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날아 오른 섬, 용초도 기행


용초도를 다녀와서...

배시간이 하루에 3편밖에 없어 아침 일찍 서둘러 통영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아침 첫배로 소매물도로 여행 가는 듯한 사람들이 많았고 섬 지역민들도 몇몇 있었다. 표를 사고 배에 오르는 길, 작은 배가 꽤 날렵하게 생겼는데 배이름이 누리호였다. 섬을 누린다..?

작은 배여서 그런지 울렁임도 많았지만 이 또한 배여행의 한 면이 아닐까 싶다. 배는 한마디로 한산도 일대 섬들을 본섬을 제외하고 화도를 지나 비산도, 추봉도, 죽도를 다 거치고 지나가는 완행객선이었다. 필자가 내릴 곳은 그 뱃길의 끝인 용초도. 한 1시간 20여분을 달려 드디어 용초도에 도착했다.

  • 용초도 산착장과 누리호 사진

    ▲ 용초도 산착장과 누리호

  • 용초마을 표지석과 포로수용소 안내문 사진

    ▲ 용초마을 표지석과 포로수용소 안내문

배에 내리면 용초마을이 먼저 보이는데 마을 표지석 위로 추봉도 예곡마을에서 봤던 ‘포로수용소’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조용한 섬마을의 아침은 정말 조용하고 몇몇 물고기를 잡으러 배를 풀기 위해 선착장에 서 있는 몇몇 지역민을 빼고는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었다.

바로 앞섬을 바라보면 한산도임을 쉽게 알 수 있는데 건너편 한산도 장작지마을과 저 멀리 하소리, 그리고 추봉도와 추봉교,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추봉도 선착장이 맑은 날씨 속에 선하게 보인다.

섬은 조용하고 아름다웠으며, 마을은 섬 언덕부터 아래로 갯가까지 나와 있었다. 좌측으로 보면 큰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래 마을 분들이 몇몇 앉아 계셨다. 마을 앞 구판장에도 마을 어르신 몇몇 분들이 앉아 계셔서 이것저것 섬에 대하여 여쭤봤다.

  • 용초마을 당산나무 사진

    ▲ 용초마을 당산나무

  • 용초마을 뒤 큰논골 해변 사진

    ▲ 용초마을 뒤 큰논골 해변

들은 바로는 용초도 뒤편 외해를 향하는 풍경이 너무 좋다고 하셨고 그 길을 가는 길목에 옛날 6.25 전쟁 이후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가장 포악한 포로들만 따로 여기 용초도에 수용했는데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 하셨다.

언덕을 넘어 가는 길, 좌우로 고구마와 옥수수 등이 재배되고 있었는데 섬지역이라 밭작물이 많이 재배되고 있었고 띄엄띄엄 염소와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지명이 큰논골이라 하셔서 지명 유래를 물어보면 큰 논들이 많아서 그렇게 불렀다한다. 큰논골로 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진 않았지만 더운 태양빛이 약간 눈부셨다.

외길을 따라 쭉 가면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번갈아 가는데 가다보면 이젠 아예 비포장 도로만을 걷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뛰어가 보면 정말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나온다. 너무나 크고 넓은 몽돌 해변, 좌우로 펼쳐지는 절벽, 앞으로 보이는 끝없는 바다.. 우렁차게 들려오는 파도소리. 여기에 서는 느낌은 아마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그 느낌이 아닐까싶다.

한동안 서 있다 필자 혼자임을 깨달은 순간 느낌이 약간 오싹했다. 너무도 광활한 언덕과 앞으로 너무나 광활한 바다.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배 한척.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곳에는 도깨비가 출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큰논골이라..

큰논골에서 한동안 앉아 바다를 보다가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면 작은 논골로 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던 어르신네들의 말을 더듬어 갔지만 쉽게 그 길을 찾진 못했다. 이장님께서 알려주신 포로수용소의 흔적 또한 쉽게 눈에 띄진 않았다.

가던 길에 서서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또다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바로 앞 절벽 아래로 하얀 바다파도가 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풍경 또한 너무나 아름다웠다. 끝내 작은 논골로 향하는 길을 찾지 못하고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 구판장에 몇몇 어르신네들이 앉아 계신다.

  • 용초도 큰논골 좌측 전경 사진

    ▲ 용초도 큰논골 좌측 전경

  • 용초마을 구판장 사진

    ▲ 용초마을 구판장

작은 논골을 찾지 못함을 알려드렸더니 길이 찾기 쉽지 않다고 하셨는데 큰논골에 대한 필자의 느낌을 말했더니 드디어 그 곳에 도깨비가 출몰하고 땅의 기운이 세어 아무도 그곳에 살지 못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예전 몇몇 가구가 그곳에 감귤을 재배하려 집을 집고 밭을 경작해 살아보려 했는데 밤만 되면 이상한 소리와 함께 같이 살던 개가 그렇게 울부짖더니 어느 날은 개가 없어져버렸고 도깨비불이 인근 지역을 왔다 갔다 하여 사람들이 살지 못하고 다시 이 곳 용초마을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그곳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 하셨다.

그러나 낮에 보던 그 풍경과 가는 길 동안의 아름다운 전망은 용초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한번쯤은 가봄직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을 구판장에 앉아 바로 앞 한산도를 보고 있노라면 몇 번씩 오가는 한산도 버스가 시간이 꽤 흘러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용초도에는 특히 고동이 많이 난다고 하는데 용초도로 여행온 사람들이 고동을 가져와 삶아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한다고 이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물론 조개도 팔 수 있으며 낚시 또한 많은 포인터가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낚시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선착장 인근으로 가면 눈에 보일 정도로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헤엄쳐 다니는데 필자도 잠시 앉아 낚시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포로수용소가 있는 지역은 거제에 이어 추봉도 그리고 여기 용초도 이렇게 3지역이 되는 셈이다. 특히 추봉도와 용초도는 가장 포악한 포로들만은 색출해서 따로 수용한 곳이라 하니 그 당시 얼마나 많은 포로들이 생겼는가를 짐작케 한다.

  • 용초도 포로수용소 사진

    ▲ 용초도 포로수용소

  • 용초마을 해변(건너편 한산도 보임) 사진

    ▲ 용초마을 해변(건너편 한산도 보임)

구판장 앞에 앉아 계신 아주머니들이 당시 포로수용소들의 실태를 몇몇 이야기해 주셨는데 서로 죽이고 죽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으며 폭동들도 며칠마다 발생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 옛 이야기들을 잊기라도 하고 싶은 듯 섬은 너무나 조용한 모습으로 오늘도 내일도 이렇게 이곳에 서 있었다.

용초도는 조용한 섬으로 또 계속 서있을 듯하다. 그리고 작은논골로 가보진 못한 아쉬움이 필자의 뒷목덜미를 간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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