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정감이 느껴지는 섬, 지도 기행


지도를 다녀와서...

마음을 가만있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은 무더운 날씨다. 가깝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맨 곳 그 곳이 바로 지도다. 통영에서 너무나 가까운 곳, 그러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호기심이 더욱 발동하는 곳이 지도다. 날씨도 쾌청했고 함께 가는 이도 있어 좋았다. 그리고 맛있는 김밥이 있는 이상 더 바랄 게 뭐 있겠는가?

통영에서 차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원평이라는 곳에 가야 예정했던 섬으로 가는 배편이 있었다. 부두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곳 몇 명의 사람들과 차들만 있었다. 그리고 아담하고 귀여운 지도호라고 적힌 배 한척이 있었다. 표 끊는 곳도 없고 배에 탑승하여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 용남면 지도행 도선 사진

    ▲ 용남면 지도행 도선

  • 지도 선착장 마을 전경 사진

    ▲ 지도 선착장 마을 전경

자연스럽게 배에 올라타 앉았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은 더욱 작았다. 선장님의 운전석과 승객이 한 공간에 앉을 수 있는, 승객 정원이 12인승인 아주 작은 배였다.

초행길이라 할머니께 물어물어 서부에 먼저 내리기로 결정했다. 선장님께서 배 요금은 섬을 나갈 때 주라고 한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누가 배 요금을 외상으로 달아놓다니. 떼어 먹으면 어쩌려고, 나중에 보니 떼어먹을 방법은 없었다. 배로 5~7분 거리에 있는 서부에 내렸다.

한눈에 작은 동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 하시는 아낙들이보이고 정겨운 어촌마을 풍경이었다. 멋진 이장님을 뵙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었다. 오만디와 미더덕이 마을 주민 생계의 90%를 차지할 정도였다. 아주 친절하게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미더덕을 바다에서 건져 올려 보여주셨다.

  • 지도해변 마을 산책로 사진

    ▲ 지도해변 마을 산책로

  • 마을 전경 사진

    ▲ 마을 전경

  • 동부마을에 건조 중인 멸치 사진

    ▲ 동부마을에 건조 중인 멸치

그리고 마을의 옛 명은 갈바지였다고 하셨다. 석양도 예쁘다고 하셨는데 다음번엔 석양을 보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친절하신 이장님과 인상이 좋은 서부를 등지자고 하니 아쉬웠다. 하지만 갈 길이 바빠 금황으로 향했다.

지도는 서부에서 금황을 거쳐 동부까지 갈 수 있는 바닷길이 아주 잘 닦여져 있었다. 우리가 타고 온 12인승의 지도호가 아쉽게도 없어지고 차를 태우고 다니는 배로 바뀌기 때문에 길이 잘 나져 있는 거라 하셨다.

몸과 마음이 즐거워 절로 여유가 생기는 발걸음을 재촉해 오른쪽으로 바다와 함께 길을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되어 김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기분 좋게 다시 구경 길을 나섰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머리카락을 넘기고 저 멀리 거제대교도 보였다. 이야기도 나누면서 걸으니 이곳에 함께 오지 못한 친구의 얼굴들이 앞을 스쳤다. 배도 타고 산보도 하고 바다도 보고 짧지만 굵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아쉬웠다.

걸어가다 보니 낚시하는 분도 보이고 지렁이를 직접 파는 분도 있었다. 금황은 작은 언덕을 사이로 두고 마을이 구성되어있었고 어촌과 농촌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곳이었다. 마을 가운데 이장님 댁이 마을을 잘 보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서부에서 금황까지는 걸어서 30~40분이 걸렸지만 금황에서 동부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마을이었다.

동부는 서부 금황에 비해 큰 마을이었다. 지도에서는 가장 큰 마을이었다. 먼저 반긴 건 넓게 펼쳐져 일광욕을 즐기는 멸치들이었다. 더워 보이기도 하거니와 우리에게 칼슘을 듬뿍 줄 중요한 영양소니 멸치들의 일광욕이 아주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해보았다. 멸치들 파이팅 파이팅을 연발했다.

다음은 학교를 찾았다. 이렇게 예쁜 학교는 처음 봤다. 절로 예쁘다는 말이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 내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을 맞이하는 푸른 바다와 아침 해가 푸른 바다에서 운동장까지 길게 늘어질 것이고 저녁노을이 운동장에서 푸른 바다로 살포시 빠져나갈 것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새삼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밝고 씩씩한 아이들로 자랄 수 있다는 것에 한 치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근데 예전의 벅적이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담하게 다시 지어진 4칸짜리 건물이 학생 수만큼 쓸쓸함을 더해주고 있어 마음 한 구석이 안타깝고 아팠다.

  • 원평초등학교 지도분교 사진

    ▲ 원평초등학교 지도분교

  • 보호수로 지정된 120년 된 느티나무 사진

    ▲ 보호수로 지정된 120년 된 느티나무

  • 지도마을 학교 옆 바다 사진

    ▲ 지도마을 학교 옆 바다

지붕들 사이로 푸른색 머리를 내밀고 있는 우뚝 솟은 동부의 120년의 찬란한 버팀목의 산 증인인 느티나무, 지금도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우릴 반겨주는 그 그늘에 등을 기대고 누었다.

느티나무의 잔잔한 자장가에 잠깐 눈을 부치고 여유를 찾았다. 마음이 낯설었던 지도는 어느새 내 마음속에 친근하게 다가왔다. 조용하고 여유롭고 정겨운 곳 그리고 멀지 않는 곳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한번 가서 3곳의 마을을 두루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드물지 않으리라.

나는 항상 먼 곳만 좋은 곳이라 느끼며 살아왔다. 가까운 곳에 내 마음의 쉴 곳이 있는데도 외면하고.

친절한 이장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와 걸어온 길!! 일광욕 멸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학교!! 나에게 하염없이 시원함과 다정함을 준 느티나무!! 용남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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