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통영대교를 건너 육지처럼 편히 드나들 수 있는 미륵도에서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이 시작된다.
산줄기를 따라 미륵도를 비스듬히 관통하는 총 길이 14.7km, 소요시간 5시간의 달아길은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여섯 구간 중 가장 긴 코스이기도 하다.
바다백리길이 있는 섬들 중 가장 큰 미륵도는 볼거리도 많고 도로와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어 편하게 둘러보기 좋다.
하지만 걷기 길을 걸을 때는 그 모든 것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들어,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올라 도착한 미륵산 정상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여유롭게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괜한 고생 그만두고 편히 즐기며 내려가 볼까 마음이 흔들린다.
미륵도의 크기 때문인지 다른 구간에 비해 바다 조망도 야박한 편이다.
특히 희망봉에서 달아전망대로 이어지는 산길에서는 바다 전망 한 번 보려면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며 꼬박 30분 안팎을 걸여야 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무슨 걷기 길이 이리 가라프냐고 투덜거리다가도, 탁 트인 바다와 수묵화처럼 우아하게 어우러진 섬들이 내려다보이는 너른 바위가 나오면
반가운 마음에 그동안의 원망이 반쯤은 누그러진다.
그렇게 딱 멈추고 싶을 때쯤 한 번씩 나타나는 전망 좋은 명당 자리를 네 번 지나며 생각했다.
이 걷기 길은 '밀당'의 명수라고.
사실 바다 풍경이야 어느 봉우리에서 보나 크게 달리질 게 없으니, 걷는 내내 보였다면 숨이 차오를 즈음 시들해지고 말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토록 감질나게 그 모습을 보여준 덕에 다음 봉우리를 향해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 주요지점01 - 고즈넉하고 상쾌한 출발, 미래사
이 길을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내라고 정해진 바는 없다.
하지만 미래사를 출발점으로 잡는다면 일단은 기분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미륵산 중턱에 자리한 미래사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차근차근 중건된 조계종 말사다.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우리가 '산사'에 바라는 고즈넉한 운치에서는 천년 고찰 부럽지 않다.
진입로에는 울창한 편백나무숲이 있어, 그 상쾌한 향기가 '이제 곧 자잘한 근심은 내려 놓게 될 거야'라고 위로하는 듯하다.
재미있는 특징은 유독 돌이 많다는 것. 사천왕문四天王門 격인 三會度人門에서부터 대웅전까지 올망졸망한 돌이 깔린 길이 놓여 있고,
그 길 끝에는 크고 작은 돌무더기 위에 익살스런 동자승들이 올려져 있다.
■ 주요지점02 - 두 눈 가득 밀려드는 한려수도, 미륵산 정상
미래사에서 30분쯤 산길을 올라가면 저 멀리 케이블카가 보인다.
널찍한 나무 계단과 데크가 나오면, 이곳에서부터 미륵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온통 전망대들로 이어져 있다.
미륵도를 둘러싼 남해바다의 환상적인 전망을 빙 둘러가며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는것.
올라오는 길이 힘에 부쳤다면 케이블카 승강장에 있는 전망 좋은 휴게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 보는 것도 좋겠다.
그 모든 전망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해발 461m라는 거리가 무색하게 푸른 바다의 풍경이 두 눈 가득 밀려든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어느 고급 레스토랑도 따라 올 수 없는 전망을 감상하며 식사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 주요지점03 - 길을 걷다 만난, 어느 평화로운 마을
미륵산 정상에서 미륵치까지 내려오며 길게 이어지는 돌담길이 시작된다.
그 길이 끝날 즈음 불쑥 작은 대숲이 나오고, 곧 어느 한적한 농촌마을로 들어선다.
사실 이곳은 우연히 마주친 마을이 아닌, 달아길 지도에 어엿이 이름이 올라 있는 야소마을이다.
하지만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맛집도 없고 볼거리도 없는, 그냥 마을이다.
흐드러진 동백만이 객을 반겨 주는 이 마을에 들어서면,
우연히 마주친 어느 농촌마을의 호젓한 골목을 걷듯 느릿느릿 조용히 지나칠 일이다.
그러면 어느 집주인이 전복껍데기 가리비 껍데기 솔방울 들로 꾸며 놓은 아기자기한 담벼락,
매서운 기세로 마당을 활보하는 닭들, 천진하게 골목을 누비는 강아지가 있는 이 평화로운 마을의 정다운 풍경이 뜻밖에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주요지점04 - 너의 땀을 보상하노라, 중화~연명전망대
산양읍사무소 맞은편에서 시작되는 두 번째 등산로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한 구간이다.
애써 올라간 길을 다시 내려가고, 내려간 만큼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며 2시간 남짓 산길을 걷다 보면
'어차피 내려갈 산을 왜 힘들게 오르고 있나?'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등산로 곳곳에서 만나는 솔숲 향, 야생화, 대숲의 바람소리와 더불어 그 의문에 대한 답으로 꼽을 만한 것이 바로 희망봉 정상 근처에서
망산 정상까지 띄엄띄엄 나타나는 중화~연명전망대다.
바위에 올라앉아 바람에 땀을 식히면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는 미륵도 서해안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고요해진다.
연화전망대에서는 달아전망대와 한려해상 국립공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주요지점05 -달아전망대
미래사에서 걷기 시작했다면, 망산을 내려와 도착한 길 끝에서 달아공원 입구를 만나게 된다.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커피숍, 매점,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어 잠시 쉬어 가기 좋다.
이곳에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5분 정도 더 올라가면 시원하게 시야가 트인 달아전망대가 나온다.
미륵도 끝자락에서도 바다를 향해 불쑥 머리를 내민 듯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한려해상의 절경이 한층 가까이 느껴진다.
서쪽 바다를 향해 있어 특히 해넘이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달아전망대에서 해넘이까지 시간이 남으면, 달아선착장을 사이에 두고
바다를 향해 나란히 뻗어 있는 곳에 자리한 통영수산과학관에 잠시 들러 보는 것도 좋겠다.
바다 생태와 수산업 관련 전시 내용이 충실하고, 체험시설도 잘 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