게나 배려 깊고 친근한 성격지만 세상의 모진 풍파를 골고루 겪은 두 눈에는 깊은 고뇌가 서려있다. 일본의 대한제국군 해산에 항거한 남대문 전투에서 왼쪽 팔에 관통상을 입어 팔이 좀 부자연스럽다. 정확한 사격 솜씨는 천하일품이다.
다른 대원들 : (일제히)
네! 그렇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시영: 제군들은 비밀리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제군들의 이름마저 땅에 묻어야 한다. 그래도 좋은가?
*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공사: 섭섭함은 잠깐이고 죽으면 본전인데.
죽고나 이름 몇 자 남긴들 몇 천 년을 가겠습니까?
결국은 다 잊혀 질 것을 ...
*십칠 세로 대원중에서 공사가 제일 어리다. 입은 무거우며 할 말만 한다. 행동은 민첩하고 눈치가 빠르고 청각이 발달하여 추적에 뛰어난다. 보통 키에 범상치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또렷한 이, 목, 구, 비에 입술 선이 감각적이다.
화려한 권총 사격술과 궁술, 골굴사에서 익힌 격투기가 특기이다.
*모인 사람들 제일 어린 공사의 말에 감동을 받은 듯 잠시 잠잠하다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떡인다.
시영: 정말 고맙다. 제군들을 위해 무관학교의 모든 힘을 모아 지원 할 것이다. 지금 분교에 마련된 비밀 훈련장으로 떠날 준비를 하여라.
모든 대원들: (힘차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예!.......
SCENE #18. 1920년3월 초. 무관학교 분교에서 떨어진 오두막
*고산자에서 퉁하현 치다오거우(七道溝) 쾌대무자(快大茂子)로 비밀리에 이동한 특전 단은 타고 온 트럭 짐칸에서 내려 마련된 통나무집에서 짐을 푼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급히 지은 듯한 집안에는 이층으로 된 다섯 개의 침대와 식탁과 의자, 화덕이 전부이다.
*삼월이라도 이곳 저녁은 매우 춥다. 차려진 밥상에는 얼어붙은 감자와 보리밥 한통 묵은 김치와 멀건 된장국이 전부다.
안내인 : 훈련 교관은 내일 아침에 옵니다. 장작은 집 뒤에 있으니 사용 하시구랴.
*안내인은 분교로 돌아가는 트럭을 타고 훌쩍 떠나버린다.
공팔: (공 삼.사.오에게 시선을 돌리며)
이래 먹고 우리들이 특수훈련 받겠냐?
니들 밖에 둘러 봐라 뭐라도 먹을 게 있을 런지.
*공사는 활을 챙기고 공 삼.오는 단검을 허리에 차고 횅하니 밖으로 나간다.
*공 일.이는 집밖으로 장작을 가지러 나가고
*공 육.칠은 지급된 이불이며 식기 등을 점검한다.
*모두 척척 알아서 하는 대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공 팔.구는 집 주변 정찰을 나간다.
*공 일.이는 장작불을 피워 식어버린 국과 음식들 데우고 있다.
*공 육.칠은 앉아서 물끄러미 이 광경을 처다 보고 있다.
*공 팔,공구가 들어온다.
공구: 숙소 뒤편에 개울이 흘러 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마을과 분교와도 멀리 떨어져 있고 서북쪽은 깊은 산림지대다.
*공구의 날카롭고 매서운 외모는 그의 성격과도 똑 같아서 대원들이 좀 무서워한다. 공팔이 엄마역이라면 공구는 엄격한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십 오세인 공구의 창백하고 가름한 얼굴 왼쪽 뺌에는 칼자국이 선명히 보인다. 키는 단원 중에서 제일 큰 듯하다.
*잠시 후 공 삼.사.오가 의기양양하게 들어온다.
*공삼의 어깨에 산비둘기 3마리와 공사의 손에는 2마리의 산토끼가 쥐어져 있다.
공삼: 산이 깊고 주위에 숲이 잘 보전되어 짐승들이 많은 듯합니다.
훈련 중 틈틈이 덧을 놓으면 산돼지도 잡을 수 있어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오.
*골굴사 출신인 공삼은 항상 긍정적이고 명랑하다. 보통 키에 둥근 얼굴 이마가 훤하게 잘 생겼다. 후각이 남다르고, 단검, 표창 던지기 달인이다. 단거리 속사 부분은 단연 으뜸이다.
*공오 역시 골굴사에서 무술을 수련하여 격투기의 달인이며 나이는 공삼과 동갑 십 팔세이다. 성격이 급하고 화끈하다. 끈질기며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장을 본다. 하지만 정에는 약하고 눈물도 많다.
근육으로 울퉁불퉁한 몸매로 얼굴이나 몸에 털이 무성하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를 보는 듯하다.
나머지 대원들 : (좋아하며)
동생들 수고했다.
*공 육.칠은 동생들이 잡은 저녁 감을 들고 장만하러 밖으로 나간다.
그들은 동림 무관학교 출신이다. 이 십 세인 공육은 우직하고 불평 없이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는 반면 공칠은 십 구세로 성격이 좀 까칠 하고 직설적이고 비판적이다. 둘 다 머리를 짧게 깎았고 유도로 단련된 좀 뚱뚱한 몸매를 하고 있다. 특히 하체가 발달한 큰 덩치여서 부딪히면 다칠 것 같아 접근하기도 두렵다.
*맛있게 구워진 비둘기와 산토끼, 보리밥과 감자, 김이 펄펄 나는 된장국으로 식탁에 둘러앉은 대원들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있다.
공사: 그런데 원봉 동지는 왜 우리와 함께 행동을 안 합니까?
공팔: 응 ! 우리 작전에 기관단총이 필요한데 독일제 총이 좋은가봐. 원봉이 난징대학에서 독일어 공부를 했으니
난징에 가서 잘 아는 독일교사를 통해 기관총과 수류탄, 다이너마이트 등을 구할 임무를 받은 것 같다.
공구: 어차피 우리들은 무인 출신이니 전투요원이고 원봉은 뛰어난 머리로 우리들이 움직일 작전을 짜는 역할을 해야겠지요.
얼핏 들으니 상해에도 의열단이라는 조직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공팔과 공구는 두 살 차이 이지만 공구는 공팔을 깍 듯이 예우한다.
그래야 아래 동생들이 본받을 테니까.
*공일은 먹던 산토끼 다리를 내려놓으며
호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종이 뭉치를 꺼낸다.
공일 : 동지들 어차피 우리 이름마저 땅에 묻고 특수임무를 수행하기로 하였으니 이름대신 부를 호칭이 있어야한다 생각 하오. 1에서 9까지 9장입니다. 마음에 맞는 숫자를 선택해 이름으로 대신합시다. 공일, 공이. 공삼... 공구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요?
*신민회 출신 이십 이세 공일은 기획력과 손재주가 특히 뛰어난다. 특전대가 사용 할 무기들을 개량하여 각종무기들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영리하게 생겼다. 키는 좀 작은듯하나 눈에서 뿜어 나오는 총명함은 누구라도 쉽사리 설득 할 것 같다.
*또 다른 신민회 출신 이십 삼세 공이는 좀 내성적이며 여성적이다.
폭탄 제조가 전문이다. 호리호리 하면서도 탄탄한 근육질의 사나이다.
영화 주인공 같이 잘 생긴 얼굴에 하얀 피부. 엉뚱한 발상을 잘 한다.
다른 대원들: 괜찮은 생각이네.(모두 찬성한다.)
*제일 나이 많은 맏형부터 선택하기로 한다.
공팔 : 나는 팔자가 좋아. 우리 대원이 항상 팔팔하게 하! 하!.
공구 : 형님이 팔자를 했으니 나는 구를 선택 할 수밖에 없네요. 어차피 둘은 후방 저격수이니 번호가 붙어있어야 편하겠지요.
공일 : 난 첫 번째가 좋습니다.
*1번이 적힌 쪽지를 집는다.
공이 : 좌측을 같이 맡아야 하니 나는 2번이요.
공삼 : 전방 중앙에 우리 삼명이 돌격대를 맡았으니 제가3번.
공사 : 제가 4번.
공오 : 저는 오번입니다.
공육 : 우리가 우측이니 저는 공육이오.
공칠 : 마지막으로 행운의 번호를 남겨주니 감사하나이다.
공구 : 어떤 작전 상황에서 지시된 명령이 특전단의 의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할 일들이 생길 거예요 .
우리단의 비밀 암호는 진공묘유(眞空妙有)로 함이 어떨까요?
필히 이 암호가 유용하게 쓰일 때가 올 것입니다.
공사 :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요?
공구 : 세상 모든 것들이 진실로 헛되고 공허한 것이나 묘하게 뜻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는 뜻이지요.
지금 우리가 목숨을 건 독립투쟁 처럼...
*일시적으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나머지 대원들 : (모두 다 입을 모아 합창을 한다.)
통(通)이요......
공삼 : 코를 씰룩거리며... 내 별명이 개 코인데. 어디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다른 대원들 : 우리는 모르겠는데.
공삼 : 아닙니다! 분명히 어디 술이 있어요.
*공삼은 마치 냄새를 따라 가듯이 탁자 밑을 지나 마루 쪽으로 코를 실룩거린다. 마룻바닥 나무판자 틈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판자 몇 장을 들어낸다.
공삼: 앗 사! 동지들 술독이 얌전히 누워있네요.
*공 사.오가 뛰어가 함께 술독을 들어내 와 식탁위에 놓는다.
*모든 대원들은 이 뜻밖의 횡제에 모두 기뻐 환호성을 지른다.
*공 육.칠이 재빨리 술잔을 준비하고 공 이.삼은 술을 잔에 따라 돌린다.
공사 : 공팔 형님 건배 제의를 하시지요.
공팔 : 자 형제들 술잔을 높이 들자.
*공팔이 선창을 한다.
공팔 : 사랑하되 바라지 말고. 투쟁하되 미워는 말자.
모든 대원들 : 사랑하되 바라지 말고 투쟁하되 미워는 말자.
공팔 : 싸우면 이기고, 헛되이 죽이지 말자.
*모든 대원들 후창
공팔 : 즐김에 취하지는 말고, 잊혀짐에 억울해 말자.
*모든 대원들 후창
*공팔 : 한마디 해라는 뜻으로 공사를 보며 씩 웃는다.
공사 : 섭섭은 잠깐이고, 죽으면 본전이다.
*모든 대원들 후창
*와! 함성과 함께 모두들 술잔을 비우고 일제히 박수를 친다.
공구 : 공팔 형님 오늘은 이름도 새로 생겼으니
좀 취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모두들 박장대소를 하고 누군가 노래를 하기시작하고 무엇인가 박자를 맞출 도구들을 찾는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사 울고 간다.(합창)”
“님아 ! 님아! 고운님아! 칠성판이 웬 말이냐! 저리 쉬이 가고나면
우리 낭군 어이 할꼬(합창).“
*모두들 각자 들고 있는 소품들로 박자를 맞추어 두드리며 노래를 반복하고 점점 빠르게 이어 부른다.
*우리 민족은 한스런 노래를 좋아 한다.
한이 많음은 기억이 잘 지워지지 않는 다는 말이다.
특히 슬픈 기억들은 .....
특전 대원들의 가슴속 깊이에도
두견새 우는 슬픈 사연들이 필히 있으리라....
*술잔이 또 돌아가고 훈훈한 밤이 이어져 간다.
*통나무집에서 노래 소리와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밤하늘엔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SCENE #19. 1920년 3월 초. 백두산 어느 깊은 동굴.
*동굴을 밝히는 송진횃불 아래 큰 솥이 끓고 있다.
*하얀 옷에 긴 흰 수염을 한 선인은 솥 옆 탁자에 준비된
100년생 산삼, 곰쓸개, 호랑이 뼈, 늑대 간, 참수리의 눈을 차례로 넣는다.
*선인이 영험한 주문을 외운 후 합장을 한다.
*조금 후 영지버섯, 등등 기기묘묘한 약제들을 또 넣는다.
*선인은 솥뚜껑을 닫고 뚜껑에 좁은 관으로 연결된 증류장치를 설치한다.
*연결된 증류장치의 관 끝에는 다른 통이 놓여있다.
*아주 천천히 한 방울씩 액체가 떨어진다.
선인: 백일을 다려야 한다. 근처에 화경버섯을 찾아야 하는데....
SCENE #20. 1920년 3월 초 / 다음날. 분교 통나무집
*통나무집 앞에 낡은 트럭이 오고 이 시영과 훈련 교관이 내린다.
*그들은 통나무집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통나무집 안은 엉망이다. 술독은 비어있고 바닥에 쓰러져 자는 이 침대에 처박혀 자는 이 . 탁자에 기대여 코를 고는 이....
*시형과 교관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교관 : 아유... 술내야.. 기상! 이놈들아! (호각을 분다.)
삑!삑!삑!
*하나, 둘 호각 소리에 놀라서 일어난다.
교관 : 통나무집 밖으로 집합 10초전.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진다.
*후다닥. 대원들이 밖으로 나가 모여 선다.
교관 : (공일을 가르키며) 기준!
공일 : 기준
교관 : 기준을 중심으로 횡대로 정열
*대원들 재빨리, 허둥지둥, 움직인다.
교관 : (공팔을 가르키며) 기준!
공팔 : ( 손을 위로 번쩍 쳐들면서)
기준!
교관 : 기준을 중심으로 종대로 정열
*대원들 이제는 서서히 술이 깨기 시작한다.
*교관은 계속해서 명령을 반복 한다.
교관 : 좌측에 큰 소나무 보이나?
대원들 : 네!
교관 : 소리가 작다. 보이나?
대원들 : (더 큰 소리로)
네!!!
교관 : 좌에서 우로 선착순 1명.
(호각을 짧게 분다.) 삑
*대원들 전력을 다해 뛰어 갔다 와, 도착한 순서대로 줄을 선다.
교관 ; 뒤로 번호!
대원들 : 하나. 둘......아홉. 번호 끝.
교관 : 일번 제외 나머지 다시 뛰어 갓.... 삑!
*대원들 전력을 다해 다시 뛰어 갔다 와, 도착한 순서대로 줄을 선다.
교관 : 일번 제외 나머지 뛰어 갓....삑!
*대원들 이제 지쳤다. 뛰면서 공구가 소리친다.
공구 : 교관이 끝까지 다 돌릴 모양이다 나무 돌고 나서
횡대로 뛰어 동시에 들어가자.
*남은 대원 7명이 횡대로 줄을 맞추어 동시에 들어온다.
*순간 교관 얼굴이 일그러진다.
교관 : 아니 ! 이놈 들이....
*시영이.. 껄, 껄, 웃으며 교관을 저지한다.
*시영의 얼굴에는 만족하는 미소가 번진다.
시영 : (대원들이 다 도착하자) 자! 이제 대원들은 제자리에 앉아 들어도 좋다.
*대원들은 대형을 맞추어 앉는다.
시영 : 앞으로 제군들을 백일동안 특수훈련을 시킬 교관을 소개한다.
*교관이 대열 앞에 선다.
딱 보기에도 원칙대로만 시행하는... 융통성이란 조금도 없어 보인다.
교관 : 우리는 죽기를 각오로 조국 광복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
나의 임무는 제군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단련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100일간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훈련을 한다.
그동안 여러분들의 목숨은 내가 맡아둔다. 알겠나?
모든 대원 : (속으로 이젠 죽었구나 하면서) 네....
SCENE #21. 무관학교 분교 통나무집 앞 훈련장.
교관 : 체력 단련이다. 숨이 붙어 있을 때 까지 한다.
*9개의 배낭이 준비 된다. 배낭 안에 돌을 채워 둘러메고 뛰기 시작한다.
*길이 좁을 시엔 일자로 뛰다. 공간만 확보 되면
전투대형으로 벌려서 뛰어 간다. 뛰면서 항상 사주 경계를 한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돌로 만든 역기를 어깨에 메고 앉았다 일어서며 위로 도약.
*거꾸로 매달려 손에는 아령을 잡고 윗몸 일으키기.
*1인은 엎드리고 1인은 엎드린 이의 다리 들고 빨리 기어가기.
*2인1조, 업고 비탈길 오르기. 등등
교관 : 이번훈련을 사격훈련이다.
*100미터 전방에 호를 파고 호에서
흔들리는 표적을 조준해서 사격을 한다.
*파 놓은 호에 수류탄이 날아오면 이를 쳐내는 훈련을 한다.
*물감이 묻은 짧은 막대로 상대의 막대를 피하며 적을 찌른다.
*눈을 감고 권총 탄약 6발 장전을 10초안에 한다. 등등
백두선인
SCENE #22. 1920년 5월 하순. 백두산 모처.
*백두선인이 둥근 보름달 아래 스르르 미끄러져 이동하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그러다 먼발치에서 마치 도깨비불처럼 푸르게 빛나는 빛줄기를 발견하고 그리로 움직인다.
선인 : 화경버섯이다.
*화경버섯이 보름달 아래 죽은 고목나무 줄기를 따라 마치 도깨비
불처럼 푸른 야광으로 빛나고 있다.
*선인은 몇 줌의 버섯을 채취하여 다시 동굴로 돌아온다.
*동굴로 돌아온 선인은 이제 증류되어 진액만 남은 묘활주에 화경버섯을 넣고 다시 달인다.
선인 : 내일이면 다 되는 구나.....
SCENE # 23. 1920년 5월 하순./ 이틀 뒤. 백두산 모처.
*회영이 백두 선인 앞에 서있다.
*탁자위에는 10병의 묘활주가 야광의 푸른빛을 발 하고 있다.
백두선인 : 선인의 세계에는 인간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묵계가 있었다. 허지만 후지 선인이 이를 어기고 그의 흑 마법으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바다 건너 일본 땅은 수십 년 전 부터 조선반도와 만주벌판 중국등지에 많은 닌자들을 풀어 놓았다.
그들의 임무 중에는 조선 땅, 신령들의 전령인 호랑이들을 몰살시켜 조선의 혼을 없애고 조선반도와 만주로 이어지는 민족의 혈맥인 백두대간 곳곳에 쇠말뚝을 밖아 수 천 년을 이어온 조선족의 정기를 끊으려는 것이다.
호랑이들이 다 죽고 혈맥이 끊기면 조선족의 혼과 정기도 사라진다.
그리되면 그 혼과 정기로 존재하는 신령들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 땅에 마지막 남은 조선족의 신령이다.
회영 : 나라만 빼앗긴 게 아니군요..
백두선인 : 이 묘활주로 부디 이 강토를 지키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라. 이것을 마시고 하루 동안 깊은 수면에 빠지고 깨어나면 체질에 따라 초능력이 생긴다.
허지만 그 능력자들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일에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다만 뒤에서 그 일이 성사되도록 도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마 인간들의 오감과 근력이 다섯 배는 활성화 될 것이다.
회 영 : 필히 그리 하겠습니다.
SCENE #24. 1920년 5월30일. 무관학교
*원봉은 난징에서 의열단을 조직 한 후 특수훈련이 끝날 무렵 특전사들이 사용할 무기를 구입하여 무관학교로 돌아온다.
*신흥 무관학교 사무국에 들린 원봉이 시영에게 구해온 무기들을 보여 준다. 총기류와 실탄, 수류탄 ,다이너마이트들이 한 트럭 가득이다.
시영 : 수고했다. 이 무기들은 앞으로 우리 군의 전투를 많이 향상 시킬 것 같구나. 하하하.. 그러나 이것도 절대 비밀사항이다.
빨리 통나무집으로 가서 대원들이 무기 사용법을 숙지하고 익히게 하라.
원봉 : 시영님 ! 무기구입 차 난징에 들렸다.
상해로 가서 강력한 비밀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의혈단이라 이름을 지었는데 오로지 자발적인 운영자금과 작전계획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시영 : 자네는 앞으로 조선독립에 막대한 역할을 하겠구나.
오늘 회영 교장님이 백두산에서 돌아오시면
나도 통나무집으로 갈 것이니 먼저 출발하도록 해라.
*원봉이 통나무집으로 출발하려고 하는 순간 한 대의 차가 학교로 들어오더니 연락책인 명수가 내려 원봉과 함께 서있는 시영에게로 다가온다.
*명수가 경례를 한 후 시영에게 보고를 한다.
명수 : 평양에 김재덕 동지가 노출되어 잡혔습니다.
우리가 보낸 권총과 폭탄들도 모두 압수되었다고 합니다.
재덕동지가 권총을 오발하는 바람에 일경에게 채포되었고 그 심부름을 한 숭의 여학교 권기옥이라는 여학생도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연락책 명수로 부터 김재덕 사건으로 기옥의 동생과 엄마가 연루 되고 기옥이 일경에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통나무집으로 가는 원봉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통나무집에 도착한 원봉은 대원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원봉은 가지고 온 무기들을 대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사용법을 일러준다.
*그중에서도 공 일.이.육.칠이 사용 할 독일제 MP18기관총은 과연 명품이었다. 이총 한 자루가 분대병력의 화력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네팔 네와르족이 특수 제작된 전장 50cm 쿠쿠리란 단검과
권총 나강 M1895는 모든 대원들에게 지급된 근접전의 무기이다.
천궁이란 활과 화살, 각종 표창, 다이너마이트, 등 원봉의 수고로 특전대는 당대 최고의 무기로 무장한다.
모두들 4자루의 자동소총에 놀라움과 관심을 보인다.
대원들은 각자 지급받은 무기들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
원봉의 능력과 안목에 놀라울 따름이다.
SCENE #25. 그날 저녁. 무관학교 통나무집.
*저녁이 되자 시영이 손에 나무상자를 조심스레 들고 들어온다.
*대원들을 탁자에 앉게 하고 상자를 열어 작은 병에 든 푸른 야광의 묘활주를 꺼내 한 병씩 나누어 준다.
시영 : 이 약은 묘활주라고 한다. 회영 교장님이 백두산 선인에게 받은 것이다. 대원들의 체질에 따라 호랑이, 곰, 늑대, 독수리의 기가 전해져 아주 묘하게 강해진다 하였다. 허지만 검증 된 것은 없다. 죽을 수도 있다.
공팔 : 회영님의 말씀이니 믿을 수밖에 없네요.
제가 먼저 마시겠습니다.
*공팔이 작은 병의 묘활주를 입에 대고 단숨에 마셔 버린다.
*공팔은 현기증을 느끼며 스르르 엎드려 잠에 떨어진다.
*다른 대원들은 공팔을 침대에 반듯하게 누인다.
시영 : 공팔이 잠든 것 같다. 이 약을 마시면 하루는 깊은 수면 속으로 빠진다고 했다.
*다른 대원들도 각자 침대로 가서 묘활주를 마시고 깊은 잠에 빠진다.
*시영은 대원들을 둘러보고 이불을 일일이 정성을 다해 덮어주고
오두막을 나선다.
시영 : 믿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죽을 것 같지는 않다만 ... 내일이면 알겠지.
SCENE #25-1. 다음날 아침
*원봉이 먼저 깨어난다. 원봉은 묘활주 반만 마신 것이다.
12시간은 잔 것 같다. 꿈속에서 호랑이가 온 산을 포효하며 뛰어 다녔다.
*원봉은 개인 화기인 M1895를 허리에 차고 쿠쿠리 두 자루는 다리에 묶는다. 실탄을 챙긴 후 대원들에게 쪽지를 남긴다.
*저는 먼저 상해에 조직한 의열단의 운영자금 조달로 경성으로 갑니다. 깨어나시면 현재 제일 골칫거리인 일본군 월강추격대를 섬멸하여주십시오. “진공묘유.眞空妙有”
*원봉이 통나무집을 나와 기옥이 있는 평양으로 달린다.
*원봉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분명 걷고 있는데 마치 호랑이가 달려가는 듯하고 축지법을 쓰는 것 같기도 하여 .
원봉 자신도 몹시 놀란다.
원봉 : 묘활주라......
SCENE #26. 다음 날 . 평양 교도소
*검찰이 모진 고문을 해도 기옥이 입을 열지 않자 제령위반이라는 죄목으로 6개월 형을 받는다.
*감옥에 갇힌 기옥은 거의 미동이 없다. 모진 고문으로 이미 몸은 만신창이 되었고 숨소리도 가늘다. 일경들은 단지 기옥이 숨을 거두기만 기다리는 것이다.
*평양에 도착한 원봉은 갑순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는다.
갑순은 울먹이며 그간의 일들을 원봉에게 전한다.
기옥이 모진고문을 끝까지 견디자 일본경찰은 김재덕 사건에서 기옥에게 씌울 죄에 대한 증거가 마땅치 않아 기옥을 제령위반제로 6개월 형을 선고하여 복역 중이라는 것이다.
*원봉이 평양형무소 담을 넘는다. 담벼락 아래 놓인 돌을 밟고 허공으로 차고 오르더니 담을 넘어 반대편으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원봉이 자신의 기묘한 능력에 감탄할 틈도 없이 형무소의 서치라이트를 피해 형무소 안으로 잠입한다.
본능에 이끌려 기옥을 찾아들어 간다.
원봉은 기옥의 체취를 기억하고 그 냄새를 따라 가는 것이다.
*간수가 나타나자 순간적으로 천장 위로 몸을 띄워 천장에 매달려 피한다.
*원봉 자신도 자기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원봉은 기옥이방 자물쇠에 단검 쿠쿠리의 손잡이를 넣고 비틀어 돌려 끊어버린다.
*거의 초죽음이 된 기옥의 모습에 원봉의 가슴은 미어진다.
*원봉이 남은 묘활주를 의식이 없는 기옥의 입으로 넣고 손으로 입을 막은 후 가슴을 눌러 약이 목안으로 넘어가게 한다.
*기옥이 낮은 신음을 한 뒤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얼굴이 편안해 진 듯하다.
*깊은 잠에 빠진 기옥을 잘 덮어주고 원봉은 바람처럼 감옥을 빠져 나온다.
원봉 : 다나까...... (순간 원봉의 두 눈에 파란 섬광이 번뜩인다.)
SCENE #27. 그날 밤. 다나까의 집
*다나까의 집 앞이다. 일본식으로 지은 2층집이다.
*이층으로 뛰어 오른 원봉은 창문을 밀어 올리고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간다.
*집안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음은 다나까는 혼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묘활주 덕분인지 어둠에서도 물체들이 잘 보인다. 마치 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낮과 같다.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집중하니 더욱 더 또렷하게 들린다.
원봉 : 고양이?
*어둠속에서 원봉의 눈동자의 푸른 섬광이 번쩍인다.
*일층 현관문 근처의 고양이는 마치 호랑이를 만난 듯이 바들바들 떨면서 웅크리고 있다.
*원봉이 이층에서 내려와 한쪽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시간이 흘러 문밖에 자동차 엔진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다나까가 집 문 앞에 서있다.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이상한 기운이 집에서 뻗쳐 나오는 것이다.
*순간 다나까의 눈동자가 빨갛게 바뀐다.
*다나까가 문을 열자 다나까가 키우던 고양이가 마치 죽음직전에서 탈출을 하듯 괴성을 지르며 문밖으로 쏜 살같이 도망쳐 나온다.
*문은 열려있고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다나까 : 기운이 세다.
*다나까는 권총을 꺼내 문 안쪽을 향해 쏘기 시작한다.
*여섯 발을 모두 발사한 후 다나까는 허리춤에서 일본도를 빼들고 어두운 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칼이 품어내는 빛이 섬뜩하다.
*다나까의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빨간빛을 발한다.
다나까도 어둠속에서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다나까는 닌자인 것이다. 후지선인이 흑 마법으로 만들었다는 아리닌자였다.
*원봉은 이층 난간에 몸을 웅크리고 다나까의 접근을 주시 하고 있다.
*다나까가 난간을 지나치자 원봉은 소리 없이 사뿐히 다나까 뒤에 내려와 쿠쿠리를 다나까 목덜미에 꼽아 넣었다.
*욱! 비명소리와 함께 다나까가 몸을 돌린다.
목에 칼이 꼽힌 채 검은 피는 흘러내리지만 다나까의 장도를 든 자세는 아직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나까의 장도는 원봉을 향해 허공을 가른다.
*원봉은 몸을 비껴 피하며 다나까가 자세를 고쳐 잡는 순간 왼손의 또 하나의 쿠쿠리는 다나까 심장에 정확히 꽂혔다.
*다나까는 무릎을 끊고 장도로 몸을 지탱한 채 숨을 몰아쉬고 있다.
*원봉은 다나까의 죽음을 확인하고 쿠쿠리를 뽑아 다나까의 옷에 문질러 닦고 발목에 차고 있는 칼집에 넣는다.
원봉 : 이런 놈들이 도대체 몇이나 있는 걸까?
*원봉이 다나까 집을 나와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월강 추격대
SCENE #28. 1920년6월 1일. 통나무집
*공팔이 잠에서 깨어난다.
온 몸이 강한 전기에 감전 된 듯 몸을 격렬하게 떤다.
*공일.공이....공구까지 모두 깨어난다.
모두 몸을 떨다 차츰 안정이 된다.
*깜깜한 통나무집 안이지만 불을 켤 필요가 없을 듯하다.
*모두의 눈들이 야광으로 파랗게 번득인다.
공팔 : 동생들아! 별일 없는 거야?
공칠 : 형님! 지금 별일이 있는 거잖아요.
공사 : 말이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은데요!
공오 : 원봉은 보이지 않습니다.
*공삼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테이블 위에 원봉이 전하는 쪽지를 발견하여 눈으로 읽는다.
공삼 : 월강추격대를 섬멸하라. 眞空妙有
공팔 : 쪽지는 태워버리고, 각자 무기를 챙겨라!
이제 이 오두막을 떠난다.
*모두들 무기를 챙기고 배낭을 꾸린다.
움직이는 손끝이 무척이나 빠르다.
공팔 : 공 삼.사.오는 선발대다 먼저 달려라.
방향은 북서쪽 목적지는 푸숭이다.
*공 삼.사.오가 문을 열고 달리기 시작 한다.
그들은 잠들어 있는 동안 내내 늑대 무리가 원숭이, 너구리, 오소리 등을 사냥하러 몰려다니는 꿈을 꿨다.
*공팔과 공구는 통나무집 앞에 서서
독수리의 눈으로 이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둘은 깊은 잠에서 독수리가 되어 백두산을 배회하였다.
공구 : 80km 속력인 데요
*마치 차량을 타고 최고 속도로 질주하는 것 같았다.
공팔 : 공 삼.사.오 너무 빠르다 뛰지 말고 걸어라.
공 삼.사.오 : 수신 양호.
*공 삼.사.오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보통 걸음으로 걷는데도 20km의 속도는 넘는다.
공구 : 20km 속도입니다.
정말 묘활주의 효능이 놀랍습니다.
공팔 : 공 삼.사.오 계속 진군하라. 너희들 뒤에 일.이.육.칠이 가고 그 뒤에 나와 구가 간다.
공 삼.사.오 : 수신
공팔 : 일.이.육.칠 출발하라.
공일 : 공일 수신.
공이 : 공이 수신.
공육 : 공육 수신.
공칠 : 공칠 수신.
*각 분대별 간격을 오리로 해서 특전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20시 출발했기에 주변은 칠흑과 같이 어두웠지만 이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SCENE #29. 1920년 6월2일. 푸숭
*퉁화에서 200km를 걸어서 푸숭에 도착했다. 10시간을 걸은 것이다.
동녘이 밝아 온다.
공팔 : 공삼 푸숭에 도착하면 식사 해결 할 곳을 찾아라.
공삼 : 수신. 천천히 오세요.
*푸숭의 모처에서 구해온 음식들을 모닥불을 피워 데우고 있다.
이 것 저 것 잡탕으로 같이 넣고 끓인 꿀꿀이 죽이다.
*공사가 구해온 큰 들통에서 물을 붓고 끓인 죽을 각자 반합에 나누고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는다.
*밤새 걸어 와서인지 모두들 허겁지접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소 한 마리는 그냥 먹어 치울 기세다.
공팔 : 대략 4km 사이에는 의사소통이 되는 듯하고 걸어서 하루에 200km는 갈 수 있는 것 같다.
나와 공구는 시력이 굉장히 좋아진 듯하다. 저격용총으로는 1km 안 물체는 모두 맞힐 수 있겠다.
*공구가 아주 멀리 떨어진 돌탑 위에 놓인 솔방울을 겨냥하여 쏜다.
단방에 명중이다.
공삼 : 저희들의 몸이 너무 가벼워 진 것 같습니다.
*공 삼.사.오가 빈터로 나와서 무술 시범을 보인다. 그들의 손과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공이 : 일.이.육.칠. 모두 근력이 어마어마하게 강화된 듯합니다.
네 명은 자는 내내 곰들이 모여 힘자랑하는 꿈을 꾸었답니다.
*공육 : 주위에 있는 200kg이 넘는 바위를 집어 가볍게 들어 올린다.
*공칠 : 호박만한 돌을 집어 멀리 던진다.
300m는 족히 날아간다.
*공이 : 제자리에서 위로 뛰어 본다. 7m 높이로 위로 솟구치고 사뿐히 착지를 했다.
*공일 : 제자리에서 멀리 뛰어 본다. 10m는 가뿐히 넘을 것 같다.
공팔 : 우린 하늘이 주신 능력을 부여 받은 듯하다. 이 능력으로 부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
잠시 눈 부치고 이도구를 행해 출발한다.
SCENE #30. 1920년6월3일. 이도구
*이도구에 도착한 대원들 모처에서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월강 추격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러 나간 공 삼.사.오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공삼 : 함경북도 나남에 일본군 제19사단이 주둔하고 있고
종성군 강양동에 위치한 일본 헌병중대에 월강추격대라고 불리는 소대병력이 파견 나와 있다는 데, 그 솜씨가 귀신같아서 함경도를 경유해서 중국으로 가는 독립군 지원자들과 독립자금 운반책들을 거의 모두 잡아낸다는 소문입니다.
공사 : 그런데 며칠 전 신민단 간부가 그들에게 잡혔는데 내일 신민단에서 05시 해 뜰 시간에 맞추어 구출작전을 한다고 합니다.
공팔 : 강양동 까지는 지금 출발하면 04시면 도착 할 수 있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야 한다. 출발하자.
*모두들 군장을 정리하여 둘러매고 또 밤길을 떠난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안개가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는 듯하다.
SCENE #31. 1920년6월4일. 함북 종성군 강양동 일본 헌병대
*헌병대는 남쪽 북청에서 올라와 나진, 선봉 쪽으로 가는 길과 백두산 쪽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삼각지를 끼고 난, 도로 옆에 넓게 자리하고 있다.
*부대 좌측은 도로를 따라 산 능선이 이어지고 우측 도로 밑으로 개울이 흐르고 있다. 헌병대는 가운데 연병장을 중심으로 3개동으로 나눠져 있고. 부대 둘레에는 철조망이 둘러 쳐 있다. 부대 입구에는 위병초소, 부대 둘레에는 3개의 초소가 있다. 위병 초소에는 불이 밝혀져 헌병대 왼쪽 산 8부 능성까지 그 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어둠속에서 한 무리 실루엣이 움직인다.
공팔 : 삼십분이면 동이 튼다.
일단 나와 구는 부대 왼쪽 능선에서 저격대기 한다.
공구 : 우리는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신민단이 공격하길 기다렸다 혼란을 틈타 일본군들의 방어력을 무산시킨다.
공 일 : 각 막사에 잠입하여 상황을 판단하여 행동하겠습니다.
공 이 : 삼.사.오는 위병 초소를 제외한 초병들을 처치한다.
공 삼.사.오 : 수신.
*공 일.이.삼.사.오.육.칠 빠른 움직임으로 부대에 접근하고 철조망을 단숨에 휙 뛰어 넘는다. 순식간 초병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 하고 어둠속에서 쓰러진다.
*침투한 대원들은 각 막사에 2명씩 나뉘어 잠입하고 공일은 신민단 간부를 잡아넣은 감옥을 수색 하고 있다.
*연병장 단상 밑에 조그마한 감방이 있고 인기척이 난다.
공이는 단상 위에 납작 엎드려 전방주시를 하고 있다.
공구 :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한 30명가량 되나보다.
공팔 : 10 여 명씩 위병소와 우측면 후방으로 나누어 공격 할 것 같다.
*신민단은 지금 철조망을 절단하고 있다.
*아직 어둠이 많이 남았다. 밝아지려는 족히 30분은 있어야 한다.
*막사에서 잠을 자던 일본군 장교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눈빛이 빨간색이다.
*순간.. .후방 쪽에서 철조망을 절단하던 신민단 침투조가 화장실로 가던 일본 헌병과 마주쳐 최초의 발포가 시작된다.
* 이 발포소리를 기점으로 세 방향에서 신민단원들의 총격이 일제히 시작 된다.
*공 일.이.육.칠은 막사 안에 수류탄을 투척한다.
*굉음과 함께 수류탄은 폭발하고
막사 안 일본 헌병들은 혼비백산이다.
*놀란 일본 헌병들은 속옷 바람에 총을 들고 대항하려 하나 이미 잠복된 특전대 들은 정확한 조준으로 그들을 제압한다.
*이때 각 막사에서 지붕을 뚫고 튀어 오르는 물체가 있다.
*일본 군복을 입었고 양손엔 각 각 권총과 일본 장도가 들려있다.
*지붕위에서 막사를 향해 맹사를 하고 있는 신민단을 향해 정조준을 하여 사격을 시작한다.
*총을 쏘던 신민단원 서너 명이 쓰러진다.
공구 : 아니 저놈들은 무엇이야 ?
*공팔과 공구의 저격 라이플이 불을 품는다.
*지붕 위 세 명의 몸통에 정확히 총알은 관통하였지만. 이들을 몸을 비틀거리다 가다듬고 계속 총질을 하다 지붕 밑으로 뛰어 내린다.
*신민단과 살아남은 일본헌병대와 총격전이 전개된다.
*지붕에서 연병장 쪽으로 뛰어내린 자들과 공 삼.사.오의 격투가 시작 되었다.
*총 맞은 자들은 검은 피를 흘리면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권총을 발사하며 일본도를 휘두른다. 하지만 공 삼.사.오의 힘과 속도에는 역부족이다. 공삼의 쿠쿠리가 몇 번이나 적의 팔 다리 몸통을 가격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닌자가 휘두르는 칼에 공삼도 팔에 상처를 입는다.
*공삼의 팔에서도 파란 야광색의 피가 흘러나온다.
공팔 : (갑자기 무언 가를 감지 한 듯) 심장을 노려라.
*공 삼.사.오의 단검과 권총이 닌자들의 심장을 정확히 가격하자 닌자들이 쓰러진다.
*공 삼.사.오가 닌자들과 싸우는 동안 공 일.이.육.칠의 기관단총
M P18은 일본군을 향해 무서운 화력을 뿜어낸다.
공 팔 : 빨리 철수하라.
*침투한 특전대원들은 순식간에 왼쪽 철조망을 넘고 산 능선을 오른다.
눈 감짝할 사이 공 팔.구가 위치해있는 곳으로 재집결 했다.
*이 모든 상황이 20분이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이제 날은 많이 밝아 물체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특전대의 야광 눈빛도 본래대로 돌아온다.
*눈 아래 보이는 일본 헌병대 막사에서는 여기 저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연병장 단상 아래 갇혀 있던 신민단 간부는 구출되어 풀려 나오고 있다.
*100여명의 일본 헌병들이 습격을 받아 단 20 분 만에 모두 사살 된 것이다.
*신민단 단원들의 승리의 함성 소리가 산 아래에서 특전단원이 있는 위쪽으로 울려 퍼진다.
공구 : 도대체 지붕위의 놈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
공팔 : 일본에도 우리 같은 피조물이 없으란 법은 없지!
*공사는 붕대를 꺼내 공삼의 팔을 묶어준다.
공육 : 저 놈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 까요?
공구 :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이런 변방에도 3명이나 파견된 걸로 봐서... 우리보다는 훨씬 그 수가 많음이 확실하다.
공팔 : 아무튼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기습공격을 하였기에 유리하였을 뿐, 그들이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공구 : 그들을 죽이려면 심장을 공격해야 하는 것이 확인 되었는데, 우리도 그러한 듯하다. 특별히 명심해야 할 것이야...
공이 : 일본군 제19사단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필히 만주에 있는 독립군과 대대적인 무력 충돌이 있을 것입니다.
공팔 : 그 말이 맞다. 우리는 19사단의 동태를 살피면서 차후 계획을 짠다. 공 삼.사.오 근처에 은신처를 확보하라.
*공 삼.사.오는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나머지 대원들은 은폐하여 대기하고 있다.
19사단의 역습
SCENE #32. 1920년6월5일 오전/함경북도 나남 일본군 제19사단
*사단장실에 다카시마는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다. 다카시마의 심기는 불편하다 못해 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부관 야스히로는 그 앞에 부동자세로 사단장의 지시를 기다리며 초조해 하고 있다.
다카시마 : 어제 있었던 사건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야스히로 : 하! 제 생각으로는 강 건너 독립군들이 대대적인 기습을 한 모양입니다.
다카시마 : 아무리 기습을 당했다 하더라도 대 일본제국 헌병과 월강 추격대가 그리 쉽사리 전멸을 당 할 수가 있는 것이냐?
야스히로 :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해 놈들을 추격하여 몰살 시키겠습니다.
다카시마 : 지금 당장 대대병력 규모로 정예부대를 편성하여 독립군들에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해라.
이 사건은 본국의 사이토 총리에게도 보고가 되었고 중국 국경을 넘는 문제에 대해서도 허락하셨다.
실패 시에는 아예 살아서 돌아올 생각일랑 하지 말라!
야스히로 : 하! 지금 당장 시행하겠습니다.
*야스히로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뒤돌아서 사단장실을 나온다.
*자기 방에 돌아온 야스히로는 니히미 중좌를 호출한다.
*니히미는 1분도 안 되서 야스히로 방문을 노크한다.
야스히로 : 들어와
니히미 : 불렀습니까?
야스히로 : 어제 벌어진 사건은 잘 알고 있겠지?
니히미 :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극비사항이지만
일본 최고의 아리닌자가 3명이나 파견되어있는데 그리 쉽게 당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야스히로 : 아리닌자에 관해서는 사단장도 모르는 사실이다.
필시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 19사단에 남은 닌자는 모두 몇이냐?
니히미 : 저를 포함하여 8명입니다.
야스히로 : 자네 중대와 보병 2개 중대. 중화기 중대. 기병1개 중대를 특별 차출하여 월강 추격대대를 편성하라.
니히미 : 언제 출전 합니까?
야스히로 : 점심식사 후 이다.
*19사단에는 비상 싸이렌이 울린다.
*각 부대원들은 완전군장을 꾸리고 중대장, 대대장들은 작전실로 뛰어온다.
*야스히로는 각 대대에서 차출된 중대의 명단을 불러주고 작전 개요를 설명한다.
야스히로: 점심 식사 후 기병대. 보병중대. 중화기중대. 수송대 순으로 출발한다.
*야스히로는 맨 상좌에 앉아있는 다카시마에게 경례를 올린다.
다케시마 : 어제 불행하게도 대 일본제국에 치욕적인 사건이 발발 하였다. 제군들은 기필코 이번 출전으로 만주 독립군들을 완전 소탕해 서 천황폐하의 힘을 만주벌판에 펼쳐야 할 것이다!
참석한 장교들 : 하! 천황폐하 만세!
*사단 연병장 단상에 다케시마가 서있고 기병대를 필두로 월강추격대대가 출동하기 시작한다. 그 기세가 대단하다.
십리에 걸친 말 100필과 40여대의 트럭 행렬은 멀리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SCENE #33. 1920년6월6일 오후 . 함경북도 훈춘 일대
*150여 km를 달려온 일본 토벌대는 두만강을 따라 훈춘. 봉오동 쪽으로 방향을 꺾어 진입하기 시작한지도 한 시간이 넘었다. 5시간을 달려온 것이다.
*행군 정지 나팔이 울려 퍼진다. 지휘 차에서 야스히로가 대열을 멈추게 하고 중대장들을 소집한다.
*나팔수들의 정지나팔 소리가 꼬리를 물고 위, 아래로 2km를 이어 달린다.
*토벌대 전 군은 길옆으로 운송 트럭을 붙이고 차에서 내려 휴식을 취한다.
*훈련된 군대라 휴식 중에 초병들을 내 보낸다.
*대열이 길어 가운데 위치한 지휘 차에 중대장들이 다 모이는데도 15분이나 걸렸다.
야스히로 : 적들이 기습이나 야습에 강한듯하니 한 곳에 모여서 야영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현 대형으로 길게 늘어서서 야영을 하고 내일 두만강을 건너 봉오동 지역으로 진격한다.
행군 시간은 내일 새벽 5시이다.
중대장들 : 하 ! 잘 알겠습니다.
야스히로 : 야습을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에 유념하라.
중대장들 : 하! 걱정 마십시오
*중대장들 일제히 자기 중대로 돌아간다.
*야스히로는 니하미를 부른다.
야스히로 : 너는 아리닌자들과 함께 전방에 적들이 야습하지 못하게
철저한 경계선을 펼쳐라.
니하미 : 하! 잘 알겠습니다. 안심하십시오..
SCENE #34. 1920년 6월6일 같은 시각. 훈춘 일대 특전대 은폐지.
*이미 석양은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멀리 길 건너편 산 8부 능선에서 특전대원들이 일본 군대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공팔 : 공이 다친 팔은 괜찮은 것이냐?
*공이 붕대를 풀어 보자 상처는 거짓말 같이 아물어 있다.
공팔 : 공 이.삼.사 너희들은 적들의 규모와 현 상황을 쓴 이 쪽지를 봉오동 독립군 사령부에 전해라. 시간이 없다. 최고속도로 달려라.
이 밀서를 받으면 독립군 본부는 분명 일본군을 대비하여 봉오동 일대에서 매복 작전을 펼칠 터이니 너희들도 독립군으로 합세 하여 싸움에 참여하다 차후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어제 우리가 처치한 일본 놈 괴물들이 분명 토벌대에도 섞여 있을 것이다.
*공 삼.사.오는 공팔로부터 밀서를 받아 품에 넣고 산등성이를 따라 봉오동을 향해 60km의 속도로 달린다.
SCENE #34-1. 1920년6월6일 일본군 차량 옆 임시막사.
*니하미는 자기 차량으로 돌아와 닌자들을 소집한다.
*닌자들은 모두 7명이며 일본군 장교 복장이다.
니하미 : 너희들은 식사를 끝내고 전초부대 전방 3키로 까지 수색 정찰을 실시한 후 500m 간격으로 매복을 선다.
닌자 모두 : 하 !
*닌자들은 모두 밖으로 사라진다.
SCENE #35. 1920년6월6일. 산 8부 능선 특전대 은폐지
공팔 : 우리는 밤을 기다린다. 02시경에 적 후방 탄약과 군량을 실은 수송차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여 폭파 후 봉오동으로 이동한다.
공구 : 적들도 만만치가 않군요. 모여서 야영을 하지 않으니 한꺼번에 큰 타격을 주기는 불가능 합니다.
공칠 : 그래도 탄약과 군량을 폭파해 버리면 토벌 전쟁 수행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공육 : 경계가 심해서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붙여 폭파 하려 해서는 초병에게 발각될 위험이 많을 것 같은데요.
공이 : 걱정하지 마라. 격발기를 붙여 트럭 바퀴 밑에 설치 해 놓으면 트럭이 움직이면 자동으로 눌러져 격발되고 폭발된다.
공팔 : 큰 전투가 시작 될 것 같다. 나와 구는 저격 위치에 있을 테니 폭탄 설치 후 적의 탄약 운송 차에서 가져 올 수 있는 최대한의 실탄과 수류탄을 확보해라.
공 일.이.육.칠 : 알겠습니다.
*공이는 다이나마이트에 붙일 공이를 만들고 있고. 공일과 공육은 조립용 천궁을 꺼내 활에 활줄을 건다.
나머지 대원들은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저녁준비를 서두른다.
*저녁거리를 가운데 놓고 모두 둘러앉았다.
달빛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원들은 식사의 흔적을 지우고 서로 어깨를 기대고 둘러앉는다. 작전을 시작하기에는 6시간이나 남았다.
공팔 : 우리가 움직이는 속도로 셈해 보면 공 삼.사.오는 봉오동에 도착 했을 것이다.
공구 : 내일은 정말 큰 전투가 있을 겁니다.
*순간 적막이 흐른다. 공칠이 적막을 깨려는 듯 말문을 연다.
공칠 : 나도 들은 이야기인데. 기생벌 이야기입니다.
말똥구리가 알을 놓기 위해 미리 파놓은 자기 구멍으로 힘들게 말똥을 굴려옵니다. 기생벌은 말똥구리 구멍 앞에서 숨어 기다리다가 말똥구리가 말똥에 알 을 낳고 그 구멍을 막으려는 찰나 구멍 속에 날아 들어가 말똥에 알을 낳고 죽어버립니다.
그런데 기생벌 유충들이 말똥구리 유충들 보다 빨리 알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말똥구리 유충들을 다 잡아먹어버리고 기생벌로 탄생하는 것이지요.
정말 비도덕적인 나쁜 놈들이지요! 저 일본 놈들처럼 말입니다.
공칠 : 음... 헌데 자연계의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의 논리로 본다면 나쁜 놈이나 착한 놈은 존재하지 않는 거다. 단지 존재하기 위한 투쟁이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들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일본 놈들에게 이렇게 침략을 당한 것도 사실은 그 잘못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도 선각자들이 있어 열강의 위협에 대비하고 부국강병에 힘을 모았더라면 이러한 비참한 결과는 오지 않았겠지.
공팔 : 공칠 말에도 일리는 있다만 불쌍한 민초들이 무슨 식견이 있으며 힘이 있겠냐? 나라를 책임져야 할 왕과 관료들이 현명하지 못하고 그 본분 을 다하지 않고 사리사욕에만 빠져 모두 자기 살길만 찾아서 나라가 이 꼴이 된 게 아니냐?
공일 :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입니다. 하루 빨리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서 백성이 주인이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이 : 그런 나라는 나보다는 우리를 존중하고, 자유로운 삶과 평등한 존재 가치를 위해서는 목숨도 아낌없이 바칠 수 있는 용감하고 정의로운 백성들이 필요합니다.
공육 : 그래서 지금 우리들이 이렇게 밤이슬을 맞으면서 투쟁 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잘 될 것입니다.
공팔 : 좋은 이야기 들이다. 자...잠시라도 눈을 붙이자.
*공일은 불침번을 서러 일어난다.
공일 : 제가 첫 번을 서겠습니다.
*시간이 꾀 흘렀다. 달빛아래 비친 시계가 02시를 가리키고 있다.
*모두 일어나 산을 타고 내려간다.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행진 대열 제일 뒤에 위치한 보급품 수송대는 10대의 트럭과 30여명의 대원으로 구성 되어 있었다.
*실탄과 포탄. 수류탄 등을 실은 트럭은 마지막 5대이다.
*차량은 3m의 간격을 두고 길 안쪽에 줄지어 세워져 있고 대열 전방 중간 후방에 각 각 두 명씩의 초병이 근무를 서고 있다. 초병들은 산 쪽의 경계는 무시하고 길 쪽만 주시하고 경계를 서고 있어 공 이 .칠이 다가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공이와 공칠은 사뿐히 몸을 날려 초병의 트럭 뒤에 몸을 숨긴다.
*후방 초병에게 공일과 공육의 천궁 화살이 날았다. 화살은 정확히 초병들의 목에 박혀버린다.
*쓰러지는 초병 둘을 공이와 공칠이 땅에 넘어지기 전에 붙잡아 화살을 뽑고 트럭에 기대여 세워 놓는다.
*다음 근무 교대 시 까지 빨리 해치우고 자리를 떠야 한다.
*중간에 서있는 보초와 전방의 보초도 같은 방법으로 해치운다.
*공일과 공이는 트럭 앞바퀴 앞부분의 땅을 파고 준비해온 폭약을 설치한 후 잘 덮어 표시가 나지 않게 위장한다.
*총 10대의 트럭에 폭탄을 설치하기에는 무척이나 손발이 빨라야 했다.
*바삐 작업하는 동안 공육의 천궁이 땅에 떨어지나 공육은 이를 알지 못한다.
*공일과 이가 폭탄을 설치하는 동안 공육과 공칠은 후방 5개 트럭을 수색하여 실탄과 수류탄 상자를 트럭 밖에 쌓아놓는다 . 총 8박스다 일인당 2박스는 둘러메고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작전은 성공 한 듯하다. 25분 만에 임무는 완료 되었고 공 일.이.육.칠은 실탄과 수류탄 박스를 양손에 들고 다시 산을 올라 공 팔.공구와 함께 대열을 맞추어 산을 타고 북진 한다.
*산길이라 속도는 40km 이상은 무리다. 한 20분을 달려가고 있을 때 죽은 초병이 발견되었는지. 비상 나팔이 울려 대고 열 지은 트럭들은 시동을 켜고 이인용 텐트에서 자고 있던 일본군들은 뛰쳐나오고 난리가 난다.
*비상 나팔 소리에 매복을 서고 있던 닌자들은 다시 본대 쪽으로 달려온다.
*산 팔부능선을 타고 있는 특전대와 산 애래 도로를 달려오는 닌자들은 서로 스치며 뭔가를 느낀다. 닌자들은 산 위를 특전대는 산 아래를 응시하며 계속 속도를 내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다. 수송대 트럭 앞에 니하미와 닌자들이 보인다.
수송 소대장 : 초병 6명이 사살되고 탄약 및 수류탄 8박스가
강탈당했습니다.
니하미 : 다른 피해는 없는 것이야?
수송 소대장 : 하 ! 없는 것 같습니다.
*니하미는 수송 소대장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니하미 : 야이 바보들아! 근무를 어떻게 섰기에...
*니하미가 닌자들에게 주위를 수색하라는 눈짓을 보낸다.
*닌자들은 흩어져 알 수 없는 적의 흔적을 찾아내려 여기저기를 뒤진다. 다른 병사들도 트럭 밑을 포함하여 주위를 수색한다.
*병사한명이 공육이 떨어뜨린 천궁을 발견하고 니하미에게 보고한다.
닌자1 : 보고 드립니다. 적 6명 이상이 수송대 뒷산에 은신했던 흔적이 보입니다. 아마 산길을 타고 북쪽으로 달아난 듯합니다.
니하미 : 너희들은 급히 그 적들을 뒤쫓아서 섬멸하라.
닌자들 : 하 !
*닌자 3명은 산길로 4명은 도로를 따라 추격하기 시작 한다.
*야스히로 막사에는 비상등이 2개나 켜져 있다.
막사 밖에는 각 중대장들이 도열하여있다.
초조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야스히로 앞에 니하미가 서있다.
야스히로 앞에 놓인 탁자 위에는 공육의 천궁이 놓여 있다.
야스히로 : 내가 야습을 당할거라 예상을 하였다만 대열 최후방에 매복해 있을 줄은 미쳐....
*자기가 닌자들에게 전방 경계 명령을 내렸기에 니하미에게 노골적으로 화를 내기도 뭣하다.
얼굴을 찡그리며 니하미에게 고함친다.
*그래 6명 사망. 실탄 8박스 강탈 이외는 피해가 없단 말이야?
니하미 : 예 그렇습니다.
*시계 시침은 이미 4시 가까이 와 있다.
야스히로 : 이 활은 적들이 사용한 것이냐?
니하미 : 하! 그렇습니다.
야스히로 : 평범해보이지는 않은데... 니가 한번 당겨봐라.
*니하미는 활을 잡고 활시위를 힘을 주어 당긴다. 활시위는 반 정도 늘어나다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다. 니하미가 온 힘을 다해보지만 니하미 이마에 땀방울만 맺힌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야스히로는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끼며 입술을 부르르 떤다.
야스히로 : 적들이 아리닌자 보다 훨씬 더 강한 것이란 말인가?
도대체 어떤 놈들일까?
*니하미는 활시위를 놓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니하미 : 각하!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분명 무슨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야스히로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고 깊은 생각에 빠진다.
야스히로 : 이미 더 자긴 걸렀다. 각 중대 진군 준비나팔을 불어라.
니하미 : 예 알겠습니다.
*막사를 나온 니하미 밖에서 있는 중대장들에게 진군 명령을 하달 한다.
*진군 준비 나팔이 울리다. 길 위 아래로 나팔 소리는 전달되고 전달 받은 병사들은 일제히 텐트를 접고 군장을 꾸려 각자의 트럭에 오른다.
*이윽고 진군나팔이 울리고 각 트럭들을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트럭이 출발하자 10대의 트럭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버린다.
탄약과 수류탄을 실은 트럭 5대의 폭발음은 봉오동 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특전대의 귀에도 들린다.
*폭발음에 놀란 닌자들은 추격을 멈추고 다시 본대를 향해 방향을 바꾼다. 온 종일 우왕좌왕 혼란스럽다.
*폭발은 30여분이나 계속되었고 박격포탄의 폭발로 도로 주위의 산에도 불이 붙었다.
*많은 수송대 대원들이 사망 하였고 일본군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적들로 인해 공포가 확산된다.
*다시 지휘 차 앞에 임시 회의가 열린다.
각 중대장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다.
니하미 역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이빨만 악 물고 있다.
*야스히로는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있다.
만약 여기서 실패하고 돌아간다면 그는 사단장 다카시마 앞에서 할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야스히로는 낮은 목소리로 중대장들에게 묻는다.
야스히로 : 각 중대에 이미 지급 받은 실탄과 식량은 어느 정도이냐?
보병 중대장 : 실탄은 각개병사들 100발과
수류탄 분대 당 10발 입니다.
각 군장에는 비상식량 하루치가 있습니다.
중화기 중대장 : 개틀링 기관총 탄약은 4개 분대 2박스씩이고 박격포탄은 박격포 4개분대 10개들이 4박스뿐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죽기는 마찬 가지다. 야스히로는 뭔가 결심한 듯 참석한 간부들을 비장한 눈으로 둘러본다.
야스히로 : 니하미 ! 작전 지프를 사단본부에 전령으로 보내 탄약과 군량을 빨리 재보급 받도록 조치해라.
다시 진군한다!!!.
니하미 : 하!
*각 중대장은 황급히 사라진다. 벌써 날이 밝고 있다.
니하미 : 야스히로의 눈치를 살피며 다른 지시는 없습니까.?
야스히로 : 아리 닌자들에게도 조심을 시켜라. 아주 강한 놈들이 있다고.
*5시를 넘는다.
결 사 대
SCENE #36. 1920년6월6일. 21시경 .봉오동 독립군 진지.
*공 삼.사오가 봉오동 독립군 진지에 도착한 것은 21시가 조금 넘어서이다.
*독립군 각 부대장들이 모여서 작전 회의를 하고 있다.
구출된 신민단 간부도 보인다.
신민단 간부 :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본군 헌병중대와 월강추격대 전멸소식이 오늘쯤이면 19사단에 전달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벌써 그들의 토벌군이 이쪽으로 출발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홍범도 장군 : 그 말이 정확 할 것이요.
최진동 : 아직 특별한 보고는 없었습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고 단검이 날아 들어와 회의실 기둥에 꽂힌다.
*모두 소스라치게 놀란다.
*꽂힌 단검에는 쪽지가 묶여있다.
*안 무가 단검을 뽑고 쪽지를 홍범도에게 건넨다.
*홍범도는 쪽지를 펼쳐 읽는다.
홍범도 : 일본군 기마병. 보병. 중화기중대로 구성된 대대병력
40대 트럭으로 오늘 오후5시 현재 훈춘일대에서 수경 중.
차도선 : 이 내용을 믿을 수 있을 까요?
내용대로라면 내일 새벽에 강을 넘겠군요.
그런데 이 쪽지는 누가 이런 방식으로 전달하려 했을 까요?
홍범도 : 어제 신민단을 도왔다는 정체불명의 독립군일 꺼다....
시간이 없다. 지금부터 전투태세로 들어간다.
박승길 너는 지금 나가서 각 군에 출동준비를 하달하고 주민들은 짐을 꾸려 뒷산너머 왕청 쪽 산 깊숙이 피신시키고 오라.
*박승길은 명령을 받고 황급히 나간다.
*모인 부대장들의 얼굴에서 강한 결기가 엿보인다.
홍범도 : 일본군이 중화기중대가 포함된 대대병력으로 공격 해 온다고 하니 그 병력과 화력은 독립군을 3배 이상 초과한다고 생각하여 작전을 짜야 할 것이요.
신민단 간부 : 일본군은 잘 훈련 되어 있고 지휘 명령체계도 잘 수립되어 있어 아주 비상한 작전계획이 아니면 적들에게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홍범도 : 어제 일본군 헌병대 습격사건 이후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미리 작전을 구상하여 놓았소이다.
*차도선이 봉오동 계곡을 그린 지도를 펼쳐놓고 작전을 설명한다.
차도선 : 먼저 아군 병력을 70명씩 10개의 소부대로 나눈다.
봉오동 입구 개활지 동쪽, 서쪽에 각각 2개 부대씩 숨겨 배치한다.
이 4개 부대에 체코에서 넘겨받은 자동 소총을 지급한다.
이 4개 부대는 본부로부터 신호가 올 때까지 철저히 은폐, 엄폐하였다 봉오동 계곡 안으로 일본군들이 들어오면 일본군 뒤에서 협공 할 것이다.
또 다른 4개 부대는 봉오동 계곡 뒷산 좌우에 숨어있다 적들의 상당수가 계곡으로 유입 된 때를 기다렸다 산 아래로 수류탄 공격을 개시한다.
독립군의 모든 수류탄은 이 4개부대가 수령한다.
이번 작전에서 남은 2개부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적들의 최대 약점은 아군의 병력 규모와 화력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이 두 부대는 우리군의 병력이 140여명 밖에 없는 것으로 적을 착각 시켜야 한다.
봉오동 계곡 입구에서 적들과 목숨을 건 교전을 펼쳐야 한다.
쉽사리 계곡 쪽으로 후퇴해 버린다면 적들은 유인작전이란 것을 쉽게 파악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이 두 개 부대는 지원자들로 결사대를 구성 한다.
*모인 부대장들은 잘 짜인 작전을 듣고 작전대로만 수행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느끼고 얼굴에 희망이 보인다.
홍범도 : 자 모두들 철저히 준비를 서두르시오 어둠을 이용하여 최대한 조용히 맡은 작전구역으로 이동하고 대원들에게도 작전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시키시오. 이번 작전에서는 단한번의 공격 신호밖에는 존재하지 않소.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나면 전 부대들은 동시에 그물에 걸린 일본군을 행해 일제히 공격을 하면 되는 것이요.
차도선 : 목숨을 걸어야 할 결사대를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기필코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홍범도 : 차 동지 정말 고맙소이다. 이번 작전의 승패는 차 동지의 부대에 달렸소.
*모인 이들이 모두다 눈에 눈물을 머금고 차도선 대장에게 격려의 박수를 친다. 그들은 차도선이 목숨을 건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서로 손을 굳게 잡아주며 하나, 둘 막사를 나간다.
*독립군 본부 근처의 나무위에서 공 삼.사가 독립군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독립군 본부막사 너와 지붕위에 엎드려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던 공삼이 훌쩍 뛰어 나무위로 올라온다.
SCENE #37. 1920년6월7일. 봉오동 입구 개활지
*공 일.이.육.칠.팔.구가 봉오동 입구 개활지에 도착한 시각은 05시 경이다.
*이들 일행이 도착하자 공 삼일행과 연통문이 열리고 독립군 작전계획이 전달된다.
*날이 밝기에는 30분이면 족하다.
공팔 : 공 삼.사.오는 봉오동 계곡 입구 결사대에 위치해서 작전수행을 도와라.
공삼 : 잘 알겠습니다.
공팔 : 몸조심해라.
공 삼.사.오 : 수신
*공팔은 봉오동 개할지 동쪽, 서쪽 멀리에도 2개 부대씩 매복되어 있음을 알고 대원들과 조용히 개활지 가운데 쪽으로 이동한다.
*봉오동 계곡 입구의 개활지는 최대 폭 1.2km 길이는 1.5km 정도의 넓은 사다리꼴 모양이다.
*대원들이 중간부근에 다다르자 공팔이 지시를 내린다.
공팔 : 나와 공일 공육은 왼쪽 공 이.칠.구는 오른쪽을 맡는다.
개활지가 넓어서 개활지 양 옆 산등성이에서 수류탄을 날리기에는 너무 멀다. 자동소총 유효사거리도 짧고...
공구 : 적당한 자리를 잡고 참호를 파서 은폐한 후 참호 속에서 수류탄을 날리면 될 것 같네요 마치 박격포처럼 말입니다.
300m까지는 정확히 던질 수가 있으니까요.
공팔 : 좋은 생각이다. 자... 건투를 빈다.
*특전대는 3명씩 좌우로 갈라진다. 그들은 참호를 팔 자리를 잡고 무서운 속도로 참호를 파기 시작 한다. 참호는 지름 5m 깊이 1.5m 정도의 타원형이다.
*계곡 입구 독립군 2개의 부대원들도 진지를 구축하느라 정신이 없다. 최대한 오래 버텨 적들에게 타격을 주어야 하기에 지난 밤 부터 횃불 작업을 하며 튼튼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1.5km 떨어진 개활지 입구 쪽에서 말울음 소리가 난다.
일본군 척후병들이 말을 타고 도착 한 듯하다.
*10여분이 지나자 개활지 입구 가운데로 난 길로 트럭들이 차례로 도착해 줄을 맞춰 주차한다. 그 트럭들에서 일본군 병사들이 쏟아져 나와 봉오동 쪽을 보며 대열을 갖춘다.
*야스히로는 지휘차 위에 서서 망원경으로 멀리 봉오동 계곡을 살핀다.
*계곡입구에는 황토 흙 포대로 진지가 구축되어있다. 얼핏 보아도 그 규모는 그리 크지가 않다.
*니하미와 각 중대장들은 명령을 받으러 작전지휘차로 달려온다.
야스히로 : 각 중대장들은 잘 들어라!
독립군들은 적당히 싸우는 척 하면서,
분명 우리 군을 계곡 쪽으로 유인 할 것이다.
추가 명령이 있을 때 까지는 절대로 계곡 안쪽으로 진입하지 말라.
중화기 중대장!
중화기 중대장 : 하!!
야스히로 : 너는 개활지 600m 지점에 박격포 소대와 개틀링 기관총 소대를 배치하라.
명령 없이는 절대 발포하지 말라.
한번 발포 명령 시 각 분대는 2발씩만 발포한다.
일발 명중이다. 알겠냐! 개틀링 소대도 마찬가지다.
중화기 중대장 : 하!! 잘 알겠습니다.
야스히로 : 보병 1중대장 !
보병 1중대장 : 하!!
야스히로 : 너는 선봉을 맡는다. 독립군 진지를 탈취하라.
실탄을 아껴야함으로 반드시 조준사격을 해야 한다.
보병 1중대장 : 하!!
야스히로 : 보병 2중대장!
보병2중대장 : 하!!
야스히로 : 너는 보병1중대가 공격하는 동안 개활지 500m 지점에 횡대로 펼쳐 엄폐 후 명령대기 한다.
보병 2중대장 : 하!! 알겠습니다.
야스히로 : 니하미 !
니하미 : 하!!
야스히로 : 너의 중대와 기마중대를 통솔 하라. 예비 병력이다.
지휘본부는 개활지 800m 지역에 구축한다.
지휘대 좌측 기마중대 우측에 니하미 중대가 자리 잡는다.
*명령을 하달 받은 중대장들은 각자 중대로 돌아가 공격 개시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린다.
*니하미는 닌자들에게 야스히로의 경호 명령을 내린다.
니하미 : 너흐l들은 각하의 주위에서 각하의 신변 보호와 작전명령 전달의 임무를 수행하라!
닌자들 : 하 !!!
SCENE #38. 1920년6월7일. 봉오동 입구 독립군 결사대 진지.
*구축된 진지에서 차도선대장, 안무대장을 비롯한 140여명의 결사대는 일본군이 병진을 구축하는 것을 응시 하고 있다.
차도선 : 개 같은 놈들 많이도 몰려 왔네...
안무 : 두당 세 명만 잡으면 승리이고 네 명 잡으면 대승이다!
*안무가 독립군 결사대를 둘러보며 고함을 친다.
독립군들은 전방을 향해 일제히 소리친다.
독립군들 : (와.... 함성 후) 오려면 와봐라 내가 모조리 죽여 버릴 께!
내가 바로 조선의 명포수여....
*차도선의 결사 대원 중 백 여 명이 그 유명한 조선의 산포수 출신들인 것이었다.
공 삼.사.오의 모습도 섞여있다.
*드디어 일본군 진격 나팔이 울린다.
일본군 보병 1중대가 선봉으로 2열 횡대를 이루어 전진한다.
들고 있는 소총에는 이미 날이 선 칼이 착검 되어있다.
*그 100m 뒤 보병 2중대가 역시 2열 횡대로 전진 한다.
*트럭 4대가 간격을 맞추어 그 뒤를 따라 천천히 전진한다.
각 트럭에는 박격포 소대와 개틀링 기관총 소대가 타고 있다.
*트럭은 600m 지점에 보병2중대는 500m 지점에 멈춰 섰다.
*보병 1중대 소대장들은 입에 호각을 문다.
*400m 지점에서 보병 1중대장의 돌격 명령이 떨어지자 보병 소대장들이 일제히 호각을 불면서 중대원들을 독려하며 몸을 낮추고 천천히 뛰어 간다.
*독립군 진지에서도 모든 결사대원들은 밀려오는 일본군을 향해 정조준 하고 있다.
*이 순간 일본군 박격포 소대에 공격명령이 떨어져 박격포탄 8발이 독립군 진지를 향해 날아온다.
다행히 반은 진지 앞 5m정도 지점에 반 정도는 진지 뒤 쪽에 떨어 졌다.
허지만 그 위력으로 독립군들의 사기를 꺾기에는 충분치 못하다.
*선발대가 100m 가까이 까지 왔다.
허지만 차도선은 아직 사격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차도선 : 적 돌격대는 200명 남짓하다. 정조준 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조금 더 기다려라.
*이때 또 박격포탄 8발이 날아온다. 이제 6발은 독립군 진지에 떨어진다. 독립군 10여명이 박격포탄 파편에 의해 전사한다.
차도선 : 침착해라 !
*이제 50m 전방이다 일본군이 막 뛰어 오기 시작한다.
차도선의 발사명령도 동시에 내려졌다.
*뛰어 오던 일본군이 쓰러진다. 일본군도 뛰어 오며 독립군 진지를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다.
*공 삼.사오의 총구에서도 불을 뿜기 시작하고 한발, 한발에 일본군이 쓰러진다.
*총소리와 비명소리 포탄소리 아우성 ... 20여분의 아비규환의 순간들이 지나고 잠시 소강상태다. 결사대 인원 반 정도는 전사한 듯하고 부상자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안무대장도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공사는 한쪽 눈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박격포 파편이 왼쪽 눈에 박혀 피가 흥건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뽑아낸 파편에 안구가 박혀있다.
공삼이 속옷을 찢어 공사의 한쪽 눈을 묶어준다.
일본군1중대는 괴멸되었고 몇몇은 다시 후퇴하다 뒤에 있는 2중대장의 총에 사살 된다.
독립군이 이정도로 일본군의 1차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산포수들로 구성된 결사대원들과 공 삼.사.오의 정확하고 빠른 사격솜씨 덕분이지만 그들도 날아오는 포탄은 어쩔 수가 없었다.
*멀리 일본군 지휘소에서 야스히로가 이를 망원경으로 면밀히 주시 하고 있다.
야스히로 : 니하미! 적들에게 여유를 주지 말고 보병2중대에게 공격 명령을 내려라.
니하미 : 하! 알겠습니다.
*보병 2중대장이 공격 명령을 하달하고 전 중대원들이 2열 횡대로 전진한다.
* 이번에는 개틀링 소대들이 돌격하는 일본군 좌, 우측에 자리 잡고 기관총을 발포하기 시작한다.
*결사대도 이에 응사를 한다. 또 다시 지옥이 연출 된다.
*차도선이 소리친다.
차도선 : 제군들 우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을 꺼다.
멋있게 최후를 마치자.
*이젠 결사대에 살아남은 인원이 10명도 되지 않는다.
공오가 적군과 교전하다 개틀링에 노출되어 왼쪽 팔이 날아가 버린다.
*순간 공팔이 이를 느끼고 공 삼.사.오에게 철수명령을 내린다.
*공삼과 공사가 공오를 사이에 끼고 계곡 쪽으로 몸을 날려 뛴다.
*이 순간 일본 기마대가 말을 탄 채 진지를 점령하고 부상당한 결사대 대원들에게 권총으로 조준사격을 하여 남은 숨통을 끊는다.
*결사대의 진지는 일본군에게 함락되었다.
결사대 140명의 주검들은 여기 저기 늘려있다.
멀리 타국 만주 벌판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산화해 버린 것이다.
혼자보다는 여럿이라 좋았다.
모인 여럿이 서로 같아서 더 좋았다.
많이 같은 여럿이 같이 할 일이 있어
더 더욱 좋았다.
같이하다 혼자 죽어도 괜찮다.
같이하다 모두 죽어도 어쩔거야 같이 하였으니
허지만 혼자이긴 싫다.
언젠가는 혼자 일 건 게 더 싫다.
빼앗긴 진지 주위는 아직 총 연으로 뿌옇다.
*야스히로가 말을 타고 점령한 진지를 둘러보고 있다.
니하미가 전과를 보고하러 나타난다.
니하미 : 적 전원 사살. 140명입니다. 아군 피해는 305명입니다.
야스히로 : 어차피 진지 공격에서 공격자의 피해가 수비 측 보다는 많은 법이지만. 적들이 소총 밖에 없었음을 감안하면 아군 피해가 너무 많다!
적들이 계곡으로 도주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진지를 사수 한 걸로 봐서 이 지역에는 더 이상의 독립군이 없는 듯하다.
빨리 전열을 가다듬고 계곡 안쪽으로 정찰병을 보내라.
니하미 : 하! 알겠습니다.
*니하미는 닌자 3명과 정찰병 10명으로 정찰대를 꾸려 봉오동 계곡으로 파견한다.
*야스히로는 사단 본부로 전령을 띄운다.
독립군 500여명을 사살하고 계속해서 왕청 쪽의 독립군 북로 군정서군까지 섬멸해 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전과를 부풀리는 야스히로는 내심 불안하다.
죽음과 바꾼 승리
SCENE #38-2. 1920년6월7일. 봉오동 일대.
*공 삼.사.오는 이미 멀리 계곡 산속 깊숙이 몸을 피하였다.
공 사.오는 응급처치를 하고 작은 바위굴에서 나뭇가지를 덮고 깊은 잠에 빠진다. 공삼은 그 굴 앞에 앉아서 공팔과 연통문을 연다.
공팔 : 공사와 공오의 상태는 어떠하냐?
공삼 : 지금은 안전지대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목숨은 지장 없으나 눈과 팔의 상태는 처음 겪는 일이라 두고 봐야겠습니다.
공팔 : 아무래도 토벌대에 일본 괴물들이 여럿 있는 듯하다.
공 사.오는 회복 될 때까지 놓아두고 독립군들의 전면 공격이 시작 되면 같이 합세 하라.
공삼 : 네 알겠습니다.
*봉오동 일광산 꼭대기에서 홍범도는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홍범도 : 도선아! 안무야! 필히 승전하여 너희들의 죽음들이 헛되지 않게 하마....
*일본군 정찰대가 돌아왔다.
*니하미는 야스히로에게 보고를 올린다.
니하미 : 계곡안쪽 2km 쯤에는 독립군의 수경지가 있고 계곡 주위로 제법 넓은 공터 들이 산재해 있으며 너와집들도 여러 채가 보이나 적들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답니다.
야스히로 : 일단 봉오동 독립군은 섬멸 한 것 같다.
개활지에 군이 주둔 하면 적들에게 노출되니 보급품이 당도 할 때 까지 적들의 수경지로 이동해서 경상자 치료와 장비 정비를 실시하라.
그리고 이후 전투는 산악전이니 트럭들은 중상자들을 싣고 사단으로 돌려보내 보급품 수송에 합류 시켜라.
니하미 : 하!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니하미는 중대장들에게 계곡 안으로 진군을 명령을 내린다.
니하미 중대가 앞서고 뒤이어 2중대 보병들이 계곡 안으로 행군해 들어간다.
*트럭들은 일제히 엔진을 걸고 방향을 바꾸어 남쪽으로 길을 잡는다.
*목적지인 독립군수경지는 계곡 안 2km지점 근처에 위치해 있다.
수경지로 들어가는 계곡 길은 폭이 좁아 넓이가 20m 채 안되고 양옆 산들은 경사가 가파르다. 가운데는 개울이 흐르고 있다.
*일본군들은 승리했다는 안도감과 배고픔으로 빨리 행군을 끝내고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대열이 흩어지고 행군 군기도 엉망이다. 여기저기 여러 무리로 뭉쳐서 걷고 있다.
*일본군 척후병들이 막 수경지에 당도하였고 뒤 이어 여러 무리로 보병들이 섞여 도착 하고 기병대는 맨 뒤에서 오고 있다.
*야스히로는 행군군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독립군들을 섬멸했다는 이유로 그냥 묵인하기로 한다.
*그때였다!
*갑자기 수경지 계곡 양쪽 옆 산위에서 북과 꽹과리 소리가 들리고 수류탄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아뿔사 당했구나 생각하지만 이미 늦었다. 날아든 수류탄들은 장렬하게 터지면서 일본군들을 쓰러트린다.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나고 일본군들은 산을 향해 총을 발사하나 유월의 녹음으로 적들이 보이지 않기에 맹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수류탄이 날아온다. 이젠 독립군들이 계곡 산등성이 위에서 총을 쏘기 시작한다.
*야스히로는 퇴각 명령을 내린다.
퇴각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자 남은 일본군 병력들은 계곡 입구를 향해 우왕좌왕 황급히 뛰어 도망간다.
*살아서 계곡 입구에 도착한 일본군들은 전열을 가다듬는다.
살아남은 병력들은 300여명 남짓하다.
*닌자들이 재빨리 지휘소를 차린다.
그런 와중에 장교 몇 명이 명령을 받으러 뛰어 온다.
*그런데 계곡 밖 개할지 쪽에서도 북과 꽹과리 소리가 나더니 금방 크게 들리기 시작 한다.
니하미 : 각하 포위 된 듯합니다. 독립군들의 숫자가 많은 것 같고 앞뒤로 공격해 옵니다.
*야스히로의 얼굴은 잿빛이다.
야스히로 : 일단 제일 많이 남은 기병대를 개할지 쪽으로 출동시켜 적을 막아라 . 박격포 진지를 빨리 구축하라.
니하미 : 하!
*기병대들이 말을 몰아 개활지로 달려 나온다.
*개활지 아래쪽을 맡은 독립군들은 달려오는 기마병들을 향해 엎드려 쏴를 하고 있다.
*특전단들은 서로 연통문을 연다 . 이때다.... 공육과 공칠은 그들의 참호에서 일본군 기마병들이 달려오는 하늘을 향해 수류탄을 날린다.
마치 땅속에서 폭탄이 솟구쳐 올라오는 듯하다.
하늘 높이 올라간 수류탄은 땅으로 떨어지면서 공중 폭팔을 한다. 넓게 퍼지는 수류탄의 파편에 기마병과 말들은 쓰러진다.
공일과 이는 이를 보고 다음 던질 방향을 공 육.칠에게 알려준다.
공일 : 조금 더 높게 좌로 5도 각도로..
공이 : 조금 낮게 우측으로 10도...
수류탄이 연속해서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일본 기마대는 독립군과 교전도 해보지 못하고 거의 다 쓰러진다. 말들의 울음과 기마병들의 비명, 먼지, 수류탄의 폭발 연기가 개활지를 뒤덮고 있다.
*니하미나 야스히로는 이제 통제력을 잃었고 남은 일본군들도 아무런 생각이 없이 공포에 질려 그냥 허공에 총을 쏘아대고 있다.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중화기 중대에서 박격포를 설치하고 얼마 남지 않은 포탄을 날린다. 포탄은 개활지에 떨어지나 다가오는 독립군에게는 한참 못 미친다.
*이제 특전대는 참호에서 나와 박격포대를 잡으러 달려간다.
*달려가며 공육과 공칠은 일본군 박격포 진지를 향해 수류탄을 날린다. 300미터 이상 날아간 수류탄은 정확하게 일본군 박격포 진지에 떨어지고 연속해서 날아온 슈류탄으로 박격포 진지는 박살이 난다.
*계곡 안쪽의 일본군도 거의 계곡 입구 까지 밀린다. 독립군의 체코제 기관총이 계곡 입구의 일본군들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는다.
*일본군의 개틀링 기관총도 이에 응사해 보지만 곧 실탄이 떨어지고 특전대가 정확하게 날리는 수류탄 공격에 이내 무너져 버린다.
*전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산 공터 쪽으로 야스히로와 니하미를 비롯한 닌자들이 도망가고 있다.
*이를 감지한 특전대들이 그들을 추격해 간다.
*니하미가 닌자들과 함께 야스히로를 가운데에 두고 빙 둘러 싸서 보호 하고 있다.
*공 일.이.육.칠의 MP18이 닌자들의 가슴을 향해 불을 뿜는다.
*순간 6명의 닌자들이 쓰러진다.
*동시에 다른 닌자들도 권총을 발사한다. 공 육.칠의 가슴에 닌자들의 총알이 날아든다.
*헌데 소리가 이상하다. 쇠문에 총알이 튕기는 소리가 난다.
*특전대들은 탄약통 뚜껑으로 만든 가슴 보호대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니하미와 남은 닌자의 목이 허공으로 나 뒹군다.
*그들 뒤에는 연기 속에 공삼이 피 묻은 일본군 장도를 들고 서 있다.
공 사.오의 복수다.
*공팔은 야스히로의 하체에 총알을 발사한다.
*야스히로는 쓰러진다. 아직은 살아 있다.
*산 아래쪽에서 독립군들의 목소리가 다가오고 있다.
*공육은 잃어버렸던 천궁을 발견하고 집어 들어 어깨에 맨다.
*특전대는 적장 야스히로를 독립군에게 남겨두고 화약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결사대의 죽음의 항쟁으로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의 승리로 끝난다.
*인간들도 무리 짓고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생명체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에겐 우리 방식의 태양이 뜨고 저들에겐 저들 방식대로 태양이 뜨는 것이다.
기옥의 중국행
SCENE #39. 1920년6월2일. 평양 교도소.
*원봉이 떠난 후 한나절 깊은 잠속에 빠졌던 기옥이 깨어난다.
부서지고 찢겨진 온몸의 고통은 신기하게도 사라졌다.
단지 배가 몹시 고플 뿐이다.
*기옥이 혹시 죽은 건가, 확인 차 감옥 문을 연 교도소 간수는 깜짝 놀라 넘어 질 뻔 한다. 기옥의 방 자물쇠는 부서져있고
다 죽어 가던 기옥이 자기를 보며 웃고 앉아 있는 것이다.
마치 귀신을 본 듯하여 등골이 서늘하다.
기옥 : 아저씨 배가 몹시 고픈데, 밥하고 물 좀 주시면 안 될까요?
간 수 : 서.. 설마 귀신은 아니지?
*간수는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떨려 더 이상 서 있기가 힘들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지만 당장 기옥의 말을 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간수는 기옥이 있는 감방 문을 잠그는 것도 잊은 채 황급히 밥과 물을 가지러 나간다.
*기옥은 긴 꿈을 꾸었다. 허지만 지금 자기 몸에서 일어난 현상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 하얀 호랑이 등에 타고 만주벌판을 질주하던 기억이 꿈인지 생신지도 모르게 선명하게 기억 될 뿐이다.
*간수가 가져온 음식은 게 눈 감추듯 없어지고 기옥이 물 한주전자를 단 번에 다 마셔버린다.
*다나까의 사망 소식과 기옥에게 일어난 불가사의한 일로 평양교도소 간수들은 기옥을 겁내며 출감 때까지 편안하게 대해준다.
SCENE #40. 1920년 9월 초. 인천 앞바다.
*기옥이 형기를 마치고 출감하나 기옥에게서 일어난 괴이한 일들로 기옥이 앞으로 일본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판단한 일본경찰이 기옥을 다시 투옥시켜 죽이려 한다는 첩보를 듣고 기옥은 인천에서 목선으로 근처 바다에 떠 있는 큰 배에 옮겨 타고 상해로 탈출한다.
*독립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을 비밀리 중국으로 실어 나르는 이배는 멸치잡이 배로 위장하고 있다. 멸치잡이 배이므로 밤에 불을 켤 수 있어 목 선등 작은 배가 그 불빛을 보고 접근하기가 용이 한 것이다.
*멸치배로 옮겨 탄 기옥은 기관실 구석에 비밀리 만든 작은 공간에 숨는다. 그 좁은 공간에 이미 다른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기옥이 먼저 인사를 건네며 다른 모퉁이에 쭈그리며 앉는다.
기옥 : 저는 평양 출신 권기옥이라 합니다.
상정 : 저는 이상정이라 하오만.
*뜻밖의 만남으로 둘은 서먹하다. 인천에서 뱃길로 상해까지는 800km가 넘는다. 25km로 항해하는 이배가 쉬지 않고 꼬박 32시간을 넘게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할 결심으로 상해로 망명 한다는 사실에 19세, 23세의 두 청춘 남녀가 친해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상정은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와 교편을 잡던 중 학생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 시킨다는 혐의로 체포를 눈앞에 두고 중국으로 탈출하게 된 것이다.
마르고 큰 키에 길어 보이는 얼굴이다.
오른쪽 눈썹이 왼쪽보다 좀 진한 것 같고
눈도 크기가 좀 차이나 보인다.
얼굴에 어울리지 않은 팔자 콧수염을 길렀다.
기옥을 만난 상정의 가슴은 배가 상해에 닿을 때까지 두근거렸으나 조국 독립을 위해 상해로 망명하는 이 시점에 연모의 감정을 말하기는 때가 아닌 것도 같아서 상해에 도착 할 동안 내 내 가슴만 태웠다.
SCENE #41. 다음날. 상해
*이윽고 배는 상해에 도착 한다. 뱃머리에는 임시정부 의장인
손 정도가 보낸 사람이 기옥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옥이 그동안 평양에서 김재덕과 함께 평양청년회를 조직하고 임시정부 공채를 팔아 많은 독립운동 자금을 임시정부로 송금하는 등 임시정부를 도운 공이 혁혁하기에 일본경찰이 다시 기옥을 잡아들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기옥을 보호하려 상해 망명길을 주선했던 것이다.
임정 요원 : 의장님께서 기옥 동지를 일단 댁으로 모시라는 분부가 계셨습니다.
*기옥은 임정 요원을 따라가기 전 짧은 만남의 상정에게 고개 숙여 작별 인사를 한다.
상정은 상해에서 다시 만주로 갈 계획이라 하였다.
*손정도 의장의 집은 소박하고 조촐하지만
검소한 살림 도구들이 잘 정돈이 되어있었다.
상해 기후가 온난 다습함으로 집안 근데 군데 화분에는
조선에서는 보지 못하는 식물들이 예쁜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손정도의 부인은 기옥을 반갑게 맞이하고
간단한 식사와 거처할 방을 내어주며
먼 길의 노고를 위로했다.
*저녁에 손정도를 만난 기옥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중국에서 계속 독립운동을 하려면 우선 중국어를
배워야 함을 강조하며 도와주길 청한다.
기옥 : 의장님 도와만 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중국어를 배워 독립운동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의장 : 그간 권 동지의 목숨을 건 눈부신 활동으로
우리 임시정부는 이미 큰 도움을 받았소,
동지의 뜻이 그러하다면 이왕이면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주선해 보겠소이다.
기옥 : 정말 고맙습니다.
의장 : 동지의 뜻은 잘 알았으니 며칠이라도 편히 푹 쉬시오.
기옥 : 네.....
SCENE #42. 1920년 9월 중순. 김순애의 집
*며칠 후 손정도 의장은 현제 만주 북로 군정서에서
사단장으로 활약 하고 있는 김규식의 부인 김순애를
기옥에게 소개 시키고 기옥을 특별히 도울 것을 부탁한다.
*기옥은 김순애를 만나고 있다.
임정 요인이 기옥을 김순애의 집까지 차로 바래다준 것이다.
*기옥은 김순애에게 깍듯이 인사 올린다.
내심 여자의 몸으로 이렇게 멀리 중국 땅 까지 와서도
남편은 만주에서 아내는 상해에서
각자 열심히 독립 투쟁을 하고 있는 부부가 존경스러웠다.
기옥 : 처음 뵙겠습니다. 권기옥이라 합니다.
순애 : 이야기는 잘 전해 들었다. 정말 미인이구나!
*초면부터 말을 놓는 순애가 기옥은 불쾌하다는 맘보다는
마치 친 언니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순애는 그 당시 조선여성으로는 보기 드문
세련미와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31세 순애의 남편 김규식은 미국에까지 가서 공부를 한
당시 최고의 엘리트였고 순애역시 부산 초량 소학교 교사 출신이었다.
순애 : 그래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며.
기옥 : 아무래도 중국에서 생활하며 독립운동에 도움이 되자면 언어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겠기에...
순애 : 정확히 잘 생각했다.
총명하게 보이니 의장님 말씀대로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보자 꾸나.
그래 우리 조선이 독립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
기옥 : 아직 해야만 하는 일들이 너무 많기에
그때까지의 일들은 생각 해 보지 못했습니다.
우선,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비행기 조종을 배우고 싶습니다.
순애 : (깜짝 놀라며)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다고?
기옥 : 저는 일본 놈들에게 부모님을 모두 비참하게 잃었습니다.
부모님 시신 앞에서 언젠가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일본천황의 머리위에 쏟아 부을 거라 맹세하였습니다.
순애 : 여자라는 이유로 비행사가 되지 못하란 법은 없다만...
기옥 : 도와주십시오.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순애 : 그래 정말 놀랍고도 기특하구나...
*순애는 애정 어린 눈으로 기옥의 손을 잡으며
기옥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묘한 매력의 여성이다.
*그로부터 몇 일후 기옥은 임정 요원으로부터
김순애가 보낸 봉투 한 장을 받는다.
*기옥은 조심스레 봉투를 열어 본다.
봉투 안에는 2장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한 장은 영어로 쓰인 소개장 같았고 다른 한 장은 순애가
기옥에게 보낸 간단한 메모였다.
난징에 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홍도중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한다면 너의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다.
SCENE #43. 1920년 10월초. 난징
*기옥은 난징 홍도여자중학교에 도착했다.
원봉이 독일어 공부를 한다는 난징이다.
기옥 : 잘 하면 그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까?
원봉을 만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구나.
어디서 무얼 하는지?
*허지만 기옥은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기옥 :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기옥의 학업 능력은 누구도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입학 한지 2년이 자나자 중국어는 물론 영어 까지
자유자재로 구사 할 뿐 아니라 학습 내용의 이해도나
암기면 에서도 단연 뛰어난다.
*체육시간에도 남학생들을 모두 제쳐버렸고
어떤 종목에서도 기옥을 상대 할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오히려 가용 할 수 있는 힘을 숨겨두고 다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1923년 중국인들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
조선 최초 여 비행사.
SCENE #44. 1923년 3월 임시정부 회의실
*기옥은 홍도 중학교를 졸업하자 말자 임시정부로 가서
중국의 항공학교에 입학 할 수 있게 도움을 요청 한다.
마침 임시정부에서도 운남 육군 항공학교에 비행사 4명을
위탁 교육 시켜 비행장교로 양성하고 차후에
조선독립군도 전투 비행기를 보유 한다는
원대한 계획이 실행단계여서,
기옥의 요청에 대해 임시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부하다.
기옥도 이 문제가 토론 되고 있는
임정 회의실에 참석하여 토론을 경청 하고 있다.
임정 간부 1 : 임정이 앞으로 공군을 보유 하겠다는
그 계획 자체도 자금 조달 측면에서 상당히 무리가 있는 지금,
큰 비용을 들여 4명의 요원을 선발하여
중국 항공학교에 위탁 교육시켜야 하는 데....
그중 1명을 여자로 파견한다니 이것은 예산 낭비일 따름입니다. 절대반대요!
임정 간부 2 : 중국군에도 여자가 교육생으로 입학한다고 합니다.
전쟁이라고 남자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임정 간부3 : 지금 여자 남자 차별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중국에 비해 운영자금도 절대 부족하니
효율적으로 사용 하자는 거지요.
*회의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들을
이야기 하느라 웅성거린다.
*기옥이 손을 들어 회의 진행자로부터 발언을 허락 받는다.
기옥 :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 !
저는 1919년 만세운동으로 구류를 살고 나서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김덕수 동지와 평양 청년회를 조직하여 독립자금을 모아 임정으로 보냈습니다.
나의 친구들은 긴 머리를 잘라 팔았고
우리 어머니들은 끼고 있던 반지를 벗어 주었습니다.
나는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6개월이 넘는 수감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수개월 계속 되었던 모진 고문에도 일본에 굴하지 않았고
단 한마디의 기밀도 누설하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지만 언제인가 내가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일본천황의 머리위에 쏟아 붓는 장면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습니다.
조선의 여자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비행사가 되지 말라는 것은
나의 친구들이 곱게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고
어머니들이 하나뿐인 재산인 반지를 빼어
조국 독립에 힘을 보탠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이 된단 말입니까?
*순간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기옥의 말이 이어진다.
기옥 : 물론 저가 항공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반대하시는 동지들의 생각도 이해가 갑니다.
허지만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여기서 보여드리지요.
*무엇을 보여 준다는 것인가?
순간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은 궁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기옥 : 오늘 회의에 참석 하신 분 중 팔씨름에 자신 있는
남성분들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기옥이 말에 회의장은 비웃음으로 술렁인다.
예이..그건 아니지 .. 저 여자 너무 시건방진 거 아냐?
참 예쁘게 생겨 가지고.. 나가서 손목이나 한번 잡아 보자..
기옥 : 지금 동지들은 늘 상 그래 왔던 것들.
그냥 그렇다고 인정되어 버린 것들에 익숙해져서,
아무도 해보지 못하고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은
인정하기 싫은 것입니다.
우리 조선인들이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
누가 생각이나 해 보았습니까?
허지만 저들은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쇠로 만든 군함으로 우리 조선 반도를 삼켜버렸습니다.
동지 여러분 아직도 이리하여 안 되고 저리하여 안 된다는 생각으로 빼앗긴 조국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회의장은 다시 숙연해진다.
기옥 : 정년 여기 서있는 이 여인의 말에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습니까? 모두들 어설픈 한 여인이 호기를 부린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옥이 말이 끝나자 몇 초 후 여기저기서
건장한 남자 몇몇이 회의장 앞으로 나온다.
회의장에는 탁자와 의자가 준비된다.
나온 남자 중 한 명이 기옥과 탁자에 마주 앉는다.
졸지에 팔씨름 심판이 되어 버린 임정 의장은
시작 신호를 보낸다.
기옥 맞은 편 남자는
훅! 하고 단번에 기옥의 팔을 넘겨버리려 힘을 쓴다.
허지만 기옥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편안하고
기옥의 팔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순간 그 남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움찔 하더니
있는 힘을 다해 용을 쓴다.
그 남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일그러졌다.
허지만 기옥의 팔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기옥이 살짝 미소를 흘리며 천천히 그 사내의 팔을 꺾어 버린다.
팔이 꺾인 사내는 혼란과 창피함이 범벅이 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청중 속으로 사라진다.
옆에 서있던 다른 남자가 금방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못 믿겠다는 듯이 재빨리 기옥의 맞은편에 앉는다.
이번엔 기옥이 그 남자의 손목을 잡자마자 단방에 꺾어 버린다.
다음 남자 다음 남자도 마찬가지다.
이날 기옥은 무려 15명의 남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어버렸고
회의장의 그 누구도 기옥이 운남 육군항공학교 제 1기 위탁 교육생 4명 중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파견 교육생은 이영무, 장지일, 이춘. 권기옥이 그들이다.
SCENE #45. 1923년 4월 운남 육군항공학교
*기옥과 동료들은 운남 육군항공학교에서 맹훈련을 시작한다. 훈련생들에게 혹독하기로 유명했던 이 학교는 훈련에 있어 남녀를 구별하거나 차별 하지 않는다. 기옥은 더욱 악착같이 훈련에 매진하여 조정술, 기초이론과 지상 실습교육을 끝낸 후 같이 훈련을 시작한 1기 동기생들 중 제일 처음으로 프랑스제 훈련기 조정관을 잡았다.
*오늘은 기옥이 처음 조정관을 잡는 날이다.
가슴이 설레어 간밤에 한 시간도 잠을 이루지 못해
눈이 조금 충열이 되어 있다.
프랑스 교관 : 컨디션은 어때?
기옥 : 대단히 좋습니다. 걱정 없습니다.
프랑스 교관 : 내가 같이 옆에 탈 테니 배운 대로 침착하게 하면 된다.
기옥 : 감사합니다.
*프랑스제 훈련기에 탄 기옥이 조정관을 잡고 있고
교관이 그 옆에 보인다.
드디어 비행기 시동이 걸리더니
천천히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활주로에 들어선 연습기는 활주로를 따라 속도를 올리며
질주를 시작하고 어느 틈인가 사뿐히 허공으로 떠오른다.
기옥은 조정관을 당겨 하늘로 비행기를 솟구친다.
정해진 고도에 도달하자 기옥은 조정관을 앞으로 조금 움직임과 동시에 방향 지시계를 보면서 수평을 유지하고 순항에 들어간다.
옆에 앉은 프랑스 교관은 웃음을 띠며 기옥에게 엄지척을 한다.
기옥의 두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지금 기옥이 하늘을 날고 있고
그 비행기를 기옥 자신이 조정 하고 있는 것이다.
기옥은 비행시간 9시간 만에 단독비행을 허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이었다. 여의도에서 비행기를 본지 육 년만이다.
SCENE #46. 1925년 3월. 운남 육군항공학교.
*기옥을 비롯한 대한 독립군 항공대원들은 졸업식장에 서있다.
학교 관계자들과 중국인 졸업생들의 가족들로 행사장은 북적인다.
기옥이 최우수졸업생도로 선정 되어 중국 국민군총사령관 장개석으로부터 표창을 받고 모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임시정부 고위간부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이 자리에 일본 경찰 비밀 요원도 섞여 있다.
*졸업식장 한편에 기옥을 비롯한
조선 항공대원들과 임정 간부들이 모여 서 있다.
임정 대표 : 여러분들의 졸업을 축하한다.
그러나 참 안타깝게도
우리 임정은 아직 자체 공격기를 준비하지 못 하였다.
정말 미안하다!
그래서 일단 여러분들은 중국 국민군에 복무하면서
중국과 함께 공적 일본군 섬멸에 힘을 보태어 주기로
결정한 명령을 전달한다.
졸업생들 : 네 잘 알겠습니다.
*조선 비행사들은 1925년3월 졸업하여 추가 훈련을 받은 뒤
1926년 5월부터 중국 국민군에서 복무하다.
1927년부터는 장개석 총통의 동로항공사령부로 배속되어 복무하게 된다.
특전대의 활약
SCENE #47. 1920년 7월. 상해 모처
*상해 모처에서 원봉과 특전대는 다시 만났다.
공사는 오른쪽 눈에 검은 가죽안대를 하고 있다.
공오는 두르고 있는 망토로 없어진 왼팔을 가리고 있다.
서로 일일이 손을 굳게 잡으며 인사를 나눈 후
공팔이 먼저 연통문을 연다.
공팔 : 원봉동지 지시대로 일본의 월강 추격대는 박살을 내 버렸소.
그 결과로 일어난 일본군 대대병력과 홍범도 장군의 대한 독립군과의 전투를 외면 할 수 없어 그 전투를 도울 수밖에 없었소.
원봉 : 잘 하셨습니다.
나도 묘활주 덕분에 연통문으로 대화는 가능 하오
그런데 대화 가능 거리는 동지들의 반이라 보면 될 것이요.
사실 묘활주를 반만 마셨기에
일반인과의 대화나 연통문 대화가 모두 가능 한 것입니다.
*공팔은 다섯 살 이나 어린 원봉에게 존댓말을 쓴다.
특전대에서의 원봉의 역할과 그 지적 능력을 높이 사서이다.
원봉 : 공 사.오동지의 부상에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우리 특전대는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초능력을 부여받았지만 그 능력이 너무도 비범해서
일반인들 앞에는 자연스럽게 나 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현제 만주에는 독립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여기저기에 산재 해있고 이를 완전히 통합해 단일구성체를 이루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특전대는 지정된 한 단체의 지시를 받고 행동하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해서 조국 독립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동지들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공구 : 우리들이 원봉동지의 지시대로 월강추격대와 싸우고 이렇게 만주에서 상해로 이동 한 것은 묘활주를 같이 마신 형제들이고 원봉동지의 지도력을 인정하였기 때문이요.
다들 원봉동지의 생각과 이견은 없을 것이요.
원봉 : 저를 그렇게 인정하여 주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공팔 : 봉오동 전투에서 특전대의 능력은 대규모의 정규전 보다는 비밀 임무수행에 더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
그리고 전투 중에 안 일인데 적군들 중에도 우리들과 같은 초능력을 가진 자들이 여러 명 있었소.
원봉 : 나도 경성에서 다나까라는 놈을 만났고, 죽였습니다.
공구 : 그자들은 심장을 공격해야 죽었고
신체의 잘려진 부분은 재생되지는 않았습니다.
원봉 : 그들과 우리들이 같은 이치로 만들어진 초능력자들이라면
그 사실들이 우리에게도 적용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도 죽지 않으려면 최소한 심장은 보호되고
목은 꼭 붙어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공칠 : 그놈들이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고
산신령인 호랑이들을 몰살 시킨 것입니다.
우리들의 임무는 일본 놈들 속에 숨어서 정체를 감추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그 괴물들을 처단하는 것이
급선 무라 생각합니다.
*전투에서 애꾸와 외팔이가 된 공 사.오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는 눈빛을 보내며 이빨을 악문다.
*원봉이 탁자위에 손을 올리자 모든 대원들도
그들의 손을 하나씩 포개어 올린다.
대원들이 동시에 머릿속에서 외친다.
“우리들은 형제다. 진공묘유.”
원봉이 쿠쿠리를 대원들이 포갠 손 위에 박는 것으로 대원들은 죽음의 맹세를 하였다.
SCENE #48. 1920년 --- 1928년
*원봉은 따로 의열단을 조직해 의백(단장)에 피선 되어 이를 운영하였다.
암살대상은 이른바 칠가살(七可殺)에 해당되는 자들로서
조선총독 및 총독부 고관, 군부 수뇌와 매국적 친일파 거두 등이었다.
그들은 본거지를 국내. 만주와 상해· 난징 등지로 전전하면서
경찰서 폭파, 요인 암살 등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지속하였다.
8년여에 걸쳐 의열단 단장으로
대규모 암살계획 및 경찰서·동양척식주식회사 등에 대한
폭탄 투척사건 등을 배후에서 지휘 조종하며
일제와의 투쟁을 지속하였다.
의열단이 공격했던 곳에는 예외 없이 닌자들이 활동하고 있었고
일본 본국의 닌자들의 수장 야마가타 아리모토는 계속되는
닌자들의 죽음으로 원봉에게 천문학적인 포상금을 붙여
그의 체포를 독려하였다.
원봉이 그렇게 긴 기간 동안 일본의 체포 노력과
엄청난 액수의 포상금에도 붙잡히지 않고
임무를 수행 할 수 있었던 것은 원봉의 뒤에는
특전대가 있었기 때문 이였다.
국민군 소장 이상정
SCENE #50. 1928년 5월. 난징 일본 영사관내 비밀 부서.
*일본 영사관 지하실에 마련된 비밀 회의실에는 5명의 닌자들이 회의탁자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있다.
탁자 상좌에는 대장으로 보이는 핫토리가
발을 꼬고 담배를 피우고 있고
탁자 좌, 우에 2명씩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닌자1 : 평양출신 독립군 권기옥이란 여자가
중국에서 비행술을 배워 현제 장개석 국민군
동로항공사령부에서 중령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닌자2 : 8년 전 평양에서 그년을 조사하던
다나까 형제가 무참히 살해되었었지요.
닌자3. : 조선 독립군 놈들이 비행기만 구하면 그년이
비행기를 몰고 우리 일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닌자4 : 그년은 보통 인간과는 달리 초능력을 가졌다는
말도 있고 우리들보다 더 강할 지도 모릅니다.
*모두들 한마디씩 하고 닌자2는 각자 앞에 술잔에 사케를 채운다.
*담배만 피우고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핫토리가 입을 연다.
핫토리 : 그 누구도 감히 맞설 수없는 힘을 우리들에게 주신
아리토모님이 돌아 가신지도 6년이 넘었다.
아리토모께서는 우리가 분골쇄신하여 대일본제국이
조선을 넘어 중국, 세계를 재패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셨다.
그런데 8년 전 다나까 형제의 죽음을 시작으로
월강추격대 소속동지들 총독부, 경찰서, 동양 척식 회사 등 우리 형제들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테러와 폭발이 일어나
닌자들이 죽어갔다.
다나까 죽음의 열쇠는 권기옥에게 있음이 분명하다.
내일 상해에 주둔중인 10명의 닌자들이 지원 차 난징에 온다.
먼저 권 기옥을 생포 하라.
닌자 1.2.3.4 : 하 ! 알겠습니다.
SCENE #51. 1928년 5월. 상해 특전대 아지트.
*각지에서 비밀 활동을 하다 모처럼 상해에 모인 특전대원들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밤이면 상해 유흥가와 고급 식당 등지에서 정보 수집을 하던 공 삼.사.오가 특전대원들의 아지트로 들어온다.
공삼 : 이상한 일이야!
상해 주둔해 있던 닌자들이 모두 난징으로 가버렸는데요.
공팔 : 이놈들이 필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공사 : 정보에 의하면 동로항공사령부소속
권기옥 중령이 목표라는 데요.
공오 : 권 중령은 평양에서 학교 다닐 때부터 불령선인으로 지목을 받고 있었는데 상해로 도망 와 버렸던 겁니다.
그런데 1926년 동아일보 1927년 중외일보 등에서 권 중령에 대해 신문에 게재하는 등 너무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원봉은 하마터면
들고 있던 찻잔을 놓칠 뻔 놀랐다.
원봉 : 예감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닌자들이 우리를 노골적으로 노리는 것 같습니다.
다나까는 내가 죽였고...
다나까의 죽음이 그놈들로서는 첫 번째 죽음이고 ...
당시 다나까가 권 중령을 유치장에 잡아넣은 장본인입니다.
죽어가는 권 중령을 내가 묘활주 반병을 먹여 살렸지요..
*원봉이 처음으로 밝힌 권 중령에 관한 새로운 사실에
대원들은 자못 놀라는 분위기다.
공구 : 그렇다면 그놈들이 권 중령과 우리가 필히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 하네요.
*원봉은 특전대에게 기옥과의 더 이상의 개인 적인 일들까지는
말 할 수 없었다.
공팔 : 걸어오는 싸움을 피 할 순 없습니다.
원봉 : 우리도 전투 준비를 해서 난징으로 출격합시다.
*원봉의 출동 명령에 특전대원들은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다.
그들의 손 등에는 죽음의 맹세로 생긴 상처가
문신인양 눈에 들어 온다.
SCENE #52. 1928년 5월. 난징 모처
*난징 모처에서 중국군 장교복장에 중령 계급장을 단 기옥과 황푸군관학교 부관 출신인 손두환이 만나고 있다.
손두환은 작년 모스코바에서 유학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소련으로부터 추방당해 다시 중국으로 돌아 온 것이다.
소련의 볼세비키 혁명의 여파로 중국에도 중국 공산당이 창설되어 장개석이 정권을 잡은 우파인 국민당과의 갈등이 심한 차에
일본까지 개입하여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으니
중국의 운명도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손두환은 1920년 기옥이 임시정부에서 중국 운남 육군 항공 학교에 위탁 교육생 선발 때 임정에서 군법국장을 역임 하고 있었으며
기옥을 많이 도운 인연으로 간간이 연락을 하던 사이였다.
기옥 : 손 동지는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겝니까?
손두환 : 솔직히 말 하면 나는 어떤 주의도 신봉하지 않습니다.
내가 모스크바까지 유학을 간 것은 앞으로 전 세계 정세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 소련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기옥 : 허지만 다들 손 동지를 공산주의자라고들 하던데요.
손두환 : 신념이니 이념이니 하는 것들은 늘 상 변하기 마련입니다.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신념과 이념이 준수해야 할 규칙이나 규범들 마져도, 너무나 쉽게 양보되고 합리화되어버립니다.
기옥 : 무슨 말씀이 신지?
손두환 : 중국 공산당과 장개석의 국민당이 신념이나 이념을 떠나 서로의 존속과 이익을 위해 합쳤다 헤어졌다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처럼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것들은 실제로는 그 신념이나 이념에 따라 행해 지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과연 소련에서 노동자 계급이 지배계급들로 부터 해방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 계급들을 착취하는 주체가 단지 농장주나 자본가들에서 공산당으로 바뀌었다는 것만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기옥 :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신봉하신다는 말씀이세요?
손두환 : 자유. 평등. 박애를 가치관으로 한다는 서양열강들이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식민지 백성들의 재산과 인권을 유린하는 것을 보아도 그런 이율배반적인 이념 보다는
좀 더 단순한 차원인 생존권을 신봉합니다.
기옥 : 저도 생존권과 민족자결주의를
제일 가치 있는 신념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유롭게 살아갈 생존권이 있는 것입니다.
생존권은 스스로 지켜야 하며 적들보다 강해져야 가능합니다.
물론 생존권이나 애국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서
권력을 잡으려 하는 무리들은 당연히 배척되어야 합니다.
나의 생존권이 중요한 만큼 다른 이의 생존권도 중요하다는
진정한 자유의 메시지가 세계만방에 전달되고 실천되어야 합니다.
*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즈음 한 무리의 검은 복장을 한 괴한들이 기옥과 두환을 에워싸고 권총을 들이대었다.
너무 뜻밖에 당한 일이고 숫자가 많았고 살기가 만만치 않았기에 기옥과 두환은 순순히 의자에서 일어나 그들의 지시대로 요리 집 앞에 세워둔 차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기옥을 보호 하는 세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염려에서인지 검은색 일본 시보레가 3대나 대기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기옥 중령을 따라와 다른 자리에 앉아있었던
기옥의 부관이 놀란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기옥의 부관은 혼자서는 역부족이므로 침착하게 검은 시보레의 뒤를 추적한다. 시보레들은 도심을 조금달리다.
일본 영사관 건물 뒤에서 차를 주차시키고 기옥과 두환을 끌고 영사관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기옥 부관은 황급히 차를 달려
동로항공사령관 사령실로 긴급 전화를 한다.
기옥 부관 : 당직 사령 빨리 연결해라.(전화 연결 뒤)
권기옥 중령 부관입니다. 권 중령이 일본인들에게 납치되어 일본영사관으로 압송되었습니다.
당직 사령 : 뭐라고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납치 된지는 얼마나 되었나?
기옥 부관 : 한 30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당직 사령 : 알았다. 전화 끊어.
*당직사령은 전화를 돌려 교환수에게 난징 일본영사관에게 전화 연결을 지시한다.
SCENE #53. 그 시간. 일본 난징 영사관.
*영사관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고 직원이 전화를 받아 영사에게 전화를 돌려준다.
당직 사령 : 난 동로 항공대 사령관인데.
우리 군 소속 권기옥 중령을 납치하였다는데. 바로 석방하시오!
일본 영사 : (멈칫거리며) 그..그런 일 없습니다.
당직 사령 : 분명히 말해 두겠소. 권기옥은 조선인 출신이나
중국 육군 중령계급장을 단 중국 군인이요.
당장 석방치 않는 다면 곧 군 당국이 실력 행사를 할 것이요.
*당직 사령은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고 교환수에게 난징주제 국민군 보안대와 전화 연결을 지시한다.
*권기옥의 납치 사건은 몇 시간 가지 않아 중국군 관계 부서에 바로 바로 전달되어 일본 영사관의 전화통은 불이 날 지경이다.
*일본 영사의 방에 핫토리와 일본영사가 마주보고 앉아있다.
일본영사 : 어찌 그 많은 인원들이
여자 한명 소문 없이 납치 못한단 말이요. (크게 짜증을 낸다.)
핫토리 : (아무런 말없이 인상만 짖고 있다. 말문을 연다.)
국민군들이 전화가 오면 공산주의자로 활동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좀 더 시간을 끌어 주시오.
일본영사 : 공식적인 작전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소.
영사관의 역할도 한계가 있으니 빨리 석방하도록 합시다.
절대 고문이나 폭력을 가해서는 아니 되오.
*핫토리는 일어나 영사의 방문을 신경질적으로 꽝 닫고 나가 버린다.
SCENE #54. 영사관 지하실.
*기옥과 두환은 지하실 방 의자에 묶여 있다.
벌써 취조가 있었는지 둘의 모습은 많이 흐트러져있다.
그 옆방에는 핫토리와 고참 닌자 4명이 모여 앉아 있다.
핫토리 :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빨리 기옥이 년을 취조하여 보아라.
닌자1 : 핫토리님이 영사와 같이 있을 때 신문을 하여 보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년 눈빛으로 봐선 죽어도 말문을 열, 년이 결코 아닙니다.
핫토리 : 그래도 그년은 놈들을 유인 할 미끼이니
최대한 버텨보자. 벌써 근처에 놈들이 다가온 것 같이 느껴진다.
SCENE #55. 일본 영사관 밖
*공 삼.사.오는 긴자들 보다 조금 늦게 기옥의 소재를 파악 했고 긴자들이 기옥과 두환을 납치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주시하면서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원봉일행에게 연통문을 날리고 있었다.
원봉 : 기옥의 군부대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니
무슨 조치가 있을 테다. 조금만 더 지켜보도록 한다.
*이때 기옥에게도 연통문이 열린다.
기옥과 대원들이 불과 1km의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옥의 머릿속에서 울려 전해지는 미지의 목소리들로
기옥은 놀라움을 넘어 마치 번개를 맞은 듯 몸이 떨린다.
기옥도 연통을 날려본다.
기옥 : 어떤 분들 이예요?
당신들도 나와 같은.... 분들 인 거죠?
*원봉과 대원들은 갑자기 연통문에 끼어든 기옥의 등장에 사뭇 놀라지만 이내 기옥도 묘활주를 마셨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평정을 되찾는다.
원봉 : 그런 셈입니다.
같은 조선인들이며 조국독립을 위해 투쟁 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부관이 부대에 연락을 하였으니
곧 무슨 조치가 이루어 질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될 수 있음 대중들 앞에 나서지는 않고
비밀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절대 비밀입니다.
*기옥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너무 놀라울 따름이고 그 동안 내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옥 : 네....
*기옥의 부관은 일본 영사관 앞에서 영사관 직원과 실랑이를 하느라 영사관 앞은 소란스럽다.
그래도 영사관 안에서는 별 다른 반응이 없다.
SCENE #56. 다음날 중국. 국민군 보안대 소장실
*중국 국민군 보안대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이상정은 간밤에 있었던 권기옥 중령의 납치사건을 듣게 된다.
이상정 : 일본 놈들이 겁도 없이 국민군 장교를 납치했단 말이지.
*이상정은 보안대 대장에게 직접전화를 돌린다.
이상정 : 대장님! 어제 21시경 일본 놈들이 동로항공대 권 중령을 납치 하였답니다. 동로항공대 사령관이 즉각 석방을 요구하였으나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답니다.
보안대 대장 : 정말 이젠 겁도 없구나.
일본과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이니
이 소장이 직접 출동하여 신중히 처리 하시오.
이상정 : 예! 잘 알고 임무 수행 하겠습니다.
*이상정은 부관에게 보안대원 50명을 출동대기 시킨 후
완전 무장을 하고 작전 차에 오른다. 작
전차량은 군용지프 2대와 트럭 2대이다.
이상정 : 자 ! 출발하라 목표는 일본 영사관이다.
*잠시 후 도착한 중국 보안군은 전원 차량에서 내려
일본 영사관을 둘러싼다.
*이상정은 영사관 정문에 서자 권총집에서 권총을 빼들고
하늘을 향해 3발을 연속 발사를 한다.
*총소리에 놀란 영사와 직원 몇 명은 건물 바깥으로 나온다.
영사는 출동한 중국 보안군의 위세에 기가 꺾인다.
영사관 정문 앞에 주차된 트럭 위에는 기관소총까지
영사관을 향해 설치되어 있다.
일본 영사는 이상정에게 다가가서 말문을 연다.
일본 영사 : 무슨 일이요 여기는 보호구역인데
병사들을 데리고 와서 총질을 해도 되는 건가요?
이상정 : 너희들은 남의 나라에 와서
중국군 장교를 함부로 납치해도 살아남을 줄 아느냐?
일본영사 : 그 여자는 공산주의 활동을 한
혐의가 있어서 잡아온 것이외다.
이상정 : 설사 공산주의 활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여기가 중국 땅인데 조사를 해도 중국군 보안대가 해야지
너희 일본이 무슨 권리로 조사를 한단 말이냐?
*일본영사는 할 말이 없다. 이치적으로 맞는 말이다.
이상정 : 앞으로 5분 이내 우리 장교를 석방하지 않으면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 한명도 남김없이 사살하겠다.
*이상정이 권총 2발을 다시 하늘을 향해 발사한다.
*주눅이 든 일본영사는 영사관 안으로 발길을 돌린다.
*잠시 후 영사관 문이 열리고 기옥과 두환이
위병소 쪽으로 걸어 나온다.
기옥이 출동한 장교의 소장계급장을 보자 거수경례를 한다.
이상정은 이에 답례하고 일단 차에 타라고 명령 한다.
기옥과 두환을 태운 차는 국민군 보안대를 향해 움직인다.
SCENE #57. 국민군 보안대.
*보안대에 도착하자 기옥과 두환은
국민군 보안요원으로부터 간단한 조사를 받고 풀려나온다.
기옥은 직접 출동한 보안대 소장이 조선인이라는 것을
조사과정 중에 보안요원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기옥은 이 소장을 만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
이 소장의 사무실로 향한다.
*사무실 앞에서 노크를 하고 기옥은 안으로 들어가 경례를 한다.
기옥 : 직접 출동하여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 합니다.
이상정 : (아무런 말없이 기옥의 얼굴을 쳐다보다.)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여전히 예쁘군요!
기옥 : (소장의 말에 깜짝 놀라 경례한 손을 내리며)
절 아시는 분이십니까?
이상정 : 8년 전 인천에서 멸치 배를 타고 상해로 오지 않았소?
*기옥도 상정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본다.
기옥 : 아! 일본서 유학 중에 귀국하셔서 제자들에게
민족 역사를 가르치다. 일경에 쫓겨서 ...
네!!.. 기억이 납니다. 정말 오랜 만이네요.
*8년 만에 운명적인 제회를 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기 습 작 전.
SCENE #58. 다시. 난징 일본 영사관 지하실.
*어쩔 수 없이 기옥과 두환을 풀어준
닌자들은 화가나 참을 수가 없다.
탁자 위에는 벌써 비워버린 술병이 수도 없이 싸여있다.
핫토리 : 이제 그만 마셔라.
혹시 그들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닌자1 : 설마 여기가 영사관 안인데 그런 일을 벌이겠습니까?
핫토리 : 방심은 금물이다. 대충 마시고 내일 새로운 작전을 짜자.
닌자들 모두 : 하!!! 걱정 마십시오.
SCENE #59. 그 시간. 난징 모처.
*기옥이 풀려났다는 연통에 원봉은 공 삼.사.오를 모처로 불러들인다.
특전대원들이 모두 모이자 원봉은 작전명령을 하달한다.
원봉 : 지금이 기습하기에 좋은 기회입니다.
허지만 여태껏 있었던 작전 중에서
제일 위험 한 작전이 될 것입니다.
모인 닌자들의 숫자를 고려 할 때
그들의 힘도 무시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공팔 : 적어도 15명 이상은 될 것 같습니다.
원봉 : 적들은 우리가 몇 명이고 여기에 와 있는 것도 모릅니다. 이점이 우리 최대 강점입니다.
단숨에 기습하여 초전에 박살내야 합니다.
대원들 : 예 ! 자신 있습니다.
*손재주 많은 공일과 공이가 큰 상자 두개를 꺼내와
상자속의 물건들을 꺼내 놓는다.
공일 : 이것은 심장 보호대입니다.
무쇠로 최대한 얇으면서도 강하게 만든 것입니다.
여기 뚫린 구멍으로 끈을 넣어 어깨에 걸치고
쇠 부분은 각자 가슴위치에 대고 등 뒤로 묶으면 됩니다.
*대원들의 얼굴에 환하게 감동의 미소가 번진다.
공일 : 또 이것은 투구입니다.
우리 동지들의 역량으로 보아서
투구의 무게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을 겁니다.
또한 일본 영사관에 침입해야 하기에
혹시라도 얼굴이 알려질 염려도 없습니다.
이 탄창은 권총에
한발 한발 총알을 장전 안 해도 될 수 있게
통째로 바꿔 넣는 탄창 뭉치입니다.
대원들의 권총은 이미 제가 다 손보아 놓았습니다.
*공일은 권총 탄창을 빼고 끼우는 것을 보여준다.
공일 : 만들기는 제가했지만 발상은 공이가 한 것입니다.
준비된 자만이 승리를 쟁취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투 시 꼭 착용해주십시오 . 하 하 하
특전 대원들 모두 : (공일과 공이에게 엄지척을 하며)
공일이 최고야!!!! 아니야, 아니야 공이가 최고야 !!!
하 하 하!!!
SCENE #60. 다음날 새벽 2시. 난징 일본 영사관.
*원봉은 영사관 밖에서 저격 위치를 잡는다.
기옥이 4km이상 떨어져 있는 게 다행이다.
원봉이 공격 개시 신호를 보내자
공 이.육의 천궁 화살이 순간적으로 날아들어
위병소 초병들의 가슴에 꽂히고
동시에 공 삼.사.오는 마치 하늘을 나는 듯
영사관 안으로 솟구치며 표창을 날린다.
위병소의 일본군인 5명이 쓰러지는 데는
단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공 삼이 영사관 현관문을 열고 신호를 보내자
전 대원들은 차례대로 영사관 안으로 들어간다.
영사관 일층은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낮은 촉수의
실내등만이 방을 밝히고 있다.
9명의 대원들은 각자 맡은 방향을 수색한다.
공 삼.사.는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 각방을 수색한다.
공삼 : 이층에 영사와 영사 가족들이 있다.
공오 : 지하실에 목표들이 있다.
원봉 : 대사관 직원들과 영사 가족들은 죽이지 마라.
밖에서 문을 잠가라.
공 삼.사 : 공 삼.사 수신.
*2층 영사관 복도 구석에 있는 난로 쇠막대를 마치 엿가락처럼 휘어 각 방의 손잡이를 봉해 놓고 공 삼.사는 다시 1층으로 뛰어 내려온다.
공오 : 지하실에 코고는 소리. 너무 싱거운 작전.
원봉 : 아니다. 방심 마라.
*공육은 뚜꺼비집에서 전기를 내려 버린다.
동시에 공 삼.사.오는 지하실 계단을 내려간다.
공 일.이는 계단 중간쯤에서 멈춰 자세를 낮추고 대기한다.
어둠속에 야광 눈빛이 파랗게 빗나기 시작 한다.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자
복도를 따라 방이 3개가 죽 늘어 서있고 맞은편에는
화장실과 창고로 이용하는 방 2개가 마주 보고 있다.
꾀 넓은 공간이다.
공삼이 앞장을 서서 들어가고 공 사.오는 뒤를 따른다.
공삼이 첫 번째 방문을 열려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창고 문이 열리며 굉음과 함께 총탄이 공삼의 등에 박혀 버린다.
공삼이 쓰러진다.
뒤에 있던 공 사.오는 창고를 향해 총을 발사 한다.
잠에 취해있었던 닌자들이 깨어나서 일본도와 권총을 손에 쥔다.
계단에서 대기 하던 공 일.이도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각 방 문이 열리며 닌자들의 붉은 눈동자들도 어둠속에서 빗난다.
노련한 핫토리는 닌자들이 자는 동안 창고에 앉아
혹시 있을지도 모를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닌자들의 숫자가 많다.
서로 가지고 있던 권총의 실탄은 이미 다써버리고
이젠 닌자들의 장도와 공 일.이.사.오의 쿠쿠리가 맞붙는다.
닌자의 장도가 공사의 가슴을 정확히 찌른다.
허지만 장도는 튕겨져 나오고 그 틈에 공사의 쿠쿠리가
난자의 목을 날려버린다.
닌자들의 일본도가 특전대원 머리 위를 몇 번 가격했지만
특전대의 투구는 번번이 이를 잘 막아 준다.
좁은 공간이라 쿠쿠리가 유리 하지만 숫자상으로 3대1의 열세이다. 쿠쿠리가 닌자들을 여러 번 가격했지만
닌자들도 잘 쓰러 지지 않는다.
칠흑 같은 좁은 공간에 붉고 파란 야광 눈 빛 들이 어지럽다.
*순간 일층에 대기 중인 공육이 연통을 날린다.
공육 : 일층으로 철수.
공일 : 공삼 쓰러져서 수류탄 공격은 불가.
공칠 : 수신
공육 : 빨리 철수
*공 일.이.사.오는 쿠쿠리로 교전을 하면서
일 층 계단 쪽으로가 단번에 일층으로 뛰어 오른다.
그들도 몸 여기저기 총알과 칼에 맞아 부상이 심하다.
닌자들의 숫자는 많지만 복도 계단이 좁아
한꺼번에 덤비지는 못 했다.
총 열 다섯 명의 닌자들 중에 이미 네 명은 목이 잘리고
가슴에 총을 맞아 죽었다.
계단을 뛰어 오른 공 일.이.사.오는 좌, 우로 몸을 피하고
공육과 공칠의 MP18이
계단을 오르고 있는 닌자들에게 불을 뿜는다.
순간 닌자들은 맥없이 쓰러진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다.
공 일.이는 지하실로 다시 내려가 신음하고 있는
공삼을 부축하여 올라온다.
다행이 총알이 심장을 비켜간 것 같다.
공 팔.구는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쓰러진
닌자들의 목을 쿠쿠리로 베어 버린다.
하나 둘 세면서... 모두 열 넷이다.
공 사.오는 퇴로를 확보 한다.
공팔 : 상황 끝
원봉 : 수고 . 차량 대기 완료
*대원들은 공삼을 부축해 영사관을 빠져 나오고 대기 하고 있는 트럭 위로 몸을 싣는다.
*영사관 이층 각방에는 영사와 영사의 가족. 직원들이 총소리에 깨어나 겁에 질려 방구석 곳곳에 몸을 숨기고 겁에 떨고 있다.
*지하실 창고의 문 뒤에는 핫토리가 숨어 이 전투 장면을 문틈으로 다 지켜보았다.
그의 노련함은 침투한 대원들의 전투능력이 닌자들의 두배 이상임을 감지했고 특히, 대원들이 쓰고 있는 투구를 보고 이미 이번 교전은 닌자들이 패 할 것을 예감하고 계속 숨어있었던 것이다.
핫토리 :: 대체 저런 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일본 제국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상해로 돌아 온 특전대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삼과 대원들은 수일이 지나서야 완전히 회복 될 수 있었다.
도미우라 왕국.
SCENE #61. 1928년 9월. 상해 홍커우 공원
*상해 홍커우 공원에 원봉이 혼자 벤치에 앉아 있다. 모처럼 혼자 아무런 생각 없이 먹이를 쪼고 있는 비둘기들을 쳐다보고 있다.
납치되었다 풀려 나올 때 먼발치에서 보았던 기옥의 얼굴이 떠오른다.
원봉 :: 왜 기옥 앞에 나설 수 없었을까?
기옥이 잊어 달라던 말 때문이었을까?
기옥의 동의도 없이 묘활주를 먹인 건 잘 못한 짓일까?
10년 넘게 하루도 잊은 적 없는 이름이다.
정말 대단한 여자다.
“잊혀 지더라도 억울해 말자. 섭섭은 잠깐이고 죽으면 본전이다.”
*원봉은 억지로 씩 웃어본다.
기옥이 원봉에게 했던 말들을 실천해 가는 것을 보면서
원봉은 거저 기옥 앞에서는 끝없이 작아질 뿐이다.
*원봉이 잘 가꾸어진 공원 여기저기를 거닐 때
공원 한편 크게 자란 단풍나무 아래
노천 이발사가 손님 머리를 깎고 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익숙한 조선말이 반가워서 가까이 다가간다.
이발사도 손님도 조선인인 모양이다.
을수 : 내가 욕지도에서 2,000여명의 일본인들 전용이발사였소.
*자그마한 키에 통통한 몸집의 친근감이 가는 얼굴이다.
손님 : 욕지도가 어디 있는 디?
을수 : 남해 통영에서 배타고 한 시간 반 쯤 가면 되요.
삼천포에서는 한 시간 쯤 걸리고...
손님 : 그 섬이 제주도만큼 크남?
을수 : 아니 십분의 일도 안 되지요?
손님 : 예이! 거짓말 그 작은 섬에
일본 놈들이 뭐 한다고 2,000명이나 산다냐?
을수 : 조선족들도 이만명이나 살아요!
손님 : 이 사람이 뻥치시긴.
*욕지도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그 이발사 말로는
일본 놈들이 그 섬에 어업기지를 건설하고
조선 어부 가족들을 데려와 일시키고 이런저런 핑계로 돈을 착취하지만 가족들이 볼모로 잡혀있어 섬을 나오지도 못하고
갇혀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섬에는 명월관이란 기생학교도 있고 안방술집도 12개나 있으며 200명이 넘는 조선 관기들을 속여 데려와 강제로 몸을 팔게 한다고 하였다.
을수 : 명월 관 게이샤들은 겁나게 예쁘지요.
*이제 원봉도 을수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손님 옆 빈 의자에 앉는다.
을수 : 손님도 머리 깎으시려구? (중국어로)
원봉 : 네... 저도 조선족이에요.
을수 : 오늘 동포들 많이 보네. 나가 잘 깎아 드리지.
*을수는 관중이 한명 더 늘자 신이 나서 이야기는 계속 하였다.
명월 관 게이샤들은 사실 조선 왕실 궁중의 무희들이었는데
지금 욕지도 주인인 도미우라가 일본경찰을 시켜
무희50명을 속여 데려와 일본어를 교육시켜 일본여자로
둔갑시켜 놓고 비싼 값을 받으며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을수 : 내가 10살 때 일본 놈들이 조선 관기들을 끌고 와서
배에서 내리는 것을, 구경 가는 삼촌을 따라 그 장면을
직접 보았단 말이여.
*명월 관 게이샤들은 그 규율이 엄격해서
조선말을 하면 아주 모질게 매질을 당하며
일본말만하고 일본식으로 기생교육을 받는다 했다.
끌려 온지도 이십년이 넘어
이제 예쁘던 게이샤들도 늙어 명월관에서도 쫓겨나
안방술집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몸을 팔게 하고 있다 한다.
도미우라는 또 어디에선가 어린 조선 여자들을 데려와 똑같이 교육시켜 명월 관 기생들이 예쁘고 풍류에도 뛰어나다 소문나
일본. 조선. 만주. 중국의 이름난 거상들이
일부러 먼 욕지도 까지 수산물을 사러 온다는 것 이었다.
술집12개는 일본인 전용으로 술파는 것보다는
일본 놈들 성욕 해소가 주 업무라 한다.
도미우라는 섬이라는 특수 환경을 이유로
조선인의 임금을 전표로 계산해주고 식료품을 육지로부터
가져와 아주 비싸게 유통시켜 조선족들은 지급받은 임금으로
식량을 구입하면 오히려 빚이 질 지경 이고.
욕지도에 거주 하는 일본 놈들도 성적욕구를 해소하려면
받은 봉급을 고스란히 도미우라에게 다시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을수 : 도미우라 집 지하 금고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괴가 쌓여있답니다. 생각들 해 보슈 .....
30년 동안 긁어모은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남해 일대 수산물들을 싹쓸이해서 팔지요,
조선인 어부들 임금 착취 하지요.
명월 관 돌려 거상들 돈 빼먹지요.
안방술집 돌려 저희 일본 놈들 돈까지 모두 빨아 먹어버렸으니
도미우라 라는 놈은 정말 야차 같은 놈 이예요.
일본 본국에 돈을 보내고도 어마무시하게 남는 돈을
금괴로 바꿔 금고에 숨겨 놓았다는 것은
욕지도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 입니다.
*이야기 도중에 먼저 머리를 깎던 사람이 일어나고
을수는 손님의 몸을 구부리게 해 놓고
돼지털로 만든 솔로 정성스레 머리카락을 털어준다.
을수 : 자 이리 앉으시오. 어떻게 깎아 드릴까?
원봉 : 너무 짧게는 깎지 마시고 적당히..
*을수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을수 : 일본 이발사 밑에서 잔일을 하다.
나이 서른이 되던 해 사는 게 갑갑하고 넓은 세상 보고 싶어
조선인 대표인 구태 삼촌의 도움으로
작년 이맘때 고기 사러 들어온 중국 상선에 몰래 숨어서
이렇게 상해까지 오게 되었소이다.
배운 것이 머리 깎는 기술 밖에 없어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요.
*거짓말이라 여기기엔 이야기가 너무 구체적이다.
만약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도미우라의 금고에 어마어마한 금괴가 있을 테고..
200여명의 조선여인들이 성노예로 살고 있다면..
그들을 탈출 시키는 일은 우리 특전대가 꼭 해야 할 일 아니겠나?
현제 상해임시정부의 부족한 독립운동 자금도
한 방에 해결 할 수 있는 것이다.
머리를 깎은 후
바쁜 걸음으로 아지트로 돌아온 원봉은 특전대원들을 소집한다.
욕지도 구출작전 1.
SCENE #62. 특전대 상해 본부
*원봉은 을수로부터 전해들은 욕지도 이야기를 대원들에게 했다.
대원들의 반응도 원봉과 같았다.
우선 보다 더 정확한 사실 확인과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특전대도 3개조로 편성 각조에 의혈단원 2명씩을 배치하여
언어 문제를 해결한다.
원봉 : 공 .삼.사.오는 욕지도에서 수산물을 사오는
중국 거상을 수소문하기로 했는데. 좀 알아보았소?
공사 : 푸동 수산시장에 고기를 대는 거상을 만났습니다.
원봉님이 들은 이야기 대부분이 사실이랍니다.
일 년에 두 번씩 수산물을 사러 욕지도에 들린다고 합니다.
욕지도 도미우라는 상술에 뛰어 날 뿐 아니라
무술도 달인의 경지라고 합니다.
도미우라의 금고는 본 일이 없지만 도미우라 저택 지하실 문을 부하들이 항상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아서 틀림없이 무엇인가
귀중한 것이 들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원봉 : 공 일.이.육이 알아보기로 한 욕지도의 정보는요?
*공일은 욕지도 지도를 구해와 탁자위에 펼친 후 설명에 들어간다.
지도 위에는 을수가 알려준 욕지도 정보들이 모두 표시 되어 있다.
공일 : 이곳 상해에서 북동쪽으로 700km 정도 떨어져 있고
여의도 4배 정도의 섬입니다.
보통 속도의 어선으로 상해에서는 24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섬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원봉님이 만난 을수라는 사람이
제일 많이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저와 공 이.육
그리고 의혈단 모두 을수에게 이렇게 머리를 깎았습니다.
*매우 짧아진 머리에 대원들 킥킥 웃는다. 여러 번 찾아간 모양이다.
공이 : 을수의 말로는 일본인 2,000명중
반 정도는 우펀국, 파견 경찰, 일본 해군 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도미우라 가신들이랍니다.
도미우라 가신의 대부분은 조선족을 관리하는데 종사하고
300명 정도의 무사들이 도미우라를 왕처럼 모시고
그의 명령에 절대 복종 하고 있답니다.
도미우라의 허가 없이는 조선인들은 여자든지 남자든지
누구도 섬을 떠날 수 없으며 만약 도망가다 잡히면
조선 포 뒤 언덕에 거꾸로 매달아 말려 죽인다고 합니다.
조선인들은 모두 섬을 떠나고 싶지만 가족들이 족쇄이고
배들은 모두 일본인들의 관리 하에 있어서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을수는 일찍 부모가 돌아가셔서 도망치다 잡혀도
별 미련이 없었기에 목숨을 걸고 고기 사러온
중국 배에 숨어 도망 온 것이라 했습니다.
지금도 욕지도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동포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공육 : 욕지도 입구 좌측에 조선 포와 야포에는 조선족들이 살고 있고 그 안쪽에 경찰서와 일본 관리들이 상주하는 관청마을 이 있으며
욕지 항 중앙에 일본해군 기지가 있고.
천황 봉 아래 쪽 저수지 밑은
도미우라 가신들이 살고 있는 불곡 마을이라 하며
각종 상점들이나 창고들이 위치해있다고 합니다.
섬 입구 오른쪽에 도미우라 저택과 명월 관과 안방술집이 있습니다.
우펀국도 근처에 있다는데
아직 무선장치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도미우리 저택까지 관청마을 경찰서에서는 2.5km이고
해군기지에서는 2km. 도미우라 가신들 마을에서는 500m거리입니다.
일본경찰이나 도미우라 가신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일본도와 일본소총 이외에는 별로 특별한 무기는 없다고 합니다.
도미우라 저택 지하실에는 괴물들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무서워 모두들 접근을 꺼린다고 합니다.
원봉 : 일차 목표는 억류된 조선여성 200명을 구출 하는 것입니다.
이차 목표는 도미우라 금고입니다. 30년을 긁어모았다면 그 양은 만만치는 않을 테지요.
그런데 일본 해군이 변수네요.
바다 한가운데서 포탄이라도 맞으면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마산 지구 의혈단에게 의뢰한 정보인데
욕지도에 들리는 일본 해군함정은 연안전투함으로
비상사태가 아니면 닷새 만에 입항하여 이틀정도 머물며
근처 바다를 순시하고 다시 출항하곤 한답니다.
이 전함들은 두 대가 일조를 이루는데
여수 기지 이틀. 가덕도 하루 .진해에서는 하루 정박.
통영 하루. 욕지도 바다 근처에서도 이틀 동안
수색과 작전을 수행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여수에서 입항정보를 우리에게 전보로 알리면
욕지도에 입항까지는 4일의 여유가 있는 셈이고
상해에서 욕지도까지 하루 욕지도에서 탈출하는 데
하루를 잡으면 욕지도에서 이틀 안에
작전을 완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의열단 중 이번 작전에 참가할 30명의 선발은 이미 끝냈고.
다행이도 그중에 일본상선 항해사와 기관장 출신 단원이 있어 수월하게 배 운항 문제는 해결 되었소.
공팔 : 작전에 맞는 배를 구하러 상해 조선소들을
이 잡듯이 돌아 다녔습니다.
탑승할 인원이 많아 최소 300톤 이상은 되어야 하기에
마침 선박 수리소에 팔려고 수리하는 배가 있어
섭외를 하였는데 모자라는 자금은 작전이 끝나면
배를 다시 처분해서 해결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원봉 : 이번 작전은 우리의 목숨뿐 아니라
200명의 목숨도 함께 달려 있습니다.
신중하고도 세밀한 작전계획이 나와야 할 것 같군요.
배가 준비되는 대로 거사날짜를 잡기로 합시다.
특전대원들과 선발된 의열단 모두는 공팔이 구한
작전함으로가 이번 작전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하십시오.
나는 난징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SCENE #63. 1928년 9월말 .난징
*원봉은 기옥을 만나리라 결심하고 난징으로 차를 몰았다.
이번 작전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렸기에
전투기 지원이 필요 할 수도 있어
기옥에게 부탁하려 하는 것이다.
원봉 :: 이번 기회에 기옥에게
10년 동안 감추었던 마음을 전하고 말리라.
*원봉이 동로 항공부대 도착하여 위병소에 차를 멈추고
위병소 위병에게 신분증을 제시 하는데
반대편 차선으로 군용 지프가 나오고 있다.
위병은 받들어총자세를 취 한다.
스치며 지나가는 두명.. 조수석은 기옥이고
운전석에는 군모에 별이 선명한 이상정이다.
운전병도 없이 어딜 가는 모양이다.
원봉은 차를 돌려나오며 생각에 잠긴다.
차안에서 웃음 짖고 대화중이던 두 사람은
아주 친밀한 사이로 느껴진다.
원봉 :: 그래! 목에 어마 무시한 현상금이 붙어있는
나 보다는 이상정이 훨씬 그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상해로 돌아가려다. 원봉은 다시 생각한다.
개인적인 감정 보다는
200명 넘는 동포들의 목숨이 더 소중한 것이다.
원봉은 속도를 내어 상정이 운전하는 차 뒤를 따라 간다.
난징 시내로 들어간 지프는 근처의 중국요리 집으로 들어간다.
*반대편 차로에 차를 주차한 원봉은 연통문을 날린다.
*상정과 식사 중이던 기옥이 갑자기 어쩔 줄 몰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기옥 : 잠깐 만요 화장실 좀 ....
원봉 : 수신 되나요?
기옥 : 네 가능합니다.
원봉 : 이번에 조국 욕지도란 섬에서
조선여성 200여명을 구출 하는 작전이 있습니다.
일본군함의 추격이 문제입니다.
항공대 비행기 항속거리는 얼마나 되나요?
기옥 : 700km 남짓합니다만.
원봉 : 그럼 350km까지는 출격했다 돌아 올수 있겠군요?
기옥 : 네 그렇습니다.
원봉 : 작전이 시작되면 배에서
무전으로 항공대에 연락 하겠습니다.
미리 출격승인 받아 두십시오. 폭탄은 2발 필요합니다.
출격승인은 다른 사유로 둘러대었으면 합니다.
출격해서 일본군함이 보이면 격침시켜 주십시오.
작전명은 “백두산”입니다.
기옥 : 이제 비로소 내 꿈이 이루어 질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오히려 저가 감사합니다.
정확한 출격 날짜는 ?
원봉 : 작전 출항 시 무전으로 알리겠습니다.
기옥 : 그런데 혹시 절 만난 적이 있나요?
원봉 : 아닙니다. 신문 등을 통해 알고 있을 뿐입니다.
기옥 : 우리들은 어떤 이유로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건가요?
원봉 :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럼 이만 ...
*기옥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기옥은 상정에게
출격 승인에 대한 도움을 부탁 한다.
SCENE #64. 1928년 10월1일 . 상해 .
*원봉이 완벽하게 수리마치고 상해 부두에 정박 중인
작전함에 탑승하여 점검 중에 있다.
작전함은 상선으로 300톤급 철선이다.
작전 참가 인원들은 이미 모두 승선하여
제각기 맡은 부서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작전함 회의실에 특전대원과 의열단6명이 모여
최종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공팔 : 내가 먼저 점검해보고 대원들과 시험 운행도 마쳤소.
미국제 경유 엔진을 구해서 장착 하였습니다.
별다른 이상은 안보이고 순항속도 30km
최대 속도는 40km 정도요.
원봉 : 수고 많았습니다.
필요한 물품과 무기 장비들을 실어 놓고
여수에서 무선전보가 뜨면 지체 없이 출동해야 합니다.
날씨가 문제입니다만...
공일 : 대원들이 사용 할 무기와 탄약 폭탄들은
모두 정비, 보충 되었습니다.
자동소총 20자루와 독일제 특수무기가 이틀 뒤에 도착합니다.
이번 작전 시 요긴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원봉은 말 대신 공일에게 엄지척을 하였다.
원봉 : 이번작전은 작전시간 엄수와 우수한 화력
을수의 정보에 의한 조선인 지도자 구태와
명월관의 여옥, 안방술집 미영등
억류 조선인들의 협조가 성공의 관건이라 생각하오.
*그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에 점검을 거듭 하고 있다.
권 중령에게도 미리 메시지를 보내 출격 장소를 알린다.
“제주도 남서 북위 32도07분22.63초 동경125도10분56.81초”
이어도 근해.
욕지도 구출작전 2.
SCENE #65. 1928년 10월10일 06시. 상해 항.
*드디어 여수에서 선박 착발 무선전보가 날아왔다.
암호명은 “백두산”이였다. 다행이도 해상 날씨는 양호하다.
*작전 팀은 배를 출항시킴과 동시에 권 중령에게 무선 메시지를 보낸다. “12일 19시 목표지점 도착 요 . 백두산.”
SCENE #65-1. 1928년 10월11일 06시. 욕지 항.
*작전함은 정해진 좌표대로 24시간 항해 끝에 욕지도에 입항한다.
11일 06시경이다.
작전함은 항구로 들어가 항구 왼쪽 자부포에 배를 정박하였다.
원봉일행은 중국 상인으로 변장 하고 있다.
낯선 배가 정박하자 말자 도미우라 관리인들이
배에 승선 하여 항해실로 올라온다.
야마다 : 이배는 무슨 일로 입항하였소.
원봉 : 상해 푸동 수산시장 왕사장 소개로
고등어 구입 차 입항 하였소이다.
*야마다는 푸동 왕사장 소개라는 말에 경계를 푼다.
야마다 : 그렇습니까? 환영합니다. 아침 식사 후 10시쯤 도미우라사장을 만날 수 있게 주선해 놓겠습니다.
*야마다 일행은 깍듯하게 인사를 한 후 검문했음을
확인하는 녹색 깃발을 배에 높이 계양 할 것과 이배 선원들이
욕지에 상륙하려면 목에 꼭 녹색 수건을 목에 둘러야 할 것을 지시하고 깃발과 수건을 전달하고 배에서 내렸다.
지름1km의 큰 포구다. 허지만 꽉 들어찬 크고 작은 배들로
항구는 발 디딜 곳이 없을 지경이다.
어선들은 이중 삼중으로 서로 묶어 정박해 놓은 실정이다.
도미우라 관리인들은 2.3명씩 몰려다니며
어선과 상선들의 입, 출항 통제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든 선박에는 노란, 녹색, 파랑색의
깃발이 달려있다. 노란색은 고기잡이 어선.
파란색은 감시선, 운반선, 녹색은 고기 구입 차
입항하는 상선의 표시였다.
만약 승인 깃발을 달고 있지 않는 배가 운행할 경우
지체 없이 검문검색을 받는 것이다.
차츰 밝아지는 동쪽 하늘 아래 섬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항구 입구 동쪽 아포, 조선포 마을 뒤 작은 언덕은
언덕 꼭대기 까지 다닥다닥 판자로 엮은 집들이
처마를 맞대고 있었다. 욕지 항 반경500m 테두리 주변에
2 만 명이 훨씬 넘는 인구가 산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날이 훤해지자 작전함에서
항구 건너 보이는 조선 포와 야포, 관청마을은
그야 말로 북새통이다.
집집마다 밥을 하느라 연기가 피어나고 애들 울음소리,
고함소리 뱃고동 소리,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등등
나가는 배, 들어오는 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도미우라 저택과 명월관이 있는 자부포 마을은 아직 조용하다.
몇몇이 나와 잘 포장된 마을길과 도미우라 저택 앞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이곳은 용무가 없는 조선족 출입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SCENE #66. 1928년 10월11일 10시. 도미우라 사무실.
*도미우라 저택에 도착한 원봉일행은
중국 상인으로 변장한 원봉과 의혈단원 2명이다.
집사 타누키의 안내로 원봉은 이층에 있는 사무실로 안내받는다.
원봉이 들어가자 부두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던
도미우라가 의자를 돌려 원봉을 쳐다본다.
원봉이 가까이 다가가자 도미우라도 일어나 악수를 청한다.
도미우라의 중국어 실력은 30년의 상행위로 너무 유창했다.
도미우라 : 푸동 왕사장 소개로 입항 하셨다구요?
원봉 : 네! 장시안 이라 합니다.
욕지도 고등어가 크기나 맛이 좋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저도 한번 거래 해보고 싶습니다만.
*원봉은 왕사장의 소개서를 건넨다.
도미우라는 건성으로 훑어본다.
도미우라 : 얼마나 사 가시려고?
원봉 : 한 300톤 쯤요.
*300톤이라는 말에 도미우라의
음성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도미우라 : 그렇게 많이요. 생물과 염장 두 종류가 있읍니다만.
염장은 지금 당장이라도 선적이 가능하나
생물 쪽은 한 이틀 작업량을 모아야 합니다.
원봉 : 반반씩 하도록 하지요 .
우리 배는 냉동고 바닥 쪽이 냉기가 세니
내일 생물을 먼저 싣고 그 위에 염장 고등어를 적재 하도록 합시다.
도미우라 : 네.. 경험이 많으십니다.
가격이...생물은 염장의 세배입니다만.
원봉 : 가격은 푸동 왕사장에게 준 가격이면 만족 합니다.
선적 후 대금은 금으로 치르겠읍니다.
도미우라 : (매우 만족하며) 하 !하! 금으로 지급하신다니
염장고등어 5톤은 더 실어드리지요.
그리고 오늘 저녁은 내가 특별히 우리 명월 관에서
접대를 하고 싶습니다.
원봉 : 중국서도 소문이 자자한 명월 관에
초대해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도미우라 :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요.
원봉 : 네 감사합니다.
SCENE #67. 1928년 10월 11일 18시 .욕지도 작전함.
*작전함에서는 마지막 작전명령이 하달되고 있었다.
원봉 : 20시 정각에 공 일.이와 의열단 세욱. 너희 3명은
함께 조선포 로 가서 김구태를 찾아라.
김구태의 협조가 이번작전의 승패를 좌우 한다.
다음날 01시부터 공 육,칠과 의열단원 19명과 합류하여
경찰서와 관청. 관리인 숙소 건물, 파란 깃발이 달린 배들을
02시 정각에 폭발시킨다.
그 후 동포들과 합세해서 일본 놈들을 섬멸해라.
대원들 : 네 숙지하겠습니다.
원봉 : 공 팔은 의열단 5명의 지원을 받아 배에
설치된 기관총으로 자부포 입구로 들어오는 길목을 차단하세요.
공팔 : 알겠소.
원봉 : 의열단 성환. 종호, 천호는 손님으로 가장하고
안방술집으로 가서 미영을 찾아 작전을 알린다.
그곳에서 대기하여 불이나면 여성동포들이 배로
이동하는 것을 돕는다.
공 삼.사.오는 화염병을 준비해서 02시 정각에 안방술집과 명월 관에 불을 지른다.
나와 공구, 의열단 2명은 명월 관 연회에 참석한다.
나머지 일들은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
우리의 목표는 억류 조선 여성200명 구출과 도미우라 금고이다.
이상 ....(큰 소리로) 섭섭은 잠깐이고 죽으면 본전이다.
대원들 : (합창한다.) 진.공.묘.유
욕지도 구출작전 3.
SCENE #68-1.1928년10월11일20시/12일02시. 조선포
*20시가 되자 공일 일행은 구태를 만나러 출발한다.
그들은 통행증을 대신하는 녹색 수건을 목에 둘러야 했다.
도미우라는 조선인 100가구당 1명의 구장을 임명 총 25명의 조선인 구장을 선임하였다.
말이 자치기구이지 실상은 2 만 명 이나 되는 조선인들을 손쉽게 통솔 하고자 함이 목적이었다. 1명의 구장에게는 4명의 부장을 허락하고 그들에게 조금씩의 혜택을 주어 조선인들을 통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조선인 총 책임자가 김구태인 것이다.
자그마한 키에 작고 반짝이는 눈, 거칠어진 손을 한 48세의 구태를
조선 포 마을 회관에서 쉽게 만난 공일 일행은 신중히 말을 꺼낸다.
구태 : 목에 두른 수건을 보니 고기를 사러온 상인들 같은데 나를 만날 이유가 없을 텐데요...
세욱 : (주위를 둘러본 후 ,작은 목소리로)
조카 을수가 전 한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자리를 좀 ...
*구태는 을수 이름이 나오자 얼굴이 창백해진다.
일본 관리인들에게는 을수가 갯바위에서 실족하여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보고 하였던 것이다.
구태는 일어나 회관 안쪽에 있는 조그마한 문을 열고 나가 뒷마당 창고로 세욱을 인도하였다.
*구태는 남포에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인다. 그 창고 안에는 녹슨 닻이랑 어망, 고기 그물 등이 여기저기 쌓여있고 허름한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세욱 : 걱정하지 마세요. 을수는 상해에서 이발사를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구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세욱이 무슨 말을 이어 갈 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탁자위에 있던 컵의 물을 단숨에 마셔 버린다.
세욱 : 우리들은 조선 독립군들입니다. 욕지도 명월관과 안방술집에 억류된 조선인 여성 200명을 비롯하여 여러분들을 구출하러 온 것입니다.
구태 : 그 일이 그리 쉽다면 여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겠소?
세욱 : 가능합니다. 많은 무기와 40여명의 결사대들이 와 있습니다.
구태 : (코웃음을 치면서)
고작 40명으로 2000명을 당해 내리라 생각하오?
세욱 : 네 가능 합니다. 우리들은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온 것입니다.
구태님께서만 도와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구태 : 참 어이가 없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칼, 낫이고 작살뿐인데 그걸 가지고 어떻게 일본 놈들과 싸운단 말이요?
*세욱이 뒷주머니에서 다이너마이트를 꺼낸다. 다이너마이트는 쇠로된 파이프 안에 꼽혀 있다. 폭발 시 표면에 금을 낸 파이프가 조각조각 터져 파편 역할을 할 것이다.
세욱 : 여기 폭탄 심지에 불을 붙여 일본 놈들에게 던지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방에 20명은 죽어 나자빠질 것이요.
*구태의 표정이 바뀌고 다이너마이트를 세욱으로 부터 받아 손에 쥐고 이리저리 만져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아직 뭔가 확신이 서지 않는 표정이다. 세욱이 나가서 공일을 데리고 들어온다.
*세욱이 공일에게 분위기를 전달했는지 공일은 창고에 들어오자 구석에 있는 닻을 들어 올려 양팔에 힘을 주어 휘어버렸다.
이를 본 구태는 아무 말 못하고 입만 쩍 벌리고 있다.
세욱 :구태님을 압박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확신을 주려고 한 짓입니다. 우리를 한번 믿어 보시지요.
02시에 작전을 개시하니 그전에 사람들을 비밀리 모아야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잘못되면 을수 일로 구태님은 곤란해질 것인데.
이러나저러나 죽기 매일 반이면 싸우다 죽는 것이 낫지 않소?
*구태의 표정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 상태다.
살아오며 꿈속에서나 일어 날 수 있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구태 : 알겠소! 한번 해 봅시다. 나도 이젠 더 이상 여기에서는 못 살 겠소. 차라리 죽어서라도 이 섬을 벗어나 고향으로 가고 싶소이다.
*구태는 사람을 시켜 조선 포 뒷동산 비밀 회합 공터에 마을 구장, 부장들의 소집 명령을 내렸다.
한 30분이 지나서 공일 일행은 구태를 따라 판자 집들로 가득 찬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 산 쪽으로 오르다 보니 제법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100명이 좀 안 되는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있다.
조선인들에게 의논 할 일이 생기면 종종 어둠을 틈타 비밀리 모여 의논을 하곤 하였던 것이다.
공터 뒤 언덕에는 탈출자를 매다는 기둥들이 어둠속에서 우뚝 서있다.
희미한 불빛을 의지해 구태는 그 무리들 앞으로 공일 일행을 데리고 나선다.
구태 : 여러분 그 동안 저는 우리들이 힘들고 억울한 일들을 당할 때마다 어쩔 도리가 없으니 참으라고만 하였습니다.
우리 마누라가, 우리 딸들이 저 일본 놈들에게 능욕을 당 하고
우리 아들들이 짐승같이 놈들에게 이유도 없이 매질을 당할 때마다.
여기모여 울분을 토하고 죽더라도 한번 싸워나 보고 죽자고 이를 악물고 피를 토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반대하고 말렸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이 사람들을 보냈습니다. 이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 아니라 이 폭탄으로 저 놈들을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조선포 구장 1 : 무슨 말 인겨? 무슨 일이 난기여?
야포 구장 2 : 형님 왜 그래요. 또 누가 죽었다요?
*공터에 모인 조선인 구장이나 부장들이 이해하기엔 구태의 말은 너무도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발언이었다. 여기저기서 낮게 웅성거린다.
이때 세욱이 나서서 그들이 욕지도에서 이 일을 벌이게 된 경위를 짧지만 조리 있게 설명하였다.
세욱 : 01시에 여러분들이 싸울 폭탄을 가지고 또 다른 대원들이 합세를 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일본 놈들과 도미우라 관리인들을 모두 쓸어버립시다.
*세욱의 말에 모인 사람들은 드디어 철천지원수를 갚고 이 섬을 탈출 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음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해 하였다.
*세욱은 다이너마이트의 폭발 방법과 투척 방법, 그 예상 화력등을
자세히 교육 시키고 또 실제 한번 던져보는 실습도 해보았다.
또 다이너마이트 심지에만 따로 불을 붙여보아 실제로 사용 시 당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비롯해서, 3시간 남짓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열심히 교육시키고 그들 또한 열심히 배웠다.
24시쯤 모인 일행들은 조용히 마을로 내려와 각자 집으로 가서 칼, 낫 도끼, 작살 등을 들고 나와 마을 주위 골목길에 숨을 죽이고 숨어 싸움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01시가 되자 야포쪽에서 마을 회관 쪽으로 한 무리의 그림자가 바람처럼 나타났다. 공 육.칠 일행들이다. 조선인들에게 나누어 줄 폭탄과 수류탄 등의 무기들을 잔뜩 가지고 온 것이다. 배들은 주로 도미우라 관리인들이 사는 불곡 마을이나 자부포쪽에 몇 겹으로 정박 해 놓았다. 야밤을 타고 탈출하려는 조선인들의 막으려는 의도였다. 순찰, 감시는 불곡마을과 자부포 쪽에서만 하고 관청마을 안쪽의 조선포나 야포는 급작스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순찰을 돌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공육 일행은 작전 선에서 자부포 반대편으로 구명정을 내려 항구를 가로 질러 야포에 상륙 한 것이다.
SCENE #68-2.1928년10월11일20시/12일02시 자부 포.
*세욱이 열심히 조선인들에게 전투교육을 하고 있던 시간 명월관에서는 피로연이 한창이다. 일본 게이샤 복장과 얼굴에 흰 분칠을 하고 눈과 입술에는 홍화의 짙은 빨간 색조가 묘하게 남성을 자극한다.
생선을 사러온 거상 몇 무리와 일본경찰 파출소 소장, 우체국 파견 소장, 일본해군 정비소 상주군 책임자들, 도미우라 가신 책임자들이 손님의 대부분이고 여기에 게이샤 20여명과 무희10여명이 번갈아가며 흥을 돋우고 있는 것이다. 도미우라는 자신의 재력과 권력을 거상들에게 마음껏 뽐내고 있다.
도미우라는 호방하면서도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 작은 왕국 욕지도에서 그는 신과도 같은 존재감으로 살고 있다.
이런 자들은 이중적인 성격이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술이 몇 순배나 돌았다. 모두가 얼얼하게 취했을 즈음 연회장 한편에서 게이샤들, 음식이나 술을 나르는 이들 악사들... 전체를 지휘하고 있는 여인이 눈에 띈다. 좀 수수하게 기모노를 갖추어 입었고 나이는 30대로 보이나 아직 단아하게 예쁘다. 을수로 부터 전해들은 여옥이라는 조선 여성 일게다.
원봉은 여옥에게 다가간다.
원봉 : 여옥이라 불러도 되나요?
*여옥은 불러 주는 이가 없어 잊혀져가던 조선이름을 듣고 놀란다.
여옥 : 초면인데 어찌 저의 이름을 아시나요?
원봉 : 을수로부터 들었소이다.
*원봉이 여옥을 커텐 뒤로 살짝 밀며 데리고 간다.
여옥 : 을수는 죽은 줄 아는데요. 갯바위에서 바다에 빠져...
원봉 : 살아 있다오. 헌데 여기서 나갈 생각은 없소?
*원봉은 여옥의 눈치를 살핀다. 여옥은 이야기 도중에도 도미우라의 동정을 살피느라 눈을 떼지 않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가슴 조아리는 세월을 살아 온 건지 가슴이 아프다.
여옥 : 잡혀온 어린 것들이 불쌍해서 나 혼자는 못 갑니다.
원봉 : 걱정 마시오! 다들 데리고 갈 것이요. 불이 나고 큰소리가 나면 일단 밖으로 나와서 알려주는 배에 모두 태우시오.
여옥 : 정말 집에 갈 수 있는 거예요?
*원봉은 말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여옥은 원봉의 눈을 쳐다본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사내의 꿈같은 말에 혼이 나간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 부모 형제를 만날 수 있다니.
20년을 갇혀 살아온 여옥의 눈에는 한 맺힌 눈물이 흐른다.
원봉 : 빨리 주위 여인들에게 알리시오.
01시가 지나자 연회에 참석한자들이 하나 둘씩 빠져 나간다.
별도로 다른 생각이 있는 자들은 여옥을 불러 흥정을 하고 있다.
도미우라는 벌써 사라지고 없다. 여옥은 마주치는 여인네들 마다 귓속말로 소근대며 말을 전한다. 이야기를 듣는 여인들은 모두 어리둥절하고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명월관 앞과 안방술집 주위를 검은 복장의 도미우라 무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거사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원봉일행도 명원관을 빠져 나온다.
급히 작전 선으로 돌아와 무기들을 챙긴다.
무장한 원봉과 공구는 눈빛을 교환하고 명월관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도미우라 무사들에게 표창을 날린다.
보초들이 쓰러진다. 이 광경을 멀리서 본 순찰 조들이 달려온다.
명월관과 안방술집에 불이 붙었다.
화염병으로 인한 불길은 순식간에 번진다.
동시 멀리 관청마을에서도 폭발음과 함께
치솟는 불길이 눈에 들어온다.
원봉과 공구의 MP18이 불을 뿜는다.
의열단원도 우왕좌왕하는 순찰 조들에게 자동소총을 난사한다.
순식간 자부포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안방술집과 명월 관 쪽에서 화재와 총소리에 놀란
훈도시 차림의 일본인들과 여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온다.
타누키의 모습도 그들 중에 섞여있다.
의혈 단원들 과 공 삼.사.오.는 정조준으로
일본인들을 사살해 버린다.
그 시각 자부포에 있었던 30명가량의 순찰 조들은
이미 다 제거 되었다.
*뛰쳐나온 조선 여인들을 의열단원들이 작전 선으로 안내한다.
갑자기 공 팔이 배위에서 기관단총을 발사하기 시작한다.
벌써 불곡마을 쪽에서 호위무사들과 관리인들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기관총탄에 쓰러진 시체들로 좁은 도로는 메워져
이젠 그 시체들을 밟고 넘어와야 자부포로 건너올 수 있을 지경이다. 허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다.
의열단원들도 공팔의 임무에 합세한다.
원봉과 공구. 공 삼.사.오.구는 도미우라 저택으로 향한다.
배에 오른 여인들은 선창에 몸을 숨기고 숨죽이며 배 밖의 총소리 폭발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뒤 늦게 탈출한 여인들이 선창으로 내려오는 통에 매우 어수선하다.
SCENE #68-3.1928년10월12일 02시 조선포.
* 02시 10분전이다. 공 일.이.육.칠이 앞장서고
그 뒤를 의열단 20명 과 조선어부 100여명이 뒤따른다.
모두 무기를 부여잡고 비장한 각오로
쌀쌀한 밤공기를 가르며 걷고 있다.
항구는 오늘 따라 너무도 고요했다.
관청마을 파출소 앞이다. 공이의 지시에 따라 조선어부 5명이 다이어마이트 폭탄에 불을 붙인다.
심지가 불꽃과 연기를 내며 타들어 간다.
공일이 파출소 문을 열자. 어부들은 안으로 던져 넣어버렸다.
공육 : 모두 엎드려
*몇 초 후 폭탄은 엄청난 소리와 함께 폭발한다.
안에 있던 일본 경찰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이
파출소는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이 폭발과 위력으로 조선 어부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조선 어부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30년 애환이 담긴 분노의 함성이다.
조선 어부들은 특전대와 함께 불곡마을로 진격한다.
놀라서 뛰어 오는 도미우라 무사들과 일본 군 들에게
특전대원들과 의혈단의 총기들은 가차 없는 사격을 퍼 붓는다.
적들의 사격으로 어부들도 한, 둘 쓰러지나
이미 사기는 오를 대로 올라있다.
이제 적들은 완전히 떼거리로 몰려온다.
방어벽 뒤에 늘어선 공 일.이.육.칠에게
의혈대원들은 폭탄 심지에 불을 붙여 계속 건넨다.
특전대들은 받은 폭탄을 밀려오는
일본경찰, 도미우라 가신들의 머리위로 날린다.
폭탄들은 보기 좋게 공중폭발을 하기도하고
땅에 떨어져 천지를 진동 하며
달려드는 원수들을 섬멸 하고 있다.
그동안 억눌렸던 조선어부들은 땅바닥에서 신음하는 도미우라 무사들과 관리인들 일본경찰들의 숨통을 끊어버린다.
어부들의 손에는 빼앗은 적들의 장도와 총들이 들려있다.
이제 특전대의 공격선은 불곡마을 가운데 까지 전진했다.
어부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일본 감시선에 폭탄을 던져 넣는다.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리고 불길이 솟아오른다.
또 하나의 지옥이 연출 되고 있다.
SCENE #69.1928년10월12일 02시/04 도미우라 저택.
*오늘 따라 술을 많이 마셨던 도미우라는
폭발 소리에 놀라 2층으로 올라간다.
멀리 파출소와 관청마을이 불타고 있다.
항구 여기저기 감시선들과 작업선들도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도미우라 : 30년 동안 쌓아 올린 것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순 없지...
*도미우라는 옷을 갈아입고 일본도를 허리에 찬다.
늘 그림자처럼 따르던 타누키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밖에서 싸우느라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일까?
폭발음은 계속 귓가를 울린다.
지하실로 내려간다. 지하실은 저택에서 계단으로
집 뒤 뜰에서는 철문으로 통 할 수 있게 설계 되어 있다.
컴컴한 계단을 불도 켜지 않고 성큼성큼 내려간다.
도미우라의 눈이 붉은 빛으로 번쩍인다.
지하실은 매우 넓다.
지하실 가운데 사람 키 보다 높은 두 평 남짓한
쇠로된 금고가 놓여있다.
금고 주위에 시커먼 5구의 물체가 웅크리고 있다.
도미우라의 등장에 이 물체들은 모두 스르륵 움직인다.
도미우라 : 모두 밖으로 나가 접근하는 것은 모조리 도륙하라.
괴물 닌자들 : 하!
*목에서 쉰 쇳소리가 난다. 이승 사람은 절대 아닌 듯하다.
이들은 아리닌자 생성과정에 부작용으로
잘못 만들어진 괴물들이다.
덩치는 2m가 넘고 얼굴은 눈꺼풀 없이 안구와 콧구멍
잇몸만이 남아있고 해골바가지처럼 피부는 말라 붙어있었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흉한 얼굴을 감추려고 두건을 쓰고 있다.
무거운 철문이 열리고 이들과 도미우라는 뒤뜰을 지나
저택 앞쪽으로 걸어 나온다.
저택 앞 공터에는 여기 저기
순찰 무사들과 관리인들의 시체가 쓰러져있다.
불곡마을에서 자부포로 들어오는
모밀 밤 잣나무 숲 아래 길 쪽으로
연신 기관총 소리가 요란하다.
총소리, 비명소리, 고함소리, 정말 아수라장이다.
여기저기 타오르는 불길로 괴물 닌자들의
실루엣이 언듯언듯 보인다. 지옥의 나찰, 아귀들이다.
공터에 이르렀을 때 이들과 원봉일행이 마주친다.
도미우라 : 네놈들이 겁을 상실 한 것이다.
모두 지옥으로 보내 주마.
원봉 : 그래 가더라도 함께 가자.
어차피 네놈들도 지옥에 더 잘 어울리지.
*서로의 시선에 불꽃이 튄다. 도미우라와 괴물 닌자 다섯.
원봉과 공 삼.사.오.구 육대오의 싸움이 시작 되었다.
공구의 MP18기관총이 도미우라 무리를 향해 불을 뿜었다.
그러나 이미 실탄을 너무 많이 소진해 곧 정지해 버린다.
그런데 MP18 총알 세례를 맞고도
도미우라 무리들은 끄떡도 없다.
총알이 그들 피부를 뚫지 못하고 그냥 박혀있는 것이다.
큰 출혈도 없었다. 원봉 일행은 당황해 한다.
육박전이 시작되었다. 괴물 닌자들이 휘두르는
도끼를 쿠쿠리가 받아치기는 역부족이다.
특전대들은 휘두르는 도끼를 피해 그 틈으로
쿠쿠리로 그들의 빈곳을 찔러 보지만 칼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도미우라 : 네놈들이 난징에서 우리 형제들을 죽인 놈들임이 분명하구나. 핫토리가 얼마 전 말한 적이 있지.
어쨌든 네놈들은 오늘 제삿날 받은 것이다.
도미우라의 일본도의 공격은 거의 예술 수준이다.
*특전대는 단지 그 들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그 들의 공격을 피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이렇다하는 치명타를 날리지는 못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도미우라 무리의 도끼질과
이를 피하는 특전대의 힘겨운 전투는 계속 되고 있다.
자부포를 정리한 의열단원들이 도착해서
도미우라 무리에게 소총을 쏴 보지만
그 총알들도 그들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한다.
지친 공구가 괴물 닌자의 도끼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괴물 닌자는 도끼를 들어 공구의 목을 노리고 내려친다.
공구는 쓰러진 상태에서 겨우 몸을 피했지만
도끼는 공구의 왼쪽 어깨에 박혀버린다.
이때 어디선가 네이팜 불기둥이
괴물 닌자를 향해 발사되어버렸다.
관청마을과 불곡마을 일본경찰과
도미우라 무사들을 싹 쓸어버린 공일이
독일제 화염방사기를 매고 나타 난 것이다.
공일의 등장에 싸우고 있던 특전대원들은
일단 모두 바닷가 쪽으로 뛰어 올라 피한다.
공 이.육,칠과 조선어부들은 불곡마을 뒷산으로 달아나고 있는 일본경찰과 도미우라 무사,관리인들을 추격 사살 하고 있었고
공일은 지원 차 작전함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원봉 : 마침 지옥불이 당도 했도다 이놈들아...
*공일의 화영방사기는 순식간에 도미우라를 비롯한
괴물 닌자들을 불기둥으로 덮어 씌워버린다.
네이팜에 덮어씌운 도미우라 일당들은
괴성을 지르며 땅바닥에서 뒹굴며 불타고 있다.
형용 할 수 없는 지독한 냄새가 진동 한다.
도미우라 일당들의 최고 약점은 바로 화공 이였던 것이다.
여옥과 미영, 임순등은 작전함 간판 위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두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
여옥 :: 이것이 정말 꿈이 아니란 말인가?
저 지옥의 야차 같은 도미우라가 정녕 죄 값을 치루고
불에 타 죽은 것인가?
*갑판 위의 조선여인들은 서로서로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 세월에 꽃 같은 청춘도 다 시들어간다.
엄마, 아빠의 기억도 언니 동생의 기억도 희미해졌다.
누구의 죄라서 이들은 이렇게 피를 토하는
한 맺힌 세월을 살아야만 했단 말인가?
30여년만의 귀향.
SCENE #70-1.1928년10월12일 04/07시 . 자부포 앞
*특전대원들은 도미우라 일당들의 타버린 시체를 한 곳으로 쌓아두고 도미우라 저택 뒷마당을 통해 도미우라 금고를 찾아간다.
금고는 무쇠로 튼튼하게 제작되어있다.
허지만 수십 차례의 특수임무를 띄고 활동한 특전대원 공일이 이 금고 문 열기에는 5분이 채 걸리지도 않았다.
금고 안에는 수북하게 청나라 은병들과 금괴들이 쌓여있다.
근처에 있던 10대의 수레에 청나라 은병과 금괴가 가득 실려 있다.
구태와 구장, 부장들이 원봉을 만나러 자부포 쪽으로 왔다.
*파란색 깃발을 단 배들은 다 불타버렸고
도망가던 일본 경찰, 해군 도미우라 무사, 관리인들을
추격 섬멸하기에 5시간의 시간은 충분했다.
섬은 좁았고 그 섬에 30여 년 간이나 갇혀 살고 있던
2 만 명의 분노의 복수를 피해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구태 : 조선 용사들 덕분에 30년 만에
모두들 고향을 찾아 갈 수 있어 정말 고맙소이다.
우리들 중 20세 이하 젊은이들은 이 섬 밖의
세상을 알지도 못하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원봉 : 빨리 짐을 꾸려 일본 해군이 오기 전에 이 섬을 떠납시다. 그리고 여기 있는 수례5대의 은병을 가져 가시오
가구당 2개씩은 나눠가질 수 있을 것 같소
적지만 30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시고
골고루 나누길 바라오. 삼천포를 목표로 움직이시오.
자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빨리 서둡시다.
*일본 해군 군함이 온다는 소리에 조선 어부들은 서둘러
조선 포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모두 섬을 떠나 뭍으로
가는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SCENE #70-2.1928년10월12일 07시/08시30분. 자부포/남일대
*조선 어부들이 3 백여 척의 어선에 사람들을 빽빽이 태우고
항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 작전함은 제일 먼저
욕지 항을 떠나고 있다.
배에서 원봉은 특전대의 피해 상황을 보고 받는다.
공팔 : 의열 단원 8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했소.
공구도 부상이 심하오.
원봉 : 잘 알겠소. 모두들 목숨을 걸어준 덕분에
일단 작전은 성공 한 것 같소만.
빨리 조선 여인들을 삼천포에 내려주고 상해로 방향을 잡읍시다. 그리고 어부들에게 주고 남은 청나라 은병들일랑
여인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세요.
공팔 : 네 그러지요 .
*욕지도에서 삼천포까지는 1시간 남짓 걸렸다.
알고 보면 가까운 거리인데 섬이라는 여건 때문에
자부포 조선 여인들은 20년을 갇혀 모진 세월을 보낸 것이다. 특전대와 의열 단원들은 선창에 내려가 조선여인들에게
은병을 나눠주고 비밀을 지킬 것을 당부한다.
혹시나 일본 경찰들의 눈에 띄일가봐 삼천포에 근처
남일 대 포구에서 내린 여인들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남일 대에서 배를 돌린 작전함은 남쪽으로 한 시간 반 쯤 달려 09시30분 쯤 제주도로 향하는 뱃길로 접어든다. 제주 섬 남단을 거쳐 이어도까지 360km를 10시간 안에 주파해야 안심권에 들어 갈 수 있다.
SCENE #72. 1928년10월12일 14시. 욕지도.
* 일본 해군 전투함 2척이 욕지 항으로 들어온다.
전투함 함장을 비롯한 일본군 수병들은
욕지항의 참사에 경악을 감출 수가 없다.
욕지 항은 지옥 그 자체였다. 살아남은 생명이란 찾아 볼 수 없다.
여기 저기 불타고 찢어진 시체들이 나 뒹굴고 있었고
모든 집들은 불타 아직도 시커먼 연기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죽은 시체의 대부분이 일본인들이다.
전투함장 : 이럴 수가!!!
* 전투함장은 긴급무전의 타전을 지시한다.
“욕지도 일본인 전멸, 조선인들 행방불명, 근처 모든 배 수색 요망”
긴급무전은 각지의 일본군에게 전송되었다.
SCENE #73. 1928년10월12일14시. 제주도 남쪽해상.
*성산 항에서 선상 착발신 긴급무전을 받은 일본군 순시선은 13시쯤에 함장이 출항명령을 내린다. 순찰명령을 받고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볼 목적이다.
순시선은 선산 항 앞 우도에서 남으로 항로를 잡고 서귀포 항 쪽으로 항해 중 서쪽으로 항진 중 인 작전 선을 망원경으로 발견한다.
항해사 : 함장님 5km 남쪽으로 떨어진 곳에서 웬 상선이 30km의 속도로 서진하고 있습니다. 상선으로는 보기 드문 속도입니다.
함장 : 시속 30km라면 이 함정의 속도와도 맞먹는 속도인데 아무래도 수상하다. 따라 붙어라.
SCENE #74. 1928년10월12일15시.제주도 남쪽해상. 작전선.
*순시선은 싸이렌을 울리며 전속력으로 작전함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2시간쯤 걸려 순시선은 작전함 800미터 뒤까지 추격해 왔다.
원봉도 망원경으로 추격해 오는 순시선을 주시하고 있다.
19시까지 안잡히고 70km를 도망가야 한다.
2시간을 더 버터야 하는 것이다.
원봉은 기관실에 명령을 내린다.
원봉 : 최고 속도로 올려라. 기관포 유효사거리는 벗어나야 한다.
*작전함은 최고 속력을 올린다. 순시선과의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 하자 순시선에서 기관포를 발사하기 시작한다. 기관포의 총탄이 배 후미에 맞아 불이 붙는다. 특전대원들은 황급히 소방기구로 불을 끈다.
원봉 : 속도를 더 올려라 .
항해사 : 기관장이 더 이상은 무리라고 합니다. 현재 35km랍니다.
*다행이도 두 배의 간격은 900m 정도로 유지 한 채 중국 쪽으로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벌써 추격전이 벌어진지도 3시간이 넘었다.
추적중 거리가 가까워지면 순시선은 어김없이 기관포를 쏘아대었다.
간혹 작전선 후미에 맞은 기관포 탄환으로 배는 후미는 완전 엉망이 된다.
공일이 무엇인가를 들고 함장실로 올라온다.
공일 : 급히 만들어 보았는데 효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종의 수뢰 같은 것입니다.
원봉 : 1시간 만 더 버티면 살아 돌아 갈 수도 있겠는데...
최선을 다해 보자.
*공일을 비롯한 특전대원들은 공일이 몇 시간에 걸쳐 만든 급조 수뢰를 작전선 후미에서 바다에 빠트린다.
허지만 아직 오후 여섯시다. 날이 완전 저물지는 않은 것이다.
일본 순시선에서도 망원경으로 전방을 주시 하면서 작전 선을 추격 하고 있는 것이다. 순시선 함장은 추격 로에 이상 물체가 보이자 급히 항로를 선회한 후 또 추격을 시작한다.
수뢰들이 서로 부딪혀 폭발한다. 물기둥이 화염과 함께 어둑어둑 해지는 바다위로 치솟는다.
그러나 급조된 수뢰 덕분에 두 배의 간격은 조금 더 멀어진 듯하다.
원봉 :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기관실에서 긴급연락이 온다. 엔진이 너무 과열 되어서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엔진이 폭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봉 : 안타깝게 시계를 본다. 19시다 서서히 어둠은 내리고 있었다.
SCENE #75. 1928년10월12일 17시. 상해 모 비행장.
*기옥이 비행기 정비사들과 비행기를 점검 하고 있다.
비행기 연료는 최대한 가득 채웠고, 폭탄도 두발을 장착했다.
상정이 초조한 눈빛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상정 : 도대체 이번 작전은 누가 계획한 작전이요?
기옥 : 아무튼 굉장히 중요한 작전입니다. 200명의 조선여성의 목숨이 달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믿고 지켜봐 주십시오.
한 시간을 날아갔다 폭탄만 떨어트리고 되돌아오면 되는 간단한 작전입니다. 안심 하세요!
*시계가 18시를 가르킨다.
기옥은 비행기에 탑승하고 엔진에 시동을 건다.
비행기는 단숨에 이륙하여 동쪽, 알려준 좌표로 방향을 잡는다.
어두워져 가는 바다에 상해 근해에 떠있는 배들의 불빛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약속된 지점근처에 도착했다. 59분이다. 기옥이 연통문을 연다.
기옥 : 기옥입니다. 도착했습니다.
*두 번째 연통을 날리고 기옥이 아래 펼쳐진 어두운 바다를 보니 배 세척이 달리고 있다.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배가 불을 뿜는 것을 보아 기관포를 발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배는 1,200미터는 족히 떨어져 같이 운항 중에 있다.
원봉 : 반갑소! 뒤에 오는 배가 목표입니다.
기옥 : 수신, 그런데 배는 2대입니다.
원봉 : 몰랐습니다. 큰일 날 뻔 했군요.
*일본 순시함은 추격 중 무전으로 근처에 있던 일본 전투함을 호출 한 것이다. 기옥이 활강을 시작한다. 동로 항공학교에서 수석으로 졸업하고 3년 만에 중령계급장을 단 기옥이다. 타고난 기질에 묘활주까지 마신 기옥이 한 치의 빈틈이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기옥이 활강을 하고 내려가 추적중인 일본 순시선에 멋지게 폭탄을 떨어트린다. 폭탄은 명중하였고 배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다.
다시 하늘로 치솟는 기옥의 비행기에게 뒤따르던 전투함이 기관포를 난사한다.
기관포 포탄들은 기옥을 맞추지는 못한다. 전투함의 기관포를 피하려 기옥은 동쪽으로 더 날아 방향을 바꾸어서 배 후미 쪽으로 활강을 시작 한다.
배는 급히 방향을 돌리려 선회하나 이미 때는 늦었다.
두 번째 폭탄도 보기 좋게 배에 명중하고 배는 떨어진 폭탄에 의해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다시 하늘로 솟구쳐 올라온 기옥은 상해로 방향을 잡다.
기옥 : 임무 완료
*기옥은 북받쳐 오르는 엄마, 아빠의 기억들과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조그마한 일이라도 했다는 만족감을 느끼며 어둠속에서 좌표를 확인 하고 있다.
원봉 : 대단합니다. 감사하오.
*기옥의 비행기는 어둠속으로 사라져 간다.
작전 선 갑판위에 특전대원들과 의열단원들이 승리의 기쁨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작전 선을 뒤 쫒던 일본 순시선과 전투함은 불이 붙은 채 서서히 바다로 가라 안고 있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SCENE #76. 1928년10월13일 06시. 상해 항.
*욕지도 작전은 성공리에 끝났다. 부상당한 의열단원들은 병원으로 호송하고 공구는 작전 선 선원실에서 회복하고 있다.
작전 선은 수리하여 계속 의열단의 본부로 사용하기로 하여 선박 수리소로 옮겨진다.
선박 수리소 옆 부두에 의열단 차량이 도착 한다.
원봉 : 공팔 형님 탈취한 금괴는 빨리 처분해 버리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반은 자금 난에 허덕이는 임시정부 정정화에게 전달해서 요긴하게 쓰도록 하고 나머지는 조선인 혁명 간부학교 창설 자금 등 여러 독립운동 단체의 활동 자금으로 지원 하여 유익하게 사용하도록 합시다.
공팔 : 그리하도록 하지요. 그런데 원봉대장의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요. 무슨 다른 걱정거리라도?
원봉 : 아닙니다. (쓸쓸히 웃는다.)
*원봉은 기옥을 생각 하고 있었다. 기옥에게 나서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못내 안타깝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원봉 : 내 목에 걸린 현상금이 얼마이던가요?
공구 : 약 320억이라 듣기는 했소만.
원봉 : 하! 하! 하!
*메마른 웃음만 남기고 원봉은 차를 몰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SCENE #77. 1928년12월 중순 . 난징 모처.
*기옥과 상정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기옥이 웨딩드레스 대신 군복을 고집하여 이상정도 군복차림으로 결혼식에 임했다.
임정간부들과 상정의 형제, 상화와 상백 등이 보인다.
결혼축가 대신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이상화의 시가 낭독되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났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맨드라미 들마 꽃에도 인사를 해야지.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 웁다, 답을 하려무나.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원봉이 연통문을 날린다.
원봉 : 지금은 빼앗겨버렸지만 그 땅은 언제나 나의 땅 이였소
나는 봄마져 빼앗겨 버렸지만 당신은 종다리 울타리,
그 보리밭에서 내가 찾으려던 행복, 놓치지 마시요.
*기옥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기옥 : 원봉씨 지요? 당신 원봉씨가 맞지요?
*대답이 없다. 아니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기옥은 하객들 중에 원봉을 찾으려 하지만
원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낭독 되었던 그 시구절만 다시 들려온다.
원봉 :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 웁다, 답을 하려무나.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지금은 들을 뺏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