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있어 좋은 섬, 곤리도 기행


곤리도를 다녀와서...

곤리도는 통영 산양읍에 속하는 섬으로 그렇게 멀지도 그렇게 가깝지도 않은, 육지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섬이다. 섬으로 가려면 일단 지도상의 위치를 봐서라도 산양읍 삼덕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는 게 빠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예상대로 곤리도로 가는 배편은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삼덕선착장에서 바로 가는 도선이 있었다. 도선 선착장은 욕지도 가는 선착장 바로 옆에 있었는데 필자가 가자마자 도선이 출발해서 1시간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 200여 년 된 포구나무 아래에서 바라본 곤리도마을 전경 사진

    ▲ 200여 년 된 포구나무 아래에서 바라본 곤리도마을 전경

  • 포구나무 사진

    ▲ 포구나무

  • 곤리도마을 돌로 만든 장승 지하여장군 사진

    ▲ 곤리도마을 돌로 만든 장승 지하여장군

선착장 슈퍼 옆에 앉아 배를 기다리기를 1시간, 저 멀리 도선이 들어온다. 도선 바로 앞 '통영-곤리도'라 적혀 있었지만 도선 선장님에게 곤리도 가느냐고 재차 물어봤다. 반갑게 “곤리도 갑니다.”라고 대답해 주시는 친절하신 선장님에게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진다.

배는 10여분을 달리더니 이내 한 섬마을에 배를 대였는데 바로 곤리도라 했다. 선착장에 내리면 아담한 마을이 선착장을 안고서 있는데 바로 곤리마을이다. 곤리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이 마을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대뜸 섬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서 마을 어르신네들에게 여쭈었다.

곤리도라는 이름은 섬의 형상이 곤새와 닮았다 하여 곤리도라 했다 한다. 그러나 곤새라하면 '붕새'를 뜻하는 의미로 '곤'자가 '鯤'를 사용해야만 할 듯한데 '곤리도'에서 '곤'자의 한자는 '昆' 이니 이상하다. 옆에 있던 이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곤리도'에서 '곤'의 의미는 '고니새'를 의미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필자가 생각한 '곤새'가 아닌 가 되새겨 본다.

여하튼 곤리도는 새의 형상을 닮아서 새의 이름을 따라 '곤리도'라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도상의 곤리도의 모습을 얼핏 보면 어르신네가 말씀하신대로 좌측이 새의 머리 모양새이며 우측이 새의 몸통 모양새를 하고 있으며 위, 아래가 쭉 뻗은 새의 양 날개 모양임을 확인 할 수 있다.

곤리도는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최초로 들어와 살았다한다. 그들은 현재 곤리마을 뒤편 '목개'라는 지역에 정착했는데 그 곳은 물살이 세고 땅의 기가 너무 강해서 오래 살지 못했다 하며 그로부터 3년 뒤에 사량도 인근에서 현재의 곤리마을 터로 다른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기 시작해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고 한다.

마을 언덕에는 200여년이 된 큰 포구나무가 암, 수 2그루 있었는데 한 그루가 번개를 맞아 죽어 이제 겨우 1그루가 남아 있다 하셨다. 그리고 마을 좌측으로 보면 솟대가 있는데 이는 마을의 안녕을 빌기 위해 섬 지역민들이 오래전부터 만들었으며 그 좌우로 돌로 만든 2개의 장승이 버티고 서 있다. 하나는 천하대장군이며 다른 하나는 지하여장군이라 새겨 있다. 특이한 것은 보통은 이 두 장승들이 나란히 서 있는데 이곳은 솟대를 기준으로 서로 떨어져 있으며 나무가 아닌 돌로 만든 장승들이라는 것이다. 솟대의 끝에는 까마귀를 형상화했는데 까마귀는 오천만년을 산다고 하여 까마귀처럼 오랜 세월동안 섬이 지속되기를 기원하여 까마귀 형상을 깎아 올리고 까맣게 칠을 하였다 한다.

  • 마을 우측 풍경 사진

    ▲ 마을 우측 풍경

  • 곤리마을 부두 선착장에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 사진

    ▲ 곤리마을 부두 선착장에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

  • 곤리마을 좌측 갯바위 전경 사진

    ▲ 곤리마을 좌측 갯바위 전경

예전에는 산양 삼덕 인근 장군봉이라는 곳에서 '쇠말 - 쇠로 만든 말조각'을 가져와 이 곳 곤리도 여자산 돌집에 넣어두며 마을에 안녕을 빌었던 별신굿이 있었다 하나 1970년대 미신 타파를 외친 정부 정책에 의해 사라졌다고 한다.

곤리도 여자산에는 쇠말 뿐만 아니라 색동저고리의 여자옷을 만들어 걸어두어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고도 한다. 이 또한 지금은 사라졌지만 여자산에는 돌집의 흔적은 아직 있다.

섬은 어딜 가더라도 조용하기에 좋다. 곤리도 역시 조용한 섬으로 그나마 통영 산양 삼덕과 가까운지라 매 시간마다 도선이 있어 오가는 이가 다른 섬과는 달리 많았으며 마을 중앙에 마을 회관과 더불어 조그마한 구판장도 있었다.

예전에는 미역과 갯바위 낚시 등으로 아주 유명했지만 지금은 가두리 양식이나 홍새우 등이 섬의 수입원이다. 물론 갯바위 낚시 등은 아직도 곤리도에서는 유명하다. 돔이나 농어 등이 주 어종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포구나무는 마을 언덕 위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데 아주 큰 나무이기에 그 아래 그늘에 앉아 조용한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를 일이다. 갈매기 울음소리와 통통배 소리, 간혹 들리는 마을 이장님의 방송소리. 전형적인 어촌 마을의 모습이다.

  • 삼덕항에 들어온 곤리도로 가는 도선 사진

    ▲ 삼덕항에 들어온 곤리도로 가는 도선

  • 조용한 곤리마을 우측 전경 사진

    ▲ 조용한 곤리마을 우측 전경

저 멀리 미륵도(실제는 섬이지만 통영대교와 충무교로 연결되어 산양읍)가 눈에 잡힐 듯 보이는데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이 큰 후박나무 가지를 흔들어 흔들리는 나뭇잎이 쏴하는 소리를 낸다.

마을에서 바로 갯바위 낚시를 할 수는 없을 듯해서 지역 어르신에게 물어보니 배를 타고 곤리도 뒤편으로 나가봐야 한다고 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아예 낚시를 즐길 수 없는 건 아니다. 섬 마을은 어딜 가나 바다 저 멀리 뻗어 있는 마을 앞 선착장이 바로 낚시터이다. 특히 초보자들에겐 그렇게 부담 없이 손맛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른한 오후 섬 햇살을 맞으며 한 명의 낚시꾼이 졸고 있는지 혼자 외로이 부둣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 낚시꾼에게 시선을 두며 선착장으로 가는 길 한 무리의 지역민들이 방금 잡은 홍합을 까느라 분주하다. 보면 홍합도 이곳의 특산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시 마을 중앙 마을회관에 서면 저 멀리 곤리도 도선이 통통통 선착장으로 들어서고 이내 곤리도를 찾은 사람들이 우루루 내린다. 몇몇 사람들은 마중 나온 이들과 같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몇몇 이는 마을 구판장을 먼저 찾아 더운 날씨에 갈증을 풀기 위해 음료수를 입에 물기 바쁘다.

매 시간마다 있는 배편은 한산도의 경우처럼 부담 없이 섬 구경을 하기에 좋다. 섬에 들어서면 구판장 좌우로 담벼락에 크게 민박집이라 몇몇 집이 적어 놓았는데 찾아보면 더 많은 집들이 민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들은 주로 낚시꾼들을 상대로 하지만 일반 여행객들에게도 좋은 여행 정보를 주며 섬 여행의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 조용한 곤리마을 우측 전경 사진

    ▲ 조용한 곤리마을 우측 전경

  • 홍합을 손질하는 지역민들 사진

    ▲ 홍합을 손질하는 지역민들

마을 구판장 바로 앞 평상에 앉아 한가로이 오가는 작은 배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도선을 떠날 차비를 한다. 서둘러 배에 오르면 채 10여분도 되지 않아 다시 산양 삼덕 선착장으로 배는 닿는다.

다시 도선은 곤리도로 가는 손님들을 30여분을 기다릴 참인가보다. 멀어지는 삼덕 선착장을 바라보다가 저 멀리 시선을 두면 산양 삼덕 선착장 등대로 인해 곤리도는 보이진 않지만 그곳에 곤리도가 있음을 알기에 한동안 바라본다. 보이진 않지만 그곳에 있는 것을 알기에... 섬이란 그런 것이다.

다 보이진 않지만 다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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