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꼬리 모양, 매물도 기행


매물도를 다녀와서...

배를 타면 금방이라도 출항할 듯 출렁 출렁한다. 아마도 욕지도나 한산도 가는 배와는 달리 자그마한 배라 그렇지 않나 싶다. 눈을 지그시 감고 한동안 있으면 소매물도를 찾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타고 섬에 사시는 분들이 타고.. 그렇게 배 좌석은 거의 꽉 차고 있었다.

배는 달린다. 아름다운 통영의 바다를 가로질러 쭉 달린다. 작은 배라 그런지 울렁임은 많지만 그 속도감은 더해서 옆을 지나는 큰 배를 비웃는 듯하다.

통영 시내가 점점 더 멀어지면 이제 사람의 손때가 조금씩은 보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섬들이 여기저기 나타나는데 하얀 바다 안내가 밑으로 깔려서 일까 마치 고대 전설상의 아름다운 호수 같다.

지도를 펴가며 이 섬, 저 섬을 맞춰보며 가는 뱃길에 속이 조금 울렁거려서 배 뒤쪽 갑판위로 나가봤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배가 일으키는 하얀 물거품이 정말 시원하다. 펄럭이는 매물도 페리호의 대한민국 깃발이 왠지 모를 정감을 일으킨다. 멀어지는 섬들, 다가오는 섬들, 대한민국 깃발, 필자는 왠지 모르게 입으로 애국가를 읊조리고 있었다.

  • 대항마을 선착장 입구 사진

    ▲ 대항마을 선착장 입구

  • 대매물도를 들른 후 소매물도로 떠나는 페리호 사진

    ▲ 대매물도를 들른 후 소매물도로 떠나는 페리호

예전에 왔던 경험으로 소매물도 선착장을 들러 매물도 대항마을, 마지막으로 매물도 당금마을을 가지 않나 싶어 처음 도착하는 섬이 소매물도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우루루 내리는 사람들의 모양새를 봐선 소매물도가 아닌가 싶었다. 고개를 들어 섬을 본 순간 멀리 다솔산장과 하얀산장 건물이 보이는 것이 소매물도가 맞았다.

옆 매물도 페리 직원인 듯 한분에게 물었더니 한번은 앞서 필자가 말한 코스대로 돌고, 또 한 번은 반대로 돈다고 한다. 이유인 즉은 섬 지역민들의 공평한 운행거리를 제공키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여하튼 배는 다시 소매물도를 떠나 잠시 후 바로 대항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서둘러 가방을 들고 내렸고 바로 옆 자갈밭과 언덕위집들이 몇 달 전 왔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반겨주었다.

매물도는 원래 섬 이름이 '마미도'라 칭했는데 그 뜻을 보면 말 마(馬)자에 꼬리 미(尾)를 써서 말꼬리섬이라 하겠다. 매물도의 섬 모양이 보면 말의 꼬리, 그것과 흡사하다 하여 옛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하며 전해 내려오면서 '마미도'에서 '매물도'로 불러졌다 한다.

필자가 내린 대항마을은 아마도 말의 꼬리 중간쯤 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선착장에 내려 대항마을 바로 위 언덕에 올라 섬 구판장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서 마시곤 우측 섬 전망 좋은 곳에 의자를 두어 앉았다.

우로는 섬으로 들어올 때 봤던 아름다운 섬이 바로 코앞에 있었고 좌로는 저 멀리 삼여도라 불리는 촛대기둥 같은 바위기둥 3개가 보였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원래는 4개의 기둥인데 2개가 겹쳐 서 있으므로 멀리 보면 3개로 보인다 했다.

더 위로 보면 소매물도로 향하는 작은 배들이 오가고 있었다. 맨 우측의 섬을 어유도라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고기들이 노니는 섬'이라는 뜻인데 섬 어르신네들이 하시는 말씀에 그곳에 큰 참돔들이 많다고 하니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다 있다 하겠다.

  • 장군봉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좌측 소매물도 전경 모습 사진

    ▲ 장군봉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좌측 소매물도 전경 모습

  • 당금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마을 전경 사진

    ▲ 당금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마을 전경

마을 언덕 평상에 앉아 마을 어르신네들의 이야기를 들어 마을 뒤 200년도 훨씬 넘은 후박나무를 찾아 그 웅대함에 입을 닫지 못했고 섬 중앙, 장군봉에 올라 매물도에 털 많은 장군 같은 사람들이 낳다하여 장군봉이라 불린다는 이야길 들었다. 털이 많은 장군이라 굳이 칭하는 것을 보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 듯한데…

매물도에는 구판장은 있지만 식당은 없다. 식사는 모두가 여행자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데 필자는 여러 민박집이 있는 이곳 매물도에 아시는 분이 민박집을 하기에 그곳에 가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장군봉을 올라 볼 참에 마을 뒷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올라가는 길마다 뒤로 돌아 마을 전경을 바라보면 오르는 위치마다 마을 전경과 바다 풍광이 변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중간쯤 오르면 예전 군인들이 묵었던, 지금은 폐가처럼 남아있는 숙사 건물이 있어 들어가 보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근무했던 군인들의 낙서들이 몇몇 있어 괜히 을씨년스럽다.

흑염소가 방문하는 듯 올라가는 바위마다 제 세상인양 음매를 외치며 필자를 째려본다. 거의 올랐을까 정상 근처에 잔디밭이 나오고 그 뒤로 매물도 외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이다.

  • 대항마을의 200년 이상 된 후박나무 사진

    ▲ 대항마을의 200년 이상 된 후박나무 모습

  • 장군봉 정상으로 가는 길 표지판과 정상 모습 사진

    ▲ 장군봉 정상으로 가는 길 표지판과 정상 모습

아름답다고 말해야 하나 웅대하다고 말해야 하나.. 바람이 불어 잔디를 쏴 휩쓸고 가면 등산로라 적힌 하얀 나무기둥을 좌우로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그야말로 망망대해가 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나무기둥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암벽이 있는 장군봉 정상으로 가는 길목인데 그곳에 올라 보면 더 아름답고 아름다운 매물도의 바다풍경이 있다. 그리고 아래 잔디밭 정상으로 가는 길, 좌측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어 쭉 가면 그곳 또한 작은 바위가 있는데 뒤로 깎아 내리는 절벽과 바다가 정말 아름답다. 이름처럼 장군봉의 기상은 대단하다.

한동안 잔디밭에 머물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이제 당금마을로 넘어가는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매물도는 크게 2개의 마을이 있는데 하나는 방금 필자가 들른 대항마을이며 대항마을은 작은 산길을 타고 10여분을 걸어가면 당금마을과 접해있다.

가는 길 또한 바다를 따라 절벽 길을 따라 가는데 가는 길마다마다 절벽 쪽에 큰 바위가 있다. 그곳에 오르면 조용한 바다, 섬, 오가는 사람 하나 없고 저 멀리 점처럼 오가는 작은 배, 잠시 그 바위에서 따사로운 햇살에 잠을 청하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 사실 몇 달 전 이곳을 찾았을 땐 잠시 누워 눈을 붙이기도 했다.

오솔길을 지나 당금마을로 접어들면 언덕위에서 바로 마을이 바라다 보이는데 마을이 정말 아담하고 지중해의 어느 작은 어촌마을을 연상케 한다. 하얀 담벼락과 진한 주황의 지붕들이 마치 맞추기라도 한 듯 일관된 색상이다.

  • 당금해수욕장 몽돌밭에서 해수욕 즐기는 피서객들 사진

    ▲ 당금해수욕장 몽돌밭에서 해수욕 즐기는 피서객들

  • 매물도 분교, 폐교되어도 아름다운 운동장 사진

    ▲ 매물도 분교, 폐교되어도 아름다운 운동장

  • 당금해수욕장 위에서 바로본 전경 사진

    ▲ 당금해수욕장 위에서 바로본 전경

당금마을에도 민박집이 많은데 그 중 아는 집에 들러 간단하게 목을 축이고 마을 뒤편 폐교된 마을 분교를 찾아 나섰다. 어딜 가나 섬마을 분교, 특히 폐교된 학교는 이상한 정감을 일으킨다. 텅 빈 교정, 아무도 없는 교실, 덩그러니 남겨진 책상과 걸상들…

그러나 매물도 마을 분교는 정말 폐교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다. 특히 뒤편 당금 몽돌해수욕장과 푸른 잔디, 좌우 잔디언덕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특히 언덕에 올라 바라 보는 마을 뒤편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몽돌해수욕장으로 내려가 발이라도 담글 요량이었지만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해 멍하니 한동안 앉아 있었다. 여름철 피서를 온 듯한 가족들이 여기저기에서 맛있는 음식 내음새를 풍겼고, 어른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 시원한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기 바빴다. (매물도는 국립공원으로 섬에서 취사가 되지 않는다. 도시락을 챙겨올 것을 권한다.)

내려오는 길에 계단이 없이 흙길을 내려와야 했고 화장실 등이 없어 약간 불편함이 있었지만 차츰 나아지리라 기대하면서 또 한동안을 그곳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배를 타고 오면 다시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것이 섬 여행의 묘미라고 할까? 나가는 배는 대항마을로 도로 가지 않고 당금마을 선착장에서 바로 배를 타고 갈 참이었다. 배시간은 아직 멀었고 목이 말라 마을 구판장을 먼저 찾았다.

들어올 배를 기다리는 아주머니와 구판장을 지키고 있던 젊은 아낙이 있어 배 시간을 기다리는 필자의 무료함이 훨씬 덜했다. 장군봉에 올랐고 대항에서 당금마을까지 걸어서 온 필자의 배가 배고픔을 하소연할 듯도 하지만 더운 날씨덕분에 음료수만 찾았다.

아침나절에 통영항에서 매물도 대항마을로 필자를 데려다준 그 배는 다시 저 멀리 통영에서 오는지 작은 섬이 되어 다시 이 필자를 통영항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서서히 이 당금마을로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필자만 데려다 주진 않겠지만…

200년이 훨씬 넘은 후박나무, 털이 많은 장군이 났던 장군봉, 아름다운 당금해수욕장,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마을 뒤편 풍경… 이 모두가 매물도의 보물이며 그 보물들을 오늘 이 섬을 찾아 잘 살펴보고 간다. 퉁퉁 엔진소리를 내며 고개를 바다로 돌리는 매물도 페리호에 앉아 살포시 눈을 감으면…

당금마을 어르신네에게 들은 매물도 이름의 유래, '말꼬리섬'에서 옛사람들은 그 섬 전체 모양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궁금하다. 그 당시 혹시 하늘을 이미 날았단 말인가…



담당자
관광지원과 관광안내소 (☎ 055-650-0580,2570)
만족도 조사

페이지의 내용이나 사용편의성에 만족하시나요?

평가:

TOP